
땅 속 깊숙이 뿌리 내리는 소나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공식 포스터 이미지다. 2년 전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외압 논란과 예산 삭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정치적 기소 논란, 영화인들의 보이콧 선언, 게다가 태풍 차바가 몰고 온 피해 등 끊임없는 내우외환에 시달렸던 BIFF가 그럼에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소나무를 빌어 표명한 셈이다.
제21회 BIFF가 오늘(6일) 저녁 장률 감독의 ‘춘몽’을 개막작으로 본격적인 문을 연다. 올해 BIFF는 69개국 299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준비 기간이 이전보다 턱없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준수하다. 외압은 외압이고, 그럼에도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시작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들을 대거 부산으로 집결한다. ‘위플래쉬’로 국내에도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마일스 텔러와 ‘다크 나이트’로 유명한 에론 에크하트의 내한을 성사시킨 것도 반갑다. ‘린다 린다 린다’ ‘심야식당’ 등으로 국내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일본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과,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오다기리 죠는 물론, ‘곡성’과 ‘무한도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쿠니무라 준도 부산을 찾는다.
해외 게스트에 비해, 국내 영화인들의 참여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가 BIFF(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을 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올해 영화제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나타날 예정이다. 톱스타들이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기존에 비하면, 중량감이 다소 아쉬운 레드카펫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영화의 상영 축소도 눈에 띈다. 보통 해당 년도 화제작들이 관객을 만나왔지만 올해에는 ‘부산행’도 ‘터널’도 없다. 영화제 측에서 초대를 타진했지만, 두 영화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달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 법’ 역시 올해 BIFF의 변수로 떠올랐다. 영화제의 밤을 책임졌던 4대 배급사의 라인업 발표, 각종 영화사 파티 등이 모두 사라졌다. 사교의 장으로서의 영화제 기능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스타를 깜짝 만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BIFF를 대목으로 여겼던 지역상권 또한 얼어붙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