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거대 프로젝트에 돌입한 마블 스튜디오는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퍼스트 어벤져’, ‘토르: 천둥의 신’을 차근차근 내 보내며 ‘어벤져스’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2012년, 각 퍼즐조각이 모여 완성된 ‘어벤져스’는 이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오며 마블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MCU 페이즈3의 시작을 알린 마블이 ‘닥터 스트레인지’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이 작품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완전히 새로운 측면을 열어줄 작품”이라 설명했는데, 그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14일 오전 CGV 왕십리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라이브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스콧 데릭슨 감독과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마블 스튜디오 대표 겸 제작자 케빈 파이기가 영상을 통해 한국 기자단을 만나다.
# 셜록, 슈퍼히어로 되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마블 세계의 일원이 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날 “환상이었다.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 환상적인 역할을 마블로부터 요청받았을 때 판타스틱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당시 연극을 하고 있어서, 촬영 날짜와 겹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일정을 조율해줘서 운 좋게 합류할 수 있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굉장히 복잡한 인물이다. 위트도 있고, 오만하기도 하다. 큰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변신하는 인물이라 개인적으로도 익사이팅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어벤져스’ 시리즈 합류도 언급했다. 어떤 히어로와의 호흡이 기대되는가라는 질문에 컴버배치는 “토르, 아이언맨, 헐크, 스파이던맨… 모두가 기대된다”고 말한 후 “어릴 때부터 마블과 DC 코믹스를 모두 섭렵했다. 마이클 키튼 주연의 ‘배트맨’(팀 버튼 감독)이 나왔을 때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았다. 지금의 관객처럼 팝콘을 먹으며 히어로물을 감상했는데, 영화이긴 했지만 가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 틸다 스윈튼. 원작 남성 캐릭터의 재해석
극중 에이션트 윈 역할을 맡은 틸다 스윈튼은 이날 “마블의 가장 큰 특징 중 여러분이 모르는 게 있다. 나도 이번에 합류하고야 알았다”며 “가족 같은 느낌”을 꼽았다. 이어 “모든 게 케빈 파이기 덕분이다. 제가 보이기에는 케빈 파이기가 정말 멋진 환경을 조성해준다. 마블에 처음 합류한다는 것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느낌과 같다. 멋진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에이션트 윈은 원작에서는 남자. 이에 대해 스콧 데릭슨 감독은 “1960년대 코믹스에 묘사된 에이션트 원은 동양에 대한 환상이나 고정관념이 반영된 인물이었다”며 “그런 부분을 우리 영화에 반영할 수 없었다. 동양인에 대한 클리셰는 모두 없애려고 했다. 남성이었던 캐릭터를 여성으로 고친 것도 그 때문이다. 에이션트 원을 할 사람은 틸다 스윈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틸다 스윈튼은 작업 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내겐 작업환경이 중요하다.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과 아침을 먹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홍보를 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가 나에겐 중요한데 이번 영화는 정말 행복했다”고 애정을 밝혔다.
# 히어로 무비가 지겹다고? 케빈 파이기의 자신감
스콧 데릭슨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 팬으로, 닥터 스트레인지 코믹스 팬으로 접근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슈퍼 히어로 중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우리가 상상 못했던 마법의 세계와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를 열어준 캐릭터다. 그래서 마블의 팬으로서 마블 영화가 조금 더 다른 차원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믹스 원작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이제 기술이 발전해서 원작을 영화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케빈 파이기 대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히어로 무비에 지루함을 느낄 관객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아마 관객들보다 마블 스튜디오에 있는 우리가 훨씬 더 질렸을 것”이라고 자신감 있는 너스레를 보였다. 이어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이 내놓는 14번째 히어로다. 히어로 영화의 범람 속에서 우리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영화를 유니크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것들이 코믹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만약 마블 코믹스 원작이 아니었다면, ‘슈퍼 히어로’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재밌고, 관중도 즐길 수 있는 개성있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에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앞으로 관객들은 새로운 영화를 볼 것이다. 그들도 진화하는 것이다. 재발명의 연속이 필요하다. 새로운 장르와 공간에 들어가는데 바로 우리 영화가 그런 작품”이라고 덧붙였고, 스콧 데릭슨 감독도 “끝날 줄 알았던 서부 영화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호러 장르도 지겹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지 않나. 이와 같은 이치라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해 틸다 스윈튼, 레이첼 맥아담스, 매즈 미켈슨, 치웨텔 에지오포 등이 출연한다. 25일 전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