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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방탄소년단이 새롭게 쓴 ‘데미안’

(사진=방탄소년단 쇼트 필름)
(사진=방탄소년단 쇼트 필름)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공개한 7편의 쇼트 필름은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소설 ‘데미안’의 이미지를 가져온다. 1편 ‘비긴(BEGIN)’ 도입부에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는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를 괴롭히던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와 닮았다. 후반부의 초상화 역시 ‘데미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브제다. 무엇보다 필름 전편에 등장하는 새는 선과 악의 주관자 압락사스를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세계의 균열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선(善)의 세계에 살고 있던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통해 어둠을 알고, 베아트리체를 통해 다시 사랑을 깨우치며, 압락사스를 통해 선과 악의 양분을 넘어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방탄소년단의 ‘윙스’는 유혹을 만난 소년의 갈등과 이를 통한 성장을 담아낸 음반이다. 인트로 ‘보이 미츠 이블’은 크로머와 싱클레어의 만남을 연상시키고, 정국이 멤버들을 생각하며 쓴 ‘비긴’은 베아트리체를 만난 싱클레어의 모습과 비슷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다.” 방탄소년단의 마지막 쇼트필름은 소설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으로 문을 연다. 멤버 진은 순수함을 나타내는 백합 잎에 불을 붙이고, 크로머(어둠)와의 연결고리 사과를 스쳐 지나, 투쟁의 상징 매 그림에게도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비로소 꺾어진 복도를 따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방탄소년단(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방탄소년단(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한 시대의 종말이자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다. 유혹을 만나 갈등을 겪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성장. 이는 또한 음반명 ‘윙스’와 연결된다. 슈가는 지난 1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윙스’는 현실에서 유혹과 갈등을 만나더라도, 날개를 달고 멀리 높게 날아가자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윙스’ 음반 안에서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랩몬스터는 “같은 세대 안에서는 비슷한 시대성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한다. 학생(‘학교’ 3부작), 청춘(‘화양연화’ 2부작)에 대한 이야기처럼, 우리 안에 있고 우리 옆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윙스’는 유혹을 만난 소년의 이야기이자 성장의 길목에 있는 방탄소년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윙스’는 여러 면에서 소설 ‘데미안’과 닮았지만, 무궁무진한 결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난 날 믿어 내 등이 아픈 건 날개가 돋기 위함인 걸.”(‘윙스’ 가사 중) 방탄소년단은 지금 그들만의 ‘데미안’을 새로 쓰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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