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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페스티벌②] 힘을 내요 우먼파워

▲'서울재즈페스티벌' 강이채(사진=프라이빗커브)
▲'서울재즈페스티벌' 강이채(사진=프라이빗커브)

남성 뮤지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연 시장의 생리를 안다. 관객 대부분이 여성들이고 그들의 지갑을 열려면 남성 뮤지션을 섭외하는 것이 낫다는 계산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빤하다. 강이채, 선우정아, 고상지…. 올해 ‘서재페’에서 단독 혹은 메인으로 공연을 꾸민 국내 여성 아티스트는 겨우 이 정도다.

강이채는 27일 올림픽홀에서 공연했다. 재즈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작은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바이올린은 화려했지만 동시에 강단 있는 소리를 들려줬다. 드럼이 거세게 쫓아올 때도 태연자약하게 밴드의 최전방에서 연주를 이끌어갔다.

강이채는 한 쪽 어깨에 바이올린을 올려둔 자세로 연주를 하기도 했고, 바이올린을 기타처럼 끌어앉고 손으로 현을 퉁기며 연주하기도 했으며,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연주를 하나씩 쌓은 뒤 노래까지 입힐 때에는, 흔한 표현이지만 걸크러시라는 것이 폭발했다.

고상지와 선우정아는 공연 둘째날인 28일 88잔디마당과 우리금융아트홀의 첫 순서를 각각 꾸몄다. 먼저 독보적인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는 오케스트라 세션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그랜드 피아노와 5인조 오케스트라는 자태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철근 무대 뒤로 푸른 녹음이 보였고 하늘은 맑았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알맞게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달래줬다. 이틀간 야외에서 진행된 무대 중에 단연 최고였다.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 ‘리베르 탱고’ 등 익숙한 탱고 음악에서부터 팀의 창작곡까지 다양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격’ 무대였다. 앞서 들려줬던 탱고 연주곡에 비해 노래의 런닝타임은 매우 짧았지만 대단히 역동적이었다. 바다 건너 아르헨티나에서 온 악기가 동양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신기했다. 지난해 앙코르 요청이 나오지 않아 준비한 곡마저 들려주지 못했다던 고상지는 올해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열렬한 지지 속에서 앙코르곡을 연주해 그 한을 풀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 현장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 현장

우리금융아트홀 앞에는 선우정아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긴 줄을 만들었다. 1층 좌석은 일찌감치 동났다. “평소에는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다. 지금 렘수면 상태”라는 선우정아의 말처럼 공연은 꿈같았다. 트럼펫, 섹소폰, 트럼본 등 세 명의 브라스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선 그는 “그동안 보여준 적도 없고 앞으로도 거의 하지 않을 것 같은 편곡”의 노래를 한 시간 동안 풀어놓았다.

관악기를 전면 배치한 편곡은 신의 한 수였다. 새롭고 신비로웠다. 소리의 ‘때깔’은 더욱 고급스러워졌고 공간감은 더욱 넓고 깊어졌다. 리듬악기, 화성악기가 모두 빠진 채 관악기 연주로만 꾸며진 ‘워커홀릭’을 시작으로 ‘뱁새’, ‘그러려니’, ‘순이’, ‘츤데레’ 등 연주된 모든 곡들이 새로운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수변무대에서 공연할 줄 알고 피크닉 풍으로 편곡했다”던 ‘삐뚤어졌어’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처절한 노래의 앙상블이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여러분이 오늘 이 공간에서 바깥 ‘서재페’와는 다른 느낌을 받고 돌아가실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오늘 목표입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세요. 어떤 세상이든 간에 풍성하게 상상해보시길 소망합니다.”

한편, 이틀 간 열린 ‘서재페’에는 다이안 리브스, 타워 오브 파워, 팻 마티노, 스탠리 클락 밴드, 세실 맥로린 살반트와 아비샤이 코헨, 니바디, 혼네, 리앤 라 하바스, 크리스토퍼, 에픽하이, 넬, 자이언티, 크러쉬 등 약 40개 팀이 출연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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