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빈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해 지난 몇 년간 쉼 없이 자신을 증명했다. 특히 2019년 JTBC '멜로가 체질'을 시작으로 2024년 tvN '눈물의 여왕'과 영화 '범죄도시4'까지, 대중이 이주빈에게 기대하는 도회적 이미지를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그 외연을 넓혀왔다. 그런 이주빈이 tvN 드라마 '스피링 피버'에서 가장 솔직하고, 때로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윤봄'이 되어 시청자들 마음 속에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이주빈은 '스프링 피버'의 성공이 주는 고무적인 기운보다, 스스로가 발견한 '연기의 재미'에 더 들떠 보였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가뒀다면, 이제는 비로소 현장을 즐기는 법을 알 것 같다"라고 털어놓는 이주빈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

지난 10일 종영한 '스프링 피버'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치유하며 다시 '봄'을 맞이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주빈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다 신수읍으로 내려온 교사 '윤봄' 역을 맡아, 무뚝뚝함 뒤에 숨겨진 인간미와 설레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스프링 피버'는 아마존 프라임 필리핀 1위를 기록하고 유튜브 누적 조회수 4억 뷰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주빈은 수치적인 기록보다 주변의 진심 어린 반응에 더 큰 감동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저는 시청률 세대라 그런 수치는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평소 제 작품을 봐도 별말씀 없으시던 무덤덤한 어머니께서 '정말 재밌더라'며 먼저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살짝 꽃 피우고 살아라,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닌데'라는 대사가 담긴 쇼츠 영상이 인기를 끄는 걸 보며 비로소 우리 드라마가 정말 많은 분에게 닿은 것을 실감했죠."
안보현과의 호흡은 이주빈에게 '비움'의 미학을 알려주었다. 이주빈은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가 주는 설렘만큼이나 현장에서의 연기 합도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를 통해 주연의 무게감에 짓눌리기보다 동료를 믿고 힘을 빼는 법을 터득했다고도 전했다.
"안보현 배우는 외형은 상남자 같지만, 속은 정말 섬세한 리더예요. 제가 모든 걸 철저하게 계산하기보다 선배님이 던져주시는 아이디어와 애드리브에 자연스럽게 리액션만 해도 신이 살아나더라고요. '아, 이게 앙상블의 재미구나'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죠."

약 6개월간의 포항 올로케이션 촬영 역시 그에게는 커다란 자산이 됐다. 포항의 예쁜 하늘을 보며 퇴근하는 것이 그에게 큰 힐링이었고, 촬영이 없는 날에는 스태프들과 포항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는 포항에서 먹었던 과메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태프들과는 전우애가 생겼어요. 사소한 고민을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죠. '스프링 피버'는 현장 자체가 하나의 여행 같았고, 그런 편안함이 연기에도 고스란히 묻어난 것 같아요."
21살 독립 이후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다져온 강한 생활력은 배우 이주빈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을 길러온 그는, 이제 그 단단함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옥죄던 '완벽주의'라는 허들을 넘어서고 있었다.

"과거에는 배우로서 무언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저를 가뒀죠. 하지만 '스프링 피버'를 거치며 이제는 '내가 지금 행복한지'를 가장 먼저 살피게 됐어요.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압박을 비우고 나니, 현장의 공기와 동료들의 눈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스프링 피버'이 시작할 때 윤봄의 계절은 겨울이었고, 끝은 봄이었다. 그렇다면 배우 이주빈의 인생은 몇 월쯤에 비유할 수 있을까.
"2월 28일이요! 내일이면 바로 봄이 시작되는, 설렘과 에너지를 머금은 시기잖아요. 예전엔 스스로를 엄격하게 채찍질하며 달렸다면,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며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도 좋지만, 그 직전의 단단한 생명력을 품은 지금이 저는 참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