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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콰이엇 “한국 힙합, 좋은 길로 가고 있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힙합가수 더콰이엇(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힙합가수 더콰이엇(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힙합 가수 도끼는 요즘 10대들의 새로운 위인이다. 컨테이너 박스를 전전해 살던 그는 잘 나가는 래퍼들을 보며 ‘랩을 해서 저렇게 살겠다’고 마음먹었고 첫 음반 수입으로 신발과 옷, MP3 플레이어를 구입하면서 “물건을 사는데 재미가 들어” 이듬해에는 5장의 음반을 더 냈다. 소위 말하는 ‘흙수저’ 출신이지만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했고, 그 결과 “(나이) 스물셋에 5억 원 찍고, 다섯에는 10억 원”(‘111%’)을 버는 지경에 이르렀다.

“힙합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음악인데, 그래서 더 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에 둔다. 우리도 그 음악을 동경하며 컸고 우리의 일을 하다 보니 스스로 부자가 됐다.”

도끼와 함께 일리네어레코즈를 일군 더콰이엇은 이렇게 말했다. 2011년,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일리네어레코즈를 세웠을 당시에는 Mnet ‘쇼미더머니’도 없었고, MBC ‘무한도전’에 힙합 가수들이 나오지도 않았다. 요컨대 일리네어레코즈는, 과거 도끼가 그러했듯 ‘self made’ 즉 자수성가했다.

도끼와 더콰이엇의 합작, 빈지노의 합류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유명세에 힘입어 이름을 알렸던 일리네어레코즈는 어느 순간 창모, 김효은 등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유명세를 가져다주는 브랜드가 됐다.

“처음 일리네어레코즈를 만들 당시에는 팬들이 원하는 음악과 뮤지션들이 그에 맞춰주고자 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좁았어요. 힙합 음악이, 비록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굉장히 한정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저와 도끼는 그게 못마땅했던 사람들이었어요.”

새로움을 향한 시도 뒤에는 언제나 주변의 만류가 따르기 마련이다. “너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한국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끼와 더콰이엇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운 좋게 저희가 하고자 했던 것들이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었고 나아가 한국 힙합의 판도를 바꿨거나 혹은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힙합가수 더콰이엇(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힙합가수 더콰이엇(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더콰이엇은 최근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를 안겨준 Mnet ‘쇼미더머니’도 이번 시즌은 출연을 고사했다. 그는 “보기에는 재밌지만 출연자들에게는 난이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라면서 “올해는 휴식을 취하면서 창작을 비롯한 나의 다른 일들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창작의 결과물은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일대에서 열리는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를 통해 공개된다. 더콰이엇과 도끼는 미국 힙합 그룹 우탱 클랜 멤버 인스펙터 덱과 컬레버레이션 곡을 발표한다.

일리네어레코즈가 남부 힙합 문화를 국내에 유행시켰다면 우탱 클랜은 1990년대 유행한 동부 힙합의 대명사로 통한다. 어두운 분위기와 사회성 짙은 메시지가 특징이다. 더콰이엇은 “나와 도끼가 동경해오던 뮤지션이고 종종 시도하던 음악 스타일이기도 하다”면서 “우탱 클랜 초창기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오래된 힙합’이라는 인상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걱정은 딱히 없어요. 남부 힙합이 유행하면서 우탱 클랜이나 인스펙터 덱의 음악이 잊히게 된 경향이 있는데, 저와 도끼가 종종 오마주해 온 스타일이라서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어요. 우탱 클랜의 음악적인 유산이 조금이라도 재조명 받으면 좋지 않을까요?”

▲힙합가수 더콰이엇(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힙합가수 더콰이엇(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힙합의 본토 미국은 긴 시간 불가침의 영역처럼 받아들여져 왔지만, 최근 AOMG 수장 박재범이 미국 유명 힙합 가수 제이지가 설립한 현지 음악 레이블 락네이션과 전속계약을 맺으며 ‘역수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더콰이엇은 “센세이셔널한 일”이라면서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가능성은 저희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어요. 우선은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힙합 신 안에서도 큽니다.”

더콰이엇이 꼽은 한국 힙합의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솔(Soul)’, 그러니까 ‘혼(魂)’이다. 그는 “해외 팬들이 우리의 언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솔’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영적인 측면을 해외 팬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국내 트렌드를 딱 잘라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스타일이 존재해요. 각자 추구하는 음악이 다양하고 뚜렷하죠. 질적인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고요. 미국을 제외하면 힙합 뮤지션과 팬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봐요. 좋은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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