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이 연예계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곳이 가요계다. 누군가는 데뷔하고 누군가는 해체한다. 누군가는 해외에서 상을 받아 오고 누군가는 법원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2017년을 보내며 한 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가요 이슈들을 비즈엔터가 정리했다.

1월 원더걸스
걸그룹 원더걸스가 공식적으로 해체했다.‘텔미(Tell Me)’ 신드롬부터 미국 진출, 지난해 발표한 첫 자작 타이틀곡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를 발표하기까지 원더걸스의 순간은 매번 극적이었다.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떠났지만 “원더걸스는 가족이자 삶이자 꿈”이라던 예은의 말은 유효하게 머리를 맴돈다.
2월 음원차트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이 실시간 차트 왜곡을 막고자 순위 집계방식을 고쳤다. 이제 오후 6시 이후 발매된 음원에 대한 소비는 다음 날 오후 1시 차트부터 반영된다. 덕분에 자정 발매가 사라지고 오후 6시 발매가 대세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궁금하다. 실시간 차트 왜곡의 주된 요인이 팬들의 경쟁 심리라면, 애초부터 그것을 자극해 이용자 유입을 꾀하는 실시간 차트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3월 중국
중국의 사드 보복에 가요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에서 예정됐던 공연은 축소되거나 취소됐고, 중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한국 가수의 모습은 ‘통편집’됐다. 중국의 투자를 기대하던 엔터사들은 울상을 지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양국 간의 관계가 다소 완화됐다고는 하나 가요관계가들에게는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였다.

4월 위너
프로듀싱의 승리. 전 멤버 남태현 탈퇴로 속앓이를 했던 그룹 위너는 올해 4월 내놓은‘릴리릴리(Really Really)’로 단숨에 옛 명성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트로피컬 사운드를 받아들이되 팀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후렴구를 가창한 김진우의 음색과 김진우의 음색을 알아본 강승윤의 안목이 모두 빛났다. 올해 가장 근사한 귀환.
5월 씨스타
걸그룹 씨스타가 해체했다. ‘걸크러시’ ‘섹시’ 등의 단어 따위로는 설명되지 않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보여준 팀이었다. 흉내 낼 수 없는 색깔을 가진 몇 안 되는 팀이었다. ‘섬머퀸’ 씨스타가 없는 내년 여름은 어떨까. 아직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6월 트와이스
지난 2년간 걸그룹 트와이스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대중성이 약하다는 아이돌 그룹의 한계와 팬덤이 약하다는 걸그룹의 한계를 모두 넘었다. 국내 인기에 힘 입어 일본 내 ‘혐한’ 바람까지 넘었다. 올해 6월 일본에서 정식 데뷔한 이들은 앞서 현지 시장에 국내 아이돌 그룹이 세운 기록을 단숨에 돌파하며 또 한 번 저력을 입증했다.

7월 이효리
가수 이효리가 4년 만에 컴백했다. 음악성에 대한 비평은 갈렸으나, 그가 새 음반 ‘블랙(BLACK)’에 담은 이야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임이 명징하다. 그는 이번 음반을 내며 “(인기가) 내려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 이효리는 어디에서도 빛날 수 있는 존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8월 워너원
보이그룹 워너원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가요계에 ‘괴물’ 같은 존재다. 이들이 얻은 폭발적인 인기는 동시에 미디어의 자본력과 파급력이 가요 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되기도 했다. 제 2의 워너원을 만들려는 제작자들은 이제 더 많아질 것이다. 국내 대중음악 역사는 지금을 어떻게 기록할까.
9월 故 김광석
영화 ‘김광석’ 개봉한 뒤 고 김광석의 딸이 10년 전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고인의 아내 서해순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서 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김광석’을 만든 이상호 기자는 항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10월 소녀시대
걸그룹 소녀시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멤버 수영과 서현, 티파니가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영과 서현은 당분간 연기 활동에 집중할 전망이며 티파니는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잇다. “해체는 없다”는 약속, 그것이 지금 소녀시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11월 레드벨벳
걸그룹 레드벨벳이 11월 발표한 신곡 ‘피카부’는 실로 문제적이다. ‘피카부’에는 사랑에 설레 하거나 영원을 맹세하거나 이별에 아파하는 소녀가 없다. 다만 “새 것만 좋아”하는 “흥이 난 여우”가 있을 뿐이다. 이 같은 관계의 전복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짜릿하다. 걸그룹 홍수 속에서도 레드벨벳이 반짝이는 이유다.
12월 방탄소년단
단지 아이돌 그룹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롱당해야 했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월드와이드 슈퍼스타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체인스모커스)의 팀으로 성장했다. 빌보드 메인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미국 주요 방송과 주요 음악 시상식까지 두루 섭렵했다. 음악의 승리요, 방탄소년단의 승리이자, 청춘의 승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