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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로그] 그녀, 엄정화

▲가수 엄정화(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엄정화(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가수 엄정화가 올해 발매한 열 번째 정규음반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 구운몽)’은 제목 그대로 ‘꿈’을 테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가수 윤상이 이끄는 프로듀싱팀 원피스와 싱어송라이터 수란, 작곡가 신혁, 프라이머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진이 엄정화를 꿈과 환상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그 안에서 엄정화는 “다시 태어”났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꽃(‘워치 미 무브’)이 되고 자신이 깨뜨린 사랑의 허무함에 아파하는 여자(‘더 드리머’)가 되기도 한다. 이달 초 내놓은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은 또 어떤가. 노래에서 엄정화는 “아름다웠던 순간”을 뒤로 하고 “한 편의 영화 주인공 같던 난 이젠 없”다고 자조한다. 이별 뒤 쓸쓸함을 담은 이 곡은 동시에 화려한 시절을 보낸 중견 여가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엄정화의 이야기가 노래 안에서 보인다.

엄정화는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의 마지막 트랙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록밴드 이브의 멤버 지고릴라가 쓴 발라드 곡 ‘쉬(She)’다. 엄정화는 이 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 음반 전체가 그렇듯 ‘쉬’ 역시 꿈을 주제로 한 노래이지만 엄정화는 희망과 목표의 동의어로써 꿈을 소환하는 대신 “떠오르는 화려한 시간들” 가운데 “어떤 게 꿈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내 마음과 내 이유와 내가 받았던 마음”을 잊지 말자 다짐하고 그 안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 고백하면서도, “내 안의 작은 슬픔이 보여서는 안 될 비밀이 되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꿈과 환상 바깥에 살고 있는, 현실 속 엄정화의 모습이다.

▲가수 엄정화(사진='쉬(She)' 뮤직비디오)
▲가수 엄정화(사진='쉬(She)' 뮤직비디오)

비애감을 자아내는 오케스트라와 따뜻한 기타 선율을 오가는 ‘쉬’의 분위기는 한 가지 정서로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 이것은 또한 복잡한 속내를 고백하는 노래의 가사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울고 웃는 뮤직비디오 속 엄정화의 모습과도 연결된다. 엄정화는 감사와 겸손의 미덕을 따르거나 반대로 자신의 외로움을 호소하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기 연예인 엄정화가 아닌, 자신 안의 크고 작은 갈등을 헤치며 살아가는 ‘그녀’ 중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 이것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그녀’들에게 용기를 준다. “요즘 사는 게 참 힘들고 지친다고 느끼고 있는데 언니의 노래들이… 사실 그냥 언니가 이렇게 노래하고 활동하는 모습에서만도 위로가 많이 돼요.”(ID dearespoir)

엄정화는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다가 왼쪽 성대가 마비되는 아픔을 겪었다. 8개월간 노래는커녕 일상대화도 불가능했다. 컴백을 준비하며 녹음실에 들어간 그는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사실 100% 예전 목소리는 아니에요. 하지만 무대, 표정, 공기, 모든 게 합쳐져서 지금 엄정화라는 사람이 큰 의미로 다가와요.”(유희열) 분석되고 평가받는 것이 숙명인 직업에서 하나의 말로 정의되는 대신 그저 ‘큰 의미’가 되어 살아간다. 2017년, 그녀, 엄정화의 모습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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