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방송가를 가장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 중 하나는 두 초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이었다. JTBC의 ‘믹스나인’과 KBS2 ‘더유닛’은 몇 군데의 콘셉트 차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같은 포맷이었다. 하루 차이를 두고 첫 선을 보인 두 프로그램에는 비슷한 형태의 기대와 우려가 쏟아졌다.

먼저 막을 내린 것은 ‘믹스나인’이었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쇼미더머니’·‘프로듀스 101’ 등을 만든 한동철 PD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이적 후 첫 연출작으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 이하라는 평이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 기획사 YG의 수장 양현석도 직접 나섰지만 이는 역효과만 불러 일으켰다. 그의 도 넘은 막말과 갑질은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볼’ 의지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한동철 PD의 연출력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쇼케이스에 선 연습생들의 수만 170명이다. 모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지만, ‘믹스나인’은 유례 없는 대인원 탓에 ‘악마의 편집’조차 통하지 않을 만큼 산만했다.
때문에 카메라는 양현석 이하 YG 소속 연예인들에게 돌아갔다. YG 리얼리티로 변질된 ‘믹스나인’은 줄곧 0~1%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소리다. 방송 시간대를 바꾸거나 확대 편성을 하는 등의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루함을 더할 뿐이었다.
양현석은 방영 전부터 한동철 PD가 만든 예능들의 성적을 뛰어넘을 자신이 있다며 미소를 지었지만 받아 든 결과는 참담했다. 파이널 무대에서 확정된 데뷔조의 얼굴과 이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잔치’가 됐다.

그렇다면 오는 10일 종영하는 ‘더유닛’은 어떨까. 6.2%로 출발한 ‘더유닛’의 시청률 역시 2%대까지 추락했다. ‘느낌’과 ‘감정’에 기대는 모호한 심사 기준, 과도한 사연 팔이는 시청자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6년 전 KBS에서 방송됐던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과 달라지지 않은 촌스러운 분위기 역시 그대로였다.
‘더유닛’은 음악방송인 ‘뮤직뱅크’와 연말 시상식까지 적극 활용하며 참가자들을 띄웠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는 프로그램을 놓아 버린 듯 세트며 연출이 초라해졌던 ‘믹스나인’과 비교됐다. 덕분에 팬덤도 제법 생성됐다. 적어도 파이널 무대 관객석이 텅텅 비지는 않을 전망이다.
프로그램의 대변신도 예고됐다. 제작진은 오는 3일 방송분부터 ‘더유닛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지는 못할 전망이지만, 참가자들의 꿈이 걸린 무대를 끝까지 살려 보려는 노력만은 귀감으로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