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 고마운 이들이 생각나는 5월, 고마운 마음을 담은 밥상을 만나 본다.
새로운 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힘이 되어준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다. 함께 나누면 맛도 행복도 두 배가 되기 마련이다.

최불암씨에게는 밥상 앞에 앉을 때마다 생각나는 은인이 있다. 65년 전, 중학생이던 그는 한국전쟁으로 피난을 떠났던 어머니를 찾아 부산으로 떠났다. 하지만, 주소가 적힌 쪽지 하나만 들고 난생 처음 가본 부산에서 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길을 잃고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그에게 다가온 이는 한 젊은 신사. 그는 먼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사주더니 어머니에게 데려다주었고, 국밥을 먹으며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던 어린 중학생에게 그 호의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았다. 최불암씨의 수첩 속 빼곡하게 적힌 고마운 이야기가 밝혀진다.

서해에 기대어 있는 보령은 청년 귀어 1번지이다. 그중 무창포항에서 가장 어린 지선아 씨(35)는 서울에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다 무창포가 고향인 남편을 만나 귀어했다. 처음에는 남편도 귀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게 더 많았다는데, 이 초보 어부들을 이끌어준 건 어촌계 식구들이었다. 함께 조업을 나가며 낚시를 가르쳐주고 기반을 잡도록 도와준 고마운 이웃들이다. 어느덧 어부의 아내가 된 지 8년. 지금은 친정엄마와 남동생까지 귀어해 함께 살고 있다.
이제 선아씨는 대광어도 거뜬히 잡는 강태공이 되었다. 어촌계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해 늘 밥상을 대접하고 싶었다는 그녀. 오늘 푸짐한 상차림을 준비할 예정이다. 제철을 맞은 개량조개, 우럭, 개불, 낙지 등 해산물로 가득한 보령의 봄 바다. 갓 잡은 광어는 회로 썰고 개량조개는 살짝 데쳐 살을 바른다. 여기에 향긋한 미나리를 더해 버무리면 봄철 입맛 살리기에 으뜸인 초무침이 완성된다. 무창포의 최연소 어부, 선아씨가 차린 고마움 담은 밥상을 맛본다.

금강이 흐르는 부여는 토지가 비옥해 농작물이 잘 자라기로 유명하다. 특히 특산품인 토마토는 요즘 제철을 맞아 과실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이곳에는 3년 전 귀농한 토마토 가족이 있다. 공학도였던 큰아들과 체대를 다니던 작은아들이 돌연 농사에 뛰어들었기 때문! 덕분에 농사를 모르던 부모님도 하나씩 배우며 농장을 일궈가고 있다. 농장 주인은 토마토를 전공한 막내아들 김은태씨(30). 농사가 힘들고 고된 길이지만, 기꺼이 함께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더 힘이 난다고. 토마토 수확이 한창인 농장에서 서로를 위한 특별한 만찬을 준비했다.


태안군 이원면의 한 농장에는 닭과 소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8년 전 귀농한 김성한, 이심씨(42)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항생제 없이 자연 그대로 동물을 키우는 동물복지형 농장이다. 이들이 이렇게 먹거리에 신경을 쓰게 된 이유는 10년 전, 남편 성한씨가 난치성 질환인 크론병 진단을 받고 난 후부터였다.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의 원인 중 하나는 식생활이다.
때문에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부부는 직접 바른 먹거리를 만들고자 귀농을 결정했다. 농장 운영을 해 본 적 없던 부부가 시행착오를 겪던 힘든 시절 옆에서 응원해준 건 장모님과 장인어른이었다. 1년 전부터는 당진에서 짓던 논농사까지 정리하고 농장 일을 도와주기 위해 이주했다는데. 이제 건강을 되찾은 성한씨가 그간 받았던 은혜에 보답할 차례이다. 오늘은 사위가 장모님을 위해 씨암탉을 잡았다.
닭은 한번 삶아 살만 바르고 자극적이지 않게 양념해서 푹 끓이면 ‘순살닭볶음탕’이 완성된다. 여기에 성한씨 비장의 음식인 짜장면을 곁들인다. 귀농 전 투병 생활을 하며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도맡았던 덕에 요리도 곧잘 하게 되었다는데. 외식이 힘들어 집에서 자주 해 먹던 짜장면이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이 되었다. 장모님이 제철 맞은 쑥으로 반죽한 쑥면을 곁들여 향긋함을 더했다.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기면서 태산 같은 부모님의 은혜를 더 깊이 느끼게 됐다는 성한씨.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가족들을 위해 만든 보은 밥상을 만나 본다.

충북 단양, 말목산 아래 하리마을이 있다. 도시에서 지내던 노옥춘씨(61) 부부는 5년 전, 남편 박종태씨(64)의 공황장애가 심해지면서 이곳으로 귀촌했다. 농사도 시골 생활도 처음이던 두 부부에게 손을 내민 건 마을 이웃들. 수시로 찾아와 안부를 물어오고 밭을 갈아주는 등 함께 어울려 생활하다 보니 남편의 건강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이제는 마을 노인회 총무를 맡을 정도. 연고지 없는 이방인이던 그들이 마을 속으로 스며들게 해 준 이웃들을 위해 보은 밥상을 차린다.
옥춘 씨는 귀농해서 먼저 이웃 언니들과 산과 들에서 제철 나물과 음식을 배웠다. 마을에서는 지천에 많다고 하여 ‘지청구’라고 부르는 나물, ‘지칭개’가 대표적이다. 쓴맛이 강해 이틀이상 물에 담갔다가 사용한다. 물기를 제거한 지칭개는 콩가루에 버무려 된장국을 끓이는데, 이도 콩 농사를 많이 짓는 이 마을의 향토음식이란다. 여기에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직접 말린 굴비를 꺼냈다. 생선의 식중독을 예방해주는 머위김치와 함께 조린 ‘머위김치 굴비조림’은 쌉싸름한 맛과 굴비조림의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또,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특제 국수까지 곁들이면 정성 가득한 손님상이 완성된다. 고마운 이웃들과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오늘이 있어 더 소중하다는 그들의 밥상을 맛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