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농사일에 수고한 이들에게, 마을을 지키는 어르신들에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바다 일을 앞둔 이들에게 바치는 초복 날의 푸짐한 한상을 맛본다.
삼복 중 첫 번째 복날로 여름의 시작을 뜻한다.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여름의 더운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하여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복은 무더위에 체력이 소모되는 때이다.

영양을 보충해주는 음식, 즉 '보양식'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에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농한기를 맞은 농부들에게 보양식은 지난 농사일에 대한 '보상'이자 다가올 무더위를 대비할 '보신'인 것이다.

논농사와 딸기농사가 주를 이루는 논산 노성면의 병사마을. 이곳에서는 풍물놀이가 한참이다. 바로 벼의 한 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벼가 폭풍으로 자라는 시기인 여름의 절기 중 하나인 초복에는 벼가 한 뼘만큼 자라고, 그것에 대한 표현으로 벼가 한살이 됐다는 말을 한다. 병사마을 사람들은 초복이면 풍물놀이와 함께 몸에 좋은 음식을 해 먹는 풍습이 있다.
마을 내에 있는 저수지를 통해, 또 마을 밖 강경시장에서 보양식에 넣을 몸에 좋고 맛있는 식재료를 구한다. 음식의 맛은 어떠한 재료를 썼는지 이전에 누구와 먹는지에 따라 천차만별 다양해진다는 말이 있듯, 함께 땀 흘린 이들과 나누는 음식 자체가 보양식인 병사마을 사람들의 초복맞이 복달임 음식을 만나러 가보자.

우선 비늘을 벗긴 가물치에 밀가루 물을 바른다. 감초와 산초 달인 물에 들깨가루, 가물치를 넣고 고춧가루 양념을 풀면 매콤하고 얼큰한 가물치양념곰탕이 완성된다. 관절이 약한 어르신을 위해 생선 껍질을 이용해 홍어껍질채소묵도 만든다. 하지감자와 민물새우를 함께 부친 민물새우감자전부터 시원한 맛으로 즐기는 홍어맑은탕까지. 농사일에 수고한 병사 마을 사람들의 초복 맞이 즐거운 하루를 함께 해보자.

농한기인 여름의 한 가운데에도 아낙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수확을 끝낸 마늘을 일 년 내내 두고두고 먹기 위해 짚에 엮어 툇마루에 묶어둔다.
또 초복 날이면 마음 맞는 아낙들이 함께 몸보신 위한 영양 가득한 음식을 만든다. 충남 홍성은 최대 돼지 사육 지역인 만큼 이 지역에서 최고로 즐기는 보양식 재료 역시 돼지다. 다리살, 갈빗살, 족발 등 돼지는 버릴 부위 없이 통째 음식 하는데 사용된다. 따로 피서지를 찾지 않아도 건강한 음식 먹고 뒷산에 올라 그늘에 앉아 쉬는 것이 최고의 피서법이라는 광천 아낙들.

돼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요긴하게 쓰이는데, 아낙들이 제일 먼저 돼지를 뜨거운 물에 삶아 잡내와 불순물을 제거한다. 여기에 감칠맛을 더하는 새우젓을 넣고 삶는다. 삶아낸 돼지 삼겹 부위는 다른 양념 없이 찰떡궁합인 새우젓에 찍어 수육으로 즐기면 된다.
돼지 족을 넣고 뽀얗게 우린 돼지족탕은 마을 사람들의 단골 몸보신 음식이다. 매콤한 양념을 듬뿍 발라 숯불에 구운 등갈비 하나면 흥이 절로 난다. 여기에 부드러운 앞다리 부분에서 살코기만 발라내 입맛을 돋우는 레몬즙과 부추를 더해 어르신들을 위한 여름 별미 앞다리살냉채를 만든다. 액막이 음식이자 더위를 식히는데 도움을 주는 수수팥단자까지 더하면 마을 어르신들의 무탈한 여름 나기를 위한 돼지 보양식 한 상이 차려진다.

공주시 계룡면에는 뙤약볕이 내리 쬐어도 약초 거두는 일을 멈추지 않는 김태순 씨가 있다. 초복을 맞아 집을 찾은 가족들에게 해줄 음식 때문이다. 오랜 세월 음식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그녀에겐 요리란 신나고 재밌는 일이라고 한다. 초복 복달임 음식을 위한 메인 식재료는 바로 오골계. 오골계는 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독소를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기록 되어있어 복날을 위한 식재료로 안성맞춤이다.

초복하면 제일 많이 생각나는 음식은 단연 백숙이다. 하지만 김태순 씨만의 식재료를 넣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백숙을 만든다고 한다. 깊은 산 속에서 활엽수에 붙어 자라는 말굽버섯이 그 주인공. 돌처럼 단단해 육수 낼 때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구수한 맛을 내는데 맞춤인 재료다. 또 여기에 태순 씨의 특급 비법인 닭발을 넣어 더 찐득하고 깊은 맛을 내는 말굽버섯오골계백숙이 된다. 오골계 가슴살을 잘게 다진 떡갈비는 손주들을 위한 할머니가 만든 별미이다.


충청남도 당진에는 육지에서 배로 십분 남짓 가면 닿는 섬이 있다. 바로 소난지도. 섬마을 사람들에게는 섬을 둘러싼 바다가 보물창고이며, 썰물이 지나간 갯벌 역시 이들만의 장터이다. 잡고 캐는 모든 산물들이 맛난 음식을 위한 식재료가 된다. 본격 가을이 되면 소난지도 사람들의 주 수입원인 바지락을 캐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힘든 바다 일도 고생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 내일이 더 힘난다는 소난지도 섬마을 사람들의 서로를 향한 응원이 담긴 복달임 한 상을 만나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