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두 손주들을 키워온 여든을 넘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된다.
◆부모를 대신해 남매를 품에 안은 할머니
강원도 고성군.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배기 작은 집에는 여든을 넘긴 할머니와 스무 살 손자 관이, 열여섯 손녀 보현이 까지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집나간 엄마를 대신해 관이가 일곱 살, 보현이가 네 살 무렵부터 남매를 키워온 할머니. 칠순이 넘도록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마음 하나로 고성과 속초를 오가며 생선을 팔았다.
하지만 3년 전, 허리 수술을 하면서부터 더 이상 무거운 짐을 나르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지고만 할머니. 게다가 50년 넘게 할머니의 손 떼가 묻은 이 집은 몇 년 전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세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대학을 입학한 관이와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보현이. 두 손주들을 생각하면 할머니는 하루도 맘 편히 쉴 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손주들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오늘도 공공근로에 나가 쓰레기나 꽁초를 주우며 악착같이 하루를 보낸다.
◆아픈 아빠와 동생을 책임지고픈 스무 살 관이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부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조현병이 생긴 아빠. 짧게는 3개월, 길면 6개월에 한 번씩 집과 병원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픈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자라야했던 관이. 아빠를 떠올리면 미운 기억으로 가득하지만, 건강했던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내 안쓰러움으로 마음이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관이에게 늘 마음 아프고 걱정스러운 또 한 사람, 다름 아닌 네 살 터울의 하나뿐인 여동생 보현이다. 오빠 눈에는 그저 순수하고 해맑은 동생이지만, 자폐라는 병을 앓고 있는 보현이. 아빠를 대신해 일찍부터 생계전선에 뛰어든 탓에 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게 늘 미안하기만 하다. 또한 내년이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 아빠가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남겨질 동생과 할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눈앞이 깜깜해질 때가 있다.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이 모두 상처받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관이의 고민이 깊어간다.
◆관이의 바다
할머니에게도 동생 보현이에게도 누구보다 듬직하고 씩씩한 존재, 관이는 스무 살 가장이다. 이제는 연로한 할머니를 대신해 스스로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관이. 낮에는 부둣가에 나가 생선을 나르기도 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나가면서 틈틈이 학교 수업도 빼놓지 않는다는데...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하는 법 없이 늘 가족을 먼저 챙기고 생각하는 관이. 하지만 관이에게도 때때로 지금같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걱정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관이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집 앞에 위치한 바닷가. 물끄러미 바다를 보고 있으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비록 남들보다 벅차고 어두운 과거일지라도, 주저하기보다는 발판 삼아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관이는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