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오징어 게임' 이후 승승장구 했던 넷플릭스의 K-드라마 성공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큰 기대를 모았던 '고요의 바다'가 호불호의 바다를 떠다니는 중이다.
지난 24일 처음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베일을 벗기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섰고, 배우 공유와 배두나 등 출연진의 라인업도 화려했다. 거기에 한국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는 점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고요의 바다'를 향한 기대감은 주식 시장에도 퍼졌고, '고요의 바다' 관련주로 분류됐던 위지윅 스튜디오는 넷플릭스 공개 당일이었던 24일, 주가가 전일 대비 약 14%나 올랐다.
하지만 막상 '고요의 바다'가 공개되자 대중의 반응은 전작들과 달랐다. 공개 당일 '고요의 바다'는 월드 랭킹(플릭스 패트롤 기준)은 7위에 그쳤다. '지옥'이 공개 24시간 만에 전 세계 1위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고요의 바다'는 최항용 감독이 연출했던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했다. 단편 영화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장편으로 발전시킨 경우는 종종 있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대표 공포 영화 시리즈 '쏘우'가 그랬다.
2003년 제임스 완 감독은 리 워넬과 함께 9분짜리 단편 영화 '쏘우'를 만들었다. 이 단편 영화에는 납치와 감금, 시간제한이 있는 살인 트랩, 직쏘 인형 등 '쏘우'의 핵심 콘셉트를 모두 담고 있었다. 최소한의 공간과 도구를 사용해 서스펜스를 만든 단편은 '쏘우' 시리즈가 8편까지 나올 수 있게 하는 튼튼한 뿌리가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도 연상호 감독이 2003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지옥-두 개의 삶'을 뿌리로 두고 있다. 곧 지옥에 떨어진다고 선고하는 천사와 고지 받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지옥 사자들이라는 콘셉트는 애니메이션부터 존재했다. 이 세계관은 웹툰 '지옥'으로 확장됐고, 실사화 과정을 거쳐 넷플릭스 '지옥'으로 대중과 만났다.
'고요의 바다' 원작 단편도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쏘우'와 '지옥'은 성공했던 세계관의 확장을 '고요의 바다'는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일류 프로덕션과 세트 디자인, 감각적인 우주의 비주얼을 칭찬한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가 TV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작의 심리 묘사였다.
원작에서 단출했던 탐사대원은 11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인물들이 많아지기만 했을 뿐 이들 간의 감정 교류는 거의 없다. 각자의 사연을 나열하기만 한다. 인물들의 감정적 대립, 가치의 충돌이 디테일하지 않다.
원작이 심리 묘사에 탁월했고, 몰입도와 집중도가 높았던 것과 비교된다. 3회까지 참고 보면 본격적으로 미스터리가 전개되면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듯 하지만, 그마저도 얼렁뚱땅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고요의 바다'가 저지른 치명적 실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요의 바다'가 공개 4일째인 지난 28일 월드 랭킹 3위에 올랐고, 이틀 연속 그 자리를 지킨 것이다. '고요의 바다'는 과연 슬로우 스타터가 될까, 아니면 이대로 가라앉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