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살을 뺀 모습에 일본어 대사를 소화해서일까. '경성크리처' 속 최영준을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최영준처럼 보이고 싶었는데 아쉽다"라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연기 변신을 하고자 '경성크리처'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했다.
"작품 속 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놀라길 바랐어요. 그런데 정말 몰라보니 그 나름대로 서운하더라고요. 하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건 분명 배우에게 있어 중요하고, 좋은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수를 모른 채 어느 노래를 듣고, 이건 누구 곡이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배우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한텐 아직 저만의 시그니처가 없는 것 같아요. 실생활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없어요. '아직 최영준만의 특색이 없는 건가' 고민이 될 때가 있습니다."
특색이 없다고 하기엔 다양한 작품에서 그를 원하고 있다. 최영준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화술이 좋던 어떤 선배가 해준 말이에요. 그 선배가 한 연극에서 말 한마디 안 하고 기어 다니기만 하는 작품을 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그런 역할을 왜 하느냐고 물어봤는데, '연출이 불러서 하는 거야. 나밖에 못 한다고 생각해서 부른 거 아니겠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본 안에 제가 하고 싶은 말 하나 정도는 찾으려 해요."
'경성크리처'에서 최영준이 하고 싶었던 말은 가토가 윤채옥(한소희)에게 말하는 "나약한 인간들은 언젠가 다 죽게 돼 있다"라는 대사였다. 그는 이 대사가 가토 중좌의 철학을 나타내는 말이며,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꼭 전달해야 하는 대사라고 봤다. 최영준은 옳은 일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죄책감이 전혀 없는 속내를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최영준은 TV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보여주기 전, 연극 무대에 주로 올랐다. 당시 그는 마음속에 책꽂이를 마련했고, 연극 한 편을 마칠 때마다 그곳에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과 그때의 감각 등을 정리한 책들을 한 권씩 꽂아 넣었다. '경성크리처' 역시 이번에 최영준이 새롭게 쓴 책 한 권이 됐다.
"그렇게 연극을 하면서 모아놨던 책들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예전에 내가 비슷한 캐릭터를 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 그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꺼내 연기에 도움을 얻는 겁니다. '경성크리처'는 연극을 했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공들여서 새로 책을 쓴 기분이에요."
최영준은 '경성크리처'가 공개된 이후 드라마의 성패도 중요하지만 배우 최영준의 연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이전보다 나은 연기를 했는지, 평생 그런 불편한 고민을 안고 생각하는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또 그는 올해도 작년만큼 일하면서, '경성크리처' 만큼의 대표작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하나 더 올해의 바람으로는 시상식 참석을 언급했다.
"매년 열심히 일했는데, 시상식을 열지 않는 방송국이나 넷플릭스 위주의 작품만 해서 시상식과 크게 연이 없었어요. 올해는 시상식에 한번 초청받고 싶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