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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가능한 사랑' 아프고 씁쓸한, 그래도 살아가는 이야기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식탁 한편에는 해고통보서를 받은 남편과 그의 아내, 다른 한편에는 재산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는 금수저 부부가 앉았다. 좀처럼 한자리에 모여 앉지 않을 것만 같은 네 사람이 한곳에 모였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이 불편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고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되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단순해 보이는 만남이지만, 네 사람 사이에는 쉽게 건널 수 없는 계급의 차이와 각자가 감추고 있는 상처가 놓여 있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해고노동자 최호석 역의 설경구는 이 영화의 가장 묵직한 축이다. 표현할 수 없는 가장의 아픔과 트라우마, 한국 정서 특유의 침묵 속에 쌓인 감정을 온몸으로 담아낸다. 그가 침묵 속에 감춰둔 사연이 드러날수록 먹먹함이 배가된다.

전도연이 연기한 최호석의 아내 안미옥은 아무렇지 않게 또 하루를 살아가려는 현실적인 아내다. 남편의 깊은 상처를 다 알지 못하면서도 이 세상을 밝게 헤쳐나가려는 모습이 때로는 억척스럽고 때로는 가벼워 보인다. 그런데 오히려 그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무거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일상을 살아내려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아들 철 역의 정섶도 눈에 들어온다.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의 무게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틱 장애처럼 보이는 행동과 아이다운 표현 속에 스며든 어둠이 인상적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아역 배우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감독 이예지(조여정 분)는 이들 가족과 대척점에 서 있다. 최호석 가족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그녀의 의도가 우월감인지, 계급을 구분 짓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것인지 영화는 끝까지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의 삶을 영화에 담고 싶다는 욕망이 공존한다. 그 모호함이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관객들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남긴다.

조인성은 이예지의 남편 상우 역을 맡았다. 그는 잘생기고 능력 있고 금수저에 일까지 잘하는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다정하고 예의 바르다. 하지만 계급이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연결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그의 말들은 하나하나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영화는 보는 내내 아프고 슬프고 불편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드러나는 차이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장면들이기에 그 기시감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저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왜 말을 못할까?", "왜 자꾸 가진 것을 드러내려 할까?", "정말 모르는 것일까?"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이 극장을 나와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스틸컷(사진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은 짧지 않은 영화다. 중간중간 늘어지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꼭 필요한 시간들이다. 영화는 꼭 두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말하지 못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23일 일부 극장 선공개,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64분.

이민혜 기자 lmh@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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