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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이소라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단상들

▲가수 이소라(사진=세이렌)
▲가수 이소라(사진=세이렌)
이소라의 7집 음반이 나왔던 때였으니까, 벌써 8년 전의 이야기다. 7집 속지 안에는 이소라의 일기 같은 것이 적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정해져서 태어난 것 같다”는 문구가 퍽 인상 깊었다. “이 별을 만난 건 지난 번 별에섭니다. 이제껏 산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죠.” ‘트랙11’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소라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현생의 탄생 목적 또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지난 9일 서울 대현동에 위치한 이화여대 삼성홀에서는 이소라의 소극장 콘서트 ‘그녀 풍의 봄’이 열렸다. ‘세이렌’과 ‘블루스카이’로 공연의 포문을 연 이소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건넨 뒤에 무려 11곡을 말없이 이어갔다. ‘봄’,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믿음’,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처음 느낌 그대로’, ‘아멘’, ‘제발’, ‘나를 사랑하지 않은 그대에게’, ‘바람이 분다’, ‘별’, ‘듄’ 등 많은 관객들이 고대했을 이소라표 발라드가 대부분이었다.

매주 4회씩 진행되는 공연이지만 지난주엔 공연이 없었다. 그러니까 9일 공연은 약 열흘 만에 열리는 것이었다. “먹고 자고를 반복했더니 많이 동글동글해졌다”던 이소라는 말끝에 “앞으로 한 달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V앱 방송 당시만 해도 컨디션이 나빠 보여 걱정이었는데, 그녀 특유의 유머가 튀어나오자 왈칵 반가움이 쏟아졌다.

긴 휴식 덕분인지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평소 “노래가 잘 안 되면 초조하다”던 이소라는 이날 조금도 불안한 기색 없이 기분 좋게 공연을 이어갔다. 이승환(피아노), 홍준호(기타), 임헌일(기타), 이상민(드럼), 최인성(베이스) 등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세션들도 수준급 연주를 들려줬고, 음향 또한 훌륭했다. 화룡점정은 관객들이었다. 노래가 쉴 틈 없이 이어지겠다 싶으면 박수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이소라를 맞았다. 7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가수 이소라(사진=세이렌)
▲가수 이소라(사진=세이렌)

새 음반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9집 음반 잘 준비해서 가을에는 꼭 낼 수 있기를, 그래서 겨울에는 새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기를 제 자신에게 바라고 있습니다.” 이소라가 “꼭!”을 힘줘 말했을 때에는 불신(?)의 웃음이 잠시 일렁이기도 했지만 이내 박수로 그녀를 응원했다. “요즘에는 싱글로 한 곡 씩 나오니까요. 그런데 그런 거 말고 9곡, 10곡 씩 한 가수의 노래를 쫙 이어서 들으실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본 공연은 7집의 ‘트랙11’과 ‘트랙9’으로 막을 내렸다. ‘이소라도 앙코르를 할까?’ 궁금해 할 새도 없이 다시 불이 켜졌다. 앙코르 무대의 첫 곡은 ‘난 별’이었고 두 번째 곡이자 마지막 곡은 ‘난 행복해’였다. ‘난 별’을 들을 땐 이소라는 혹시 인간의 몸을 빌린 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의 몸을 하고 있다가 100년 동안 노래를 부르면 천사가 돼 승천할지도 몰라. 이무기가 100년을 살면 용이 된다는 전설처럼 말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난 행복해’의 선곡이 다소 의외였다. ‘난 행복해’는 한 여자가 사랑했던 남자에게 전하는 슬픈 이야기다. “다음에 나 같은 여자 만나지 말라”는 가삿말로 이별의 아픔을 역설한다. 눈을 감고 듣다가 “행복해야 해/넌 반드시 좋은 사람 만나 다시 사랑해야 하고”라는 구절에 이르러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소라가 관객들의 행복과 사랑을 빌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아마도…그럴 것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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