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자, 풍자, 또 풍자다. TV를 틀면 하얀 블라우스에 머리 위에 선글라스를 올린 개그맨들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음악을 틀면 “하야. 내가 이러려고 믿었나”(산이 ‘나쁜 X’)라는 가사가 들린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어지러운 2016년 11월, 조용하던 연예계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내건 가수 이승환과 “모든 권력이 최순실 일가에서 나왔다면 헌법 1조 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외친 방송인 김제동의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 용산 참사 등 나라가 시끄러울 때마다 목소리를 내던 이들 아니었던가. 가수 윤도현, 방송인 김미화 등 일부 우익 단체들에 의해 ‘좌파’로 분리된 연예인들 역시 집회에 참석하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배우 정우성의 발언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영화 ‘아수라’ 대관 상영회 현장에서 “박근혜 앞으로 나와!”를 외친 정우성의 과감함에 사람들은 놀랐고 감탄했고 열광했다. 지난 3일 열린 런던한국영화제 기자회견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지목된 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성향을 드러내지 말자. 조용히 돕고 지원하고 힘을 실어 주자’가 내 모토”라고 말했던 가수 윤종신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현 시국을 가리켜 “선악 구분 뚜렷한, 구성이 더럽게 조악한 빤한 영화”라고 비판했고, “(영화를) 두 편 연속 망쳤으니, 이제 잘 만들 차례”라면서 정권 교체에 대한 바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래퍼 산이는 23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은유와 풍자로 가득한 신곡 ‘나쁜 X’을 발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소속사 측은 “평소 산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가감 없이 담았다. 노래에 대한 해석은 팬들에게 맡길 것”이라며 열린 해석을 당부했지만, “내가 이러려고 믿었나”라는 패러디부터 “내려올래” “얼마 안 남았어”라는 노골적인 메시지까지, ‘나쁜 X’는 쉴 새 없이 현 정권을 저격한다.
배우 전혜빈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 “나라가 ‘어순실’해서”라는 표현을 썼다가 이후 “이 일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습해야 했다. 그것은 ‘소신 발언’이 ‘외압 의혹’으로 이어지던 대한민국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다. 하지만 이제 연예계가 달라지고 있다. 그래. 할 말은 하고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