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난도 있다. “대종상이 2년 연속 대충상이 되려고 용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들.
연내 개최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대종상의 끈기는 놀라웠다. 27일. 그러니까 12월의 끝자락을 기어코 부여잡았다. 대종상은 올해 영화제가 27일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열린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문제는 찢어질 대로 찢어진 대종상의 집안 사정이다. 올해 한국영화는 약 120여 편. 이 중 후보에 오른 건 고작 29편이다. 더 험악한 것은 후보작들의 면면이다. 칸영화제 초청을 시작으로 해외영화제 수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아가씨’는 물론,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000만 관객 잭팟을 터뜨린 ‘부산행’, 짜릿한 데뷔작이란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들’, 중요한 건 제작 규모가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한 ‘동주’, 호불호는 있었으나 작품이 품은 에너지와 시도에 대한 유의미한 평가가 이어진 ‘비밀은 없다’ ‘아수라’ 등이 대거 실종됐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의 문제일 수 있으나,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제작/배급사 측에서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 하지 않은 것. 대종상 역시 이러한 연유를 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뉘앙스인데, 관점을 조금 돌려보면 이는 대종상이 자초한 상황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집단 보이콧 사태를 겪으며 바닥으로 추락한 대종상이다. 그런 그들은 지난 1년 동안 명예회복을 위해 어떠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는가. 불신이 가득 찬 영화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대종상은 그러나, 반성을 해도 부족한 시간에 김구회 조직위원장 측과 영화인총연합회의 양보 없는 전쟁으로 1년 내내 잡음을 일으켰다. 영화제 개최를 두고도 이들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황. 김구회 위원장 측이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자신을 배제시킨 채 독자적으로 대종상영화제를 진행시키려 한다며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에 ‘방해금지가처분소송’을 낸 것은 또 한 번의 웃지 못 할 코미디였다.
집안싸움에 에너지를 쏟다가 부랴부랴 영화제를 치르려는 이들의 행보는 또 한 번의 ‘대충상’을 예고한다. 이는 섭외에서도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홍보대사 황정민과 전지현이 불참을 알려온 것. 여기에는 배우들의 영화제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게 작용했겠으나, 영화제 측의 늦장 준비의 책임이 더 크다. 영화제가 두 배우에게 출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알린 것은 지난 19일이다. 그러니까 영화제를 일주일 가령 앞두고 부랴부랴 섭외에 들어간 셈인데, 시간을 초당으로 쪼개서 쓰고 있는 배우들에게 갑작스러운 통보가 가당키나 할까.
권위를 회복 못한 대종상의 문제는 고스란히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반쪽짜리로 진행 될지도 모를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행여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제 참석을 놓고 눈치작전을 펼 공산이 크다. 트로피는 외형보다 그것이 지닌 ‘권위와 의미’가 중요한데, 지금 대종상에겐 그것이 희미하다.
지난 해 ‘(사회자)신현준의 극한체험기’라는 부제를 남겼던 대종상의 셀프디스는 올해도 결국 반복되는 게 아닐까란 적지 않은 시선들. 그러고 보면 모든 게 대충인 대종상에게 대충이지 않은 것이 하나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원로들의 끈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