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관계자들에게 연말은 ‘악’소리 나게 바쁜 시기다. 남들보다 참신하고 거대한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각 방송사의 야심과 방송사의 야심을 채워줘야 하는 출연 가수들의 분투. 그러나 이들의 노고가 모두 완성도 높은 무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패는 예상을 벗어난 곳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법. 완벽한 가요대전을 위한 ‘꿀팁’을 지나간 ‘흑역사’를 통해 배워보자.
과유불급이에요
지난 26일 열린 ‘2016 SAF 가요대전(이하 가요대전)’ 무대. 그룹 엑소의 세훈과 카이는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서 댄스 브레이크를 가졌다. 몸에 착 감기는 슈트 차림과 우아하게 흐르는 몸짓, 두 남자의 섹시함에 감탄하려던 찰나, 어라? ‘너무 굵은’ 물줄기가 ‘너무 많이’ 내리는 것 아니겠나. 치명적인 남성미를 극대화하려던 연출이었겠지만 결국 두 사람은 물에 빠진 생쥐 몰골로 무대를 마쳐야 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더니, 옛 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
세트장 자랑하지 말아요
가요대전의 방점은 ‘들을 거리’보다는 ‘볼거리’에서 찍힌다. 가수들은 새로운 버전의 퍼포먼스를 들고 무대에 오르고 제작진은 그에 걸맞은 화려한 연출과 구성을 준비한다. 그러나 무대 세트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도 큰 탓일까. 가수를 보여줘야 할 타이밍에 뜬금없는 풀 샷으로 무대의 위용을 과시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기억하자. 웅장한 세트장도 결국 가수를 돋보이기 위한 것임을.
‘노오력’ 강요하지 말아요
‘가요대전’은 올해 ‘울트라 댄스 페스티벌’이라는 미명 아래 12팀의 신인 그룹 무대를 속전속결 해치웠다. 신인 걸그룹 6팀과 보이그룹 6팀이 각각 떼거지로 무대에 올라 4분여의 무대를 꾸몄고, 덕분에 각 팀에게 주어진 독무대 시간은 기껏해야 30초 남짓이었다. 여러 날 연습하고 여러 시간 대기한 끝에 허락된 시간이 1분을 채 넘지 못한다니. 아무리 ‘노오력’ 강요하는 사회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뒷담화 하지 말아요
“쟤네는 왜 또 뮤지컬을 하고 있어.” 지난해 방송된 SBS ‘가요대전’, 그룹 비투비의 ‘괜찮아요’ 무대 전주 도중 마이크를 끄지 않은 스태프의 발언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4분 11초에 달하는 원곡을 3분으로 줄여가면서도 뮤지컬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무대를 준비했던 비투비와 그들의 팬들에게 큰 상처가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사과? 없었다. 덕분에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SBS 비투비 사과해요’가 자동 완성 검색어로 뜨기도. 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비투비, ‘괜찮아요’?

책임 회피하지 말아요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글로벌 음악 축제’를 표방하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는 올해 위즈 칼리파와 태연의 컬래보레이션 무대를 통해 공연 테마 ‘커넥션(Connection)’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대는 취소됐고, 이에 대한 위즈 칼리파와 태연의 입장은 갈렸으며, Mnet은 한 달 째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사과? 마찬가지로 없었다.
음향 확인은 기본이에요
지난해 KBS ‘가요대축제’에서 솔로곡 ‘아이(I)’를 부르던 태연에게서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색이 읽혔다. 눈을 크게 깜짝이거나 ‘동공지진’을 일으키던 그는 결국 체념한 듯한 미소와 함께 인이어를 빼버렸다. 인이어 모니터에 문제가 있었단 의미다. 올해 방송된 ‘가요대전’에서는 트와이스의 무대에서 여자친구의 노래 일부가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멤버들의 당혹스러움은 당연지사요, 트와이스의 무대가 립싱크로 진행된다는 사실까지 탄로 났으니, 제작진의 진땀은 두 배로 흘렀을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