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와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에 묻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김민희의 배우로서의 가능성과 행보다.
18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의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가운데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칸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가 수상한 것은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강수연(임권택 감독 ‘씨받이’), 2007년 칸국제영화제에서의 전도연(이창동 감독 ‘밀양’)에 이어 10년 만이다.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인 영화감독과 관계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괴로워하는 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불륜설에 휩싸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연상시킨다는 점으로 인해 일찍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국내에서 쏟아지는 스캔들에 대한 관심과 달리, 해외 영화인들은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주목했다. 실제로 김민희는 “저희 영화가 영화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 기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김민희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면서 “가짜가 아니고 환상이 아니고 진실 된 사랑을 원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었다”는 말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향후 방향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날 김민희는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수상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홍상수 감과의 ‘불륜 스캔들’로 인해 김민희의 국내 활동에 보이지 않은 제약이 걸린 상황. 하지만 김민희에겐 더 넓은 세계가 기다린다. 실제로 2015년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거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러브콜이 적지 않게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아가씨’에서의 호연으로 칸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한 김민희는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해외 감독들과 작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김민희 스스로가 “상업적인 영화를 하는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밝힌 만큼, 대중적은 사랑을 받은 배우로서의 행보보다는, 작가주의 영화 안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에 더욱 매진할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대중이 김민희의 사생활에 드러내는 실망감과는 별개로, 김민희의 배우로서의 향방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