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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파묘', 'K-오컬트'의 진수…꿀잼 파낸 '묘벤져스'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최민식ㆍ김고은ㆍ유해진ㆍ이도현, 과몰입 부른 신들린 연기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어둠이 깔린 학교는 공포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할 만큼 괜히 오싹하다. 낮에 가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러한 감정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다. 저 어둠 속에 나를 해칠지 모르는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이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다.

2월 22일 개봉하는 '파묘'(제공/배급 : 쇼박스)는 두려움을 땅속에서 찾았다. 여기에 배우들의 파괴적인 연기력과 묘한 끌림이 있는 소재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 134분을 순삭한다.

사건은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미국 LA에서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화림은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채고 무덤을 파보자고 말한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돈 냄새가 나는 이장에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그런데 풍수사 상덕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묘가 자리한 것이 영 찜찜하다. 그는 파묘를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휘말린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형 오컬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등 토속신앙을 엮었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후손들의 풍습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구마의식, 사이비 종교를 다뤘던 전작들보단 훨씬 대중적이다.

대중성을 잡았다고 덜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영화는 전반과 후반으로 구분되는데, 전반부에서는 악지에 있는 묘를 파헤치기까지의 과정과 파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다. 초자연적 현상에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들의 고군분투가 두려움을 자극하고, 당장에라도 뭔가 벌어질 것처럼 불안감을 키우는 음악과 보여줄 듯 말 듯 귀신의 존재를 담은 화면 연출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파묘'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와 비교할 수 없는 '험한 것'이 등장해 주인공들을 위협한다. 공포 영화에서 미스터리 드라마로 세부 장르도 변경된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 오컬트라는 큰 울타리를 벗어나진 않는다. 'A'와 'B', 두 이야기를 이어붙인 것이 아닌 'A'와 'A의 확장판'의 결합이다.

전반부의 속도감과 으스스한 분위기, 날카로운 긴장감은 후반부까지 유지된다. 다만 '험한 것'이 눈앞에 등장한 이후부터 서스펜스가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지의 존재가 주인공들을 해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되고, '웬만하면 주인공들이 이길 것'이라는 안도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파묘'의 묘미는 캐릭터들 간의 협업이다.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으로 구성된 '묘벤져스'는 K-오컬트의 재미를 발굴했다.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가 '파묘'만의 한국적 서사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풍수사 최민식은 '파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마지막까지 극을 책임진다. 김고은은 '파묘'의 시그니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살굿을 비롯해 영화 곳곳에서 'MZ 무당'의 멋을 더한다. 장의사 유해진은 숨 막히는 극에 자연스러운 유머 한 스푼으로 숨 쉴 틈을 내주고, 경문을 외는 화림의 조수 무당 이도현은 후반부 가장 극적인 변화로 눈도장을 찍는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파묘'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씨실과 날실이 쫀쫀하게 물려 튼튼한 천을 만들 듯이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 견고하게 구축한 세계관 위에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더해지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모범 답안이 됐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무비에 만족했던 관객들에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4분.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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