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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⑦]‘폭스’‘워너’, 할리우드 자본의 충무로 연착륙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 입성한 ‘곡성’의 공식 시사회 현장. 장내가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불빛이 들어왔다. 그리로 폭스 로고가 반짝 떴다. 프랑스에서 할리우드 로고가 박힌 한국영화를 본다? 그것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광경을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

2016년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충무로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십세기폭스(이하 ‘폭스’)가 앞장서 달렸고, 워너브라더스(이하 ‘워너’)가 뒤를 잘 책임졌다. 이들이 내세운 주자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김지운의 ‘밀정’이었다.

폭스의 한국 진출 역사를 살펴보려면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폭스는 2008년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을 설립,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독일, 러시아, 스페인, 인도 등 11개 국가로 손을 뻗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격시킨 것은 ‘런닝맨’(2012).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국 142만에서 영화는 달리기를 멈췄다. 이후 내 놓은 ‘슬로우 비디오’(2014)의 관객 동원도 116만 명으로 ‘슬로우 슬로우’했다.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나의 절친 악당들‘(2015)은 13만 명이라는 굴욕적인 스코어를 맛봤다. 로컬프로덕션의 한국 성공은 물 건너가는 것일까. 신통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려던 찰나 ’곡성‘이 터졌다. 영화는 전국 69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앞서 밝힌 대로 칸 스크린에 폭스 로고를 박았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곡성' 주역들(사진=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곡성' 주역들(사진=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4수 끝에 흥행에 성공한 폭스와 달리 워너브라더스는 시작하자마자 우수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 시장에 잔뼈가 굵은 최재원 대표(‘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변호인’ 제작)를 영입하고 할리우드에서 인지도를 쌓은 김지운 감독에게 힘을 실은 결과, 이들이 함께 한 ‘밀정’은 전국 750만 관객을 빨아들였다. 하루아침에 일굴 우연한 성공은 아니다. 한국 로컬 프로덕션은 설립하기까지 워너는 8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곡성’ ‘밀정’의 성공이 폭스와 워너의 한국영화 제작에 활기를 불어 넣은 건 당연한 일. 발걸음을 빠르다. 폭스는 이정재-여진구 주연의 ‘대립군’을 촬영 중이고, 워너는 이병헌-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를 내년 상반기 내놓는다. 워너는 박훈정 감독과 장동건-이종석이 뭉친 ‘VIP’, ‘아저씨’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악질경찰’ 제작에도 뛰어든 상태다.

이들의 행보는 충무로의 적지 않은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먼저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NEW의 4강 구도가 빠르면 1년, 늦어도 3년 안에는 깨질 공산이 크다. 이것이 시장의 활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영화를 만날 통로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붕어빵 찍어대듯 천만 영화를 외쳐 온 한국영화 시장에서, 보다 실험적인 ‘콘텐츠’의 파이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굿과 엑소시즘이 충돌하고, 동양식 귀신과 서양의 악마가 이미지적으로 대립한 ‘곡성’의 탄생 배경에는 폭스의 모험적인 투자가 있었다.

▲(왼쪽부터)엄태구, 신성록, 송강호, 한지민, 김지운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왼쪽부터)엄태구, 신성록, 송강호, 한지민, 김지운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해외 배급망을 가진 이들의 한국 진출은 반대로 국내 감독과 배우들의 해외 진출에도 길을 터 줄 공산이 크다. 실제로 나홍진 감독은 ‘곡성’과 함께 차기작도 폭스와 함께 하기로 했는데, 나홍진 감독을 통해 국내 배우와 스태프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정적인 측면? 당연히 존재한다. 관객들이 지불한 티켓 값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할리우드 자본에 잠식당할 것인지, 상생을 하며 달릴지,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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