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19세의 김동현(활동명 MC그리)는 요샛말로 ‘금수저’다. 방송인 김구라를 아버지로 둔 덕분에 별다른 노력 없이 높은 유명세를 얻었다. 랩 실력은 특출 나지 않지만 자전적인 가사로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널리 알려진 그의 가정사도 한몫했다. 팬들은 김동현을 ‘리스펙’했지만 또래 래퍼들은 그를 ‘디스’했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그리고 외쳤다. “할 말 있으면 제 앞에 와서 하세요, 오케이?”
장용준은 바른정당 국회의원 장제원의 아들이다. 방송 이후 그의 가족 관계와 함께 과거 그의 행적이 함께 폭로됐다. 부모님을 향한 비도덕적인 발언, 조건만남을 시도했던 흔적들, 일진 논란…. 장용준은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지만 사람들의 관심마저 내려놓진 않았다. 스스로를 ‘관종’이라 칭하면서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고 Mnet ‘쇼미더머니6’에도 지원했다. SNS를 통해 남긴 장문의 사과문에서 장용준은 “내 음악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있고, 이것을 썩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등래퍼’에 등장하는 래퍼들 모두가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자퇴생 최하민도, 금수저 MC그리도, 자칭 ‘관종’ 장용준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유명세의 명과 암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유명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에 쥐면서.
제작진조차 ‘고등래퍼’가 지금과 같은 드라마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 초반, 래퍼들을 연출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얼마나 안일했던가. 카메라는 “한 여자에게 14번 차였다”는 남학생의 모습을 장난스럽게 담았고, MC를 맡은 하하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래왔듯 참가자들 사이의 러브라인을 주도했다. 비웃음에 가까운 멘토들의 미소 혹은 박장대소는 고등래퍼들의 ‘패기’를 ‘치기’로 만들었다. 멘토로 출연 중인 래퍼 딥플로우가 “분위기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던 스윙스의 ‘돼지’ 발언은, 스윙스가 강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그래서 그를 ‘멘토’가 아닌 ‘꼰대’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장 놀라운 의미를 가질 때는, 고등 래퍼들의 경쟁이 성인 래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스스로에 대해 어른들처럼 고민하고 어른들처럼 진취한다. 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게 아니라 자신 안에서 발생한다. 어떤 때에는 설익은 패기로 관성에 젖은 어른들은 능가하기도 한다.
어설픈 실력으로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것 마냥 랩을 하는 모습, 어정쩡한 폼으로 ‘아무 말’에 가까운 스웨그를 보여주는 모습이 우습고 유치하게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고등학생 래퍼들에겐 무대라는 시공이, 힙합이라는 세계가 전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전부를 향해 스스로를 다그친다. 순종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지나 스스로를 발굴하고 PR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되는 시대. 그 문을 지금 고등래퍼들이 열어젖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