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net ‘고등래퍼’ 안에서 양홍원은 서태웅(만화 ‘슬램덩크’ 주인공)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15년 Mnet ‘쇼미더머니4’와 2016년 ‘쇼미더머니5’에 출연해 성인 래퍼들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줬던 그는 무(無)에서 시작하는 또래 래퍼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였다. 쟁쟁한 실력자, 유명 가수들이 프로그램에 대거 참가했지만 양홍원의 우승은 사실상 오래 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양홍원은 지난 3월 31일 방송된 ‘고등래퍼’ 파이널 무대에서 총 점수 246점을 기록,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트로피를 손에 넣은 그는 “사실 그동안 좀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겨내고 우승을 했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냥 영광스럽기만 한 우승은 아니다. 실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지언정 자격에 대한 이견은 있었다. 양홍원이 ‘고등래퍼’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양홍원의 ‘일진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피해를 당한 적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제법 구체적인 경험담도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양홍원이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래퍼의 꿈을 갖게 된 이후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하며,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반성과 노력의 행실로 뉘우침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양홍원의 사과와 반성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최근 스윙스 논란을 재점화시킨 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 양의 말처럼, 지나간 일이라도 화나는 건 여전하고 상처받는 건 여전하다. 양홍원이 TV에 나오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래퍼로써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과거 그에게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 혹은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양홍원이 지고 가야 할 무게다. 왕관은 늘 무거운 법이지만, ‘과거’란 얼룩이 진 양홍원의 왕관은 더더욱 무거울 게다. 그가 ‘실수’라고 말한 과거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겼으며, 그 흔적은 가해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용서에 필요한 사과의 깊이나 진정성의 정도에 대해 아무도 답을 내릴 수 없다. 그저 기다려야 할 뿐이다. 피해자들의 상처가 흐려지길, 마침내 지워지길.
‘고등래퍼’ 파이널 무대에서 양홍원은 “첫 번째 꿈은 물거품이 됐고 꿈에서 깬 뒤 난 무너지게 돼. 그다음 반대로 더 비뚤어지게 됐고 그만큼 내 앞에 굽혀지겠지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라고 노래했다. “실수한 만큼 돌려받고”, “못난 과거이기 때문에 변할 자격을 갖고 그때를 씻겨가지”라는 가사도 있다. 노래의 제목은 ‘배러 맨(Better Man)’이다. 더 나은 사람, 이것은 양홍원이 피해자들의 용서를 얻기 위해, 훌륭한 래퍼가 되기 위해 반드시 이르러야 할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