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중기는 지금 뜨거운 관심이 한 가운데에 있다. 일제강점기 ‘지옥섬’으로 불린 군함도를 다룬 영화 ‘군함도’로, 그리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만난 송혜교와의 결혼 소식으로. 송중기에게 영화와 사랑에 대해 물었다.
Q. (인터뷰는 ‘군함도’ 개봉 전에 진행됐다.) 포털 영화-연예면이 송중기의 러브스토리로 뜨겁군요.
송중기: 하하하. (쑥스러워하며) 뭐부터 할까요. 결혼 이야기부터 할까요?
Q. (웃음)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셨군요! 언론과 처음 만나는 자리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텐데요.
송중기: 항상 그렇긴 한데요. 아무래도 중요한 큰 일 두 가지가 겹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Q. 중요한 두 가지 일. 하나는 먼저 언급하신 결혼일 테고. 나머지 하나는 ‘군함도’겠죠. 영화 이야기부터 할까요. 이 순간을 아주 오래 기다려 온 걸로 알아요.
송중기: 네. 스크린은 5년 만이에요. 사실 군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영화가 하나 있었어요. 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못했는데, 한 번 정을 준 작품이어서 그런지 군대 가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군대에선 ‘싸지방’(부대내에서 현역병이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일종의 PC방)이라고 하는데, 하루 일과가 끝나면 ‘싸지방’에 가서 그 영화가 어떻게 되고 있나 살펴보곤 했어요. 그래서인지 전역하면 무조건 영화를 해야지, 라는 생각이 강했고요.
Q. 하지만 운명은…
송중기: 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제 것이 있고, 제 것이 아닌 게 있다는 걸 깨달았죠.
Q. 그럼에도 만난 게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였습니다. 인연을 만나게 된.
송중기: (웃음) 또 하나 배운 거죠. 무조건 욕심을 내는 건 아니구나.

Q. 군대 가기 전 송중기 필모그래피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매 작품마다 전작의 이미지를 배반하려는 면이 있었구나란 생각을요. 영화 ‘늑대소년’(2012)과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에서의 이미지 변신이 그랬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뿌리깊은 나무’(2011)도 그랬죠. 그에 비하면 이번 ‘군함도’는 ‘태양의 후예’의 이미지 연장으로 보이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당신 필모에서 오히려 독특해 보이기도 하고요. 이에 대한 우려는 없으셨나요?
송중기: 충분히 그렇게 보실 수 있겠네요. 말씀하신대로 ‘늑대소년’을 한 후, 캐릭터 이미지가 반대에 있는 ‘착한 남자’를 했죠. 그런데 그건 공개 순서가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엔 이걸 보여줬으니, 다음엔 저걸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역할 변화에 대해 강박이 없달까요. 그리고 제가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 장고를 두는 배우가 아니거든요.
Q. 의외군요. 굉장히 오래 고민할 줄 알았거든요.
송중기: 그냥 시나리오를 보고 딱 ‘땡기는’ 걸 하는 편 같아요. 어떤 걸 의도한 적은 없어요. 의도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게 대기업들이 1사분기 2사분기 정하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과감하게 선택하는 편인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비쳐진 게 있었던 것 같네요.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태양의 후예’ 유시진, ‘군함도’ 박무영 모두 군인이다 보니 주위에서 연장이라고 보시는데, 정작 저는 선택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Q. 완성된 영화를 처음 만날 때는 어땠나요? 박무영의 등장이 꽤 늦잖아요? 35분 정도 지난 지점에서 아마 첫 등장한 걸로 알아요.
송중기: 저는 사실 영화 시작하고 1시간 뒤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빨리 등장해서 놀랐죠. 초반에 제가 안 나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보지는 않았어요. 영화 자체가 무겁잖아요? 참여한 사람도 힘든데 보시는 분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언론시사회 날 배우들과 모여서 함께 봤지만, 그렇게 긴장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소)지섭 형은 중간에 어지럽다며 잠시 다갔다 오시더라고요.
Q.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예상과 비교해서 어떻게 나왔나요?
송중기: 기대했던 건, 역시 탈출 시퀀스. 시나리오로 봤을 때 가장 압도되는 신이었어요. 한 신이 엄청난 양이었으니까요. 촬영도 무려 35회차 했어요. 한 달 반 동안 그 장면만 직은 거죠. 그래서 배우도 스태프들도 다들 너무나 궁금해 했어요.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하고 말이죠. 힘들었던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서 다들 고생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Q. 중국의 한 언론이 ‘군함도’ 이야기를 꺼내면서 일본에게 역사적 사과를 요구하는 논평을 냈더군요. 만든 이들의 의도가 어떻든 ‘군함도’는 스스로 자라면서 여러 이야깃거리를 만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도요.
송중기: 그렇죠. 떼려야, 뗄 수 없죠.

Q. 그 가운데 있는 배우는 이런 관심이 어떤지 궁금하군요.
송중기: 부담이 가장 큰 건 류승완 감독님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 말씀을 들으면 그 부담의 크기가 확 느껴지죠. 그래서 그런지 저희 배우들도 홍보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이렇게 진지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소재가 깊다보니 더욱 진중하게 되고요. 다만 저희는 외교부가 아니잖아요. 문화부도 아니고요. 저희는 배우로서 영화적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소재에 기대서 간다는 말은 정말 듣기 싫었거든요. 다만 그런 건 있죠. 많은 분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군함도의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희로선 더 없이 기쁠 겁니다.
Q. 영화의 힘을 어디까지라고 생각해요?
송중기: 엄청나죠. 누군가에겐 킬링타임용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의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게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가 제 생활이 됐고, 제 작업이 됐네요.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자기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저 또한 하면 할수록 이 일이 소중하다고 느껴요.
Q. 중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군함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일본 팬들도 적지 않은 걸로 아는데요.
송중기: 이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소탐대실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따른다고 생각해요. 의도치 않게 적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소신대로 솔직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왔어요. 아니다 싶은 걸 묵인하고 가고, 그래서 큰 영광을 얻는다면, 그게 과연 진짜일까란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그럼 돈은 더 벌 수 있겠죠. 다른 것들도 더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일단 류승완 감독님이 저를 보고 촌스럽다고 하신 것처럼, 그런 성격이 못 돼요. 알맹이가 없는데 그런 ‘척’ 하고 사는 것도 안 되고요. 그리고 말 그대로 ‘한 류’잖아요.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제 활동의 베이스는 한국이에요. 제가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다가 아시아에서 인지도가 생긴 게 아닙니다. 지극히 한국 작품을 하다가 잘 된 거죠. 그나저나 제 입으로 한류라고 하니, 참. 지섭이 형도 계시는데 말이죠.(웃음)
Q. 일본 팬들의 반응도 궁금하긴 할 것 같아요.
송중기: 언론시사회 전 주였어요. 데뷔 초부터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일본 팬 분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그 분의 편지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힘이 됐어요.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군함도’ 개봉을 앞두고 본인의 입장을 적으신 편지였어요.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됐어요. 제 선택이 맞구나 라는 확신을 조금 더 확인할 수 있었죠.
Q. 어떤 편지인지 유추가 되네요.
송중기: 그런가요.(웃음)

Q. ‘군함도’를 둘러싸고 ‘국뽕 영화’라는 단어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송중기: 저도 그런 기사들을 봤는데요, 저는 사실 ‘국뽕’이란 의미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히려 여쭤보고 싶어요. ‘국뽕’이 뭔지. 찾아보긴 했어요. 그게 무슨 ‘국가+히로뽕’이라면서요?
Q. 엇! 그런 합성어인 줄은 지금 알았습니다.(웃음)
송중기: 그런데 그게 인터넷에서 쓰였던 단어인 거잖아요? 어디에서 시작된 단어인지 모르겠는데, 맹목적으로 나라를 신봉하는 걸 의미한다면 당연히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국뽕’의 의미가 ‘감성팔이’라면, 더욱 더 그렇고요. 그래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그런 것에 기대서 갔다면 만드는 저희가 오히려 더 속상했을 거예요. 저희는 프로니까요. 아마 류승완 감독님께서 그러한 일각의 우려들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셨을 거예요.
Q. 류승완 감독님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송중기: 사람으로서도 멋있고, 영화쟁이로서도 멋있으세요. 일단 영화적으로 봤을 때, 온통 머릿속에 영화 생각뿐이세요.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되려면 저 정도로 미쳐야 되는구나’ 라는 걸 옆에서 여실히 느꼈죠. 그리고 굉장히 달변가시죠. 그건 어떤 기교가 아니라 평소 확고한 마인드에서 나온다는 걸 느껴요. 감독님에게 또 감동 받은 건, 사회 정치 문화 상식적인 것들에 대한 해박한 관심이에요. ‘군함도’를 촬영했던 타이밍이 작년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예요. 함께 그 시간을 보내면서 감독님에게 직간접적으로 들은 것들이 많았어요. 감독님 주변에 또 다양한 지인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270-300억 규모의 영화에 출연하는 건 배우 송중기로서 엄청난 경험이지만, 류승완 감독님을 만나 건 청년 송중기에게 엄청나요. 더듬이가 더 많아졌다고 할까요. 굉장히 발전적인 시간이었어요. 굳이 예를 들자면, 한 번도 안 봤던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을 그 영향으로 거의 다 봤던 것 같아요.
Q.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네요. 송혜교 씨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잖아요?
송중기: 하하하. 엄청 많죠~
Q. 류승완 감독님, 송혜교 씨.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자극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송중기: 그럼요. 혜교 씨는 책임감이 큰 자리를 오랜 시간 경험해 온 배우에요. 저야 이제야 시작이지만요. 이젠 그녀와 연인사이가 됐지만 평소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아시아에서 주목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더 진중해져요. 그리고 혜교 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 ‘척’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더 공부를 하려고 해요. 그런 면들이 비슷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제 연인이지만, 그녀를 더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굉장히 많은 부분에 있어서… 아유, 이거 팔불출 같네요.

Q. 왜요, 듣기 좋습니다.(웃음)
송중기: 아후~ 맥주 한 잔 마시며 할 이야기를.(웃음)
Q. ‘늑대소년’에서 철수(송중기)와 순이(박보영)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죠. 영화를 보면 사랑이라는 게 상대방에게 길들여지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떠신가요? 사람이 사람에게 온전히 길들여 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송중기: 충분히 길들여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상대방에게 길들여진다는 말이 굉장히 아름답게 들리네요, 그때에 비해서. 앗! 이러면 박보영 씨에겐 좀 미안한데.(일동웃음) 지금 비로소 와 닿네요. 굉장히~ 아후~ 또 너무 팔불출 같네.
Q. 사랑은 개인의 영역인데, 연애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생중계가 되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송중기: 궁금해 하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는 배우예요. 관심을 받고 싶다고 하면서, 연애에 있어서는 관심을 받기 싫다고 하면 웃긴 일이죠. 다만, 저희가 배우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커플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커플이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저희끼리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도 있어요. 그런 부분들까지 자세하게 다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은 양해를 부탁드려요.
Q. 그럼요. 진심으로 (결혼)축하드립니다.
송중기: (크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