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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 종영①] 그런데도 사랑 타령이 하고 싶니?

▲'병원선' 하지원(왼쪽) 강민혁(사진=MBC)
▲'병원선' 하지원(왼쪽) 강민혁(사진=MBC)

“그런데도 사랑 타령이 하고 싶니, 넌?”

2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 송은재(하지원 분)는 곽현(강민혁 분)을 좋아하지 않느냐며 그와 연애라도 한 번 해보라는 동생 송우재(이민호 분)의 말에 부모님의 불행했던 결말을 일깨워주며 이렇게 되물었다. 하지만 짐짓 시니컬한 척 하는 은재의 눈은 벌써부터 곽현에 대한 사랑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몇 안 되는, ‘병원선’의 명장면 중 하나다.

‘병원선’은 말 그대로 ‘배(船)에 있는 병원’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섬마을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생긴 시스템이다. 실제 병원선에는 외과 의사가 탑승하지 않지만 드라마 ‘병원선’은 천재 외과의 송은재를 병원선에 태웠다. 드라마틱한 설정과 장면을 보여주기에 외과 수술만큼 적합한 장르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행했을 것이다.

그래서 ‘병원선’은 극적 재미를 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가졌다.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과 수술을 해야 하는 송은재의 처지는 MBC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 분)이나 SBS ‘용팔이’의 김태현(주원 분)을 떠올리게 만들고,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툴렀던 인물이 인간적으로 성장해간다는 설정은 SBS ‘낭만닥터’의 강동주(유연석 분)과 닮았다. ‘미생’ 의사들의 성장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SBS ‘외과의사 봉달희’가 연상되기도 한다.

▲'병원선' 하지원(왼쪽) 강민혁(사진=MBC)
▲'병원선' 하지원(왼쪽) 강민혁(사진=MBC)

‘병원선’이 택한 것은 ‘사랑 타령’이었다. 사랑, 좋다. 청춘남녀는 뜨겁게 사랑을 불태우고 의사의 의료 행위에는 숭고한 사랑이 깃들어 있다.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동료 간의 사랑은 때로 기적을 부르고 계산 없는 순수한 사랑은 차갑게 돌아선 이의 마음을 순식간에 녹이기도 한다. 의사들의 ‘사랑 타령’ 또한 제대로 그려내기만 한다면 충분히 재밌다. 가장 최근에는 SBS ‘닥터스’가 병원을 배경으로도 얼마나 흥미로운 로코를 만들 수 있는지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선’의 사랑 타령은 오래되고 진부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픈 가정사를 가진 주인공, 모든 위기를 극복했을 무렵 갑작스레 찾아오는 병(그것도 또 암이란다), 기적적인 완치와 완벽한 해피엔딩…. 트렌디함을 최대 덕목으로 삼는 미니시리즈 장르에서 근래 들어 찾아보기 힘든 클리셰적 설정이다.

가장 큰 약점은 마지막회에서 발견된다. 골육종 발병 사실을 알고 병원선 식구들을 떠나 그토록 사랑하는 곽현에게까지 거짓말을 한 송은재는 언제 눈물바람을 했냐는 듯 순식간에 낫는다. 수술대에 누운 송은재가 “외과의사가 필요하다고요?”라는 말과 함께 병원선에 다시 등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드라마 상에서 채 10분 남짓. 골육병이 너무 쉽게 완치됐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는 무리 없는 것일지 몰라도,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찾아온 해피엔딩은 앞선 갈등 상황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 “고작 사랑이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는 메시지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고민 없는 결말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매력적인 소재를 한 데 엮어놓고서, 그런데도 사랑 타령이 하고 싶었을까. 그랬다면 좀 더 제대로 했어야 했다. 고작 사랑이지만, 그래도 사랑이니까.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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