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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동근, 죽어야 사는 남자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배우 양동근(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양동근(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양동근은 MBC 금토드라마 ‘보그맘’ 종영 인터뷰를 진행한 첫 날,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기사가 올라오는 걸 봤는데 기사에 적힌 사람은 내가 아니었어요.” 그것은 양동근에게 “영혼을 괴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열렬한 자세로 자신을 드러낸다. “중요한 건 기자님들과 대면한 이 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열성적인가예요. 우리가 같이 호흡하는 한 시간, 거기에 헌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연기경력 30년 차 “롤 모델을 보여줄 수 있어야겠다”

양동근은 아홉 살의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했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마냥 신기했던 꼬마 양동근은 모친을 졸라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이른 데뷔는 이른 성공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한 생활은 아니었다. 길을 걷다 낯선 어른이 손을 붙잡으며 아는 체, 친한 체를 하는 것을 그는 견뎌야 했다. “말이 없고 폐쇄적인 성격이 거기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자신의 말이 왜곡되는 게 싫어 인터뷰를 꺼리던 시절도 있었다. 대신 노래를 통해 자신의 말을 이야기했다. 어슬렁거리듯 말했다. 때론 슬픈 듯 들리기도 했다. “새롭게 엎친 데 겹치는 고난에 고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신이 두려워 난.”(‘나는 나뻐’) 양동근은 언제나 순수한 진실을 추구했다. 그에게 반(反)시스템적인 인상이 있었다고 말하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사람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보였고 실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인이라서 맘이 아파”하던 양동근은 하지만 최근 자신의 책임감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공인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상, 내 뒤를 따라올 후배를 위해 롤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죠.”

▲배우 양동근(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양동근(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죽어야 사는 남자

양동근은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말한다. 문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 “양동근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가장이 배우 일을 하는 거예요.” 앞선 인터뷰에서 ‘그래도 배우이니까’로 시작하는 질문을 거듭 마주했다는 그는 “그것(배우라는 위치)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집을 잘 꾸려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든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몇 년은 양동근에게 “나를 죽이는 시간”이었다. ‘아버지’로서의 역할과 ‘예술가’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던 시간. 양동근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양동근이 살아있으면 아빠로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없겠더라고요. 만약 제가 아빠로서 탈바꿈하지 못했다면 ‘보그맘’도 하지 않았을 테고 어쩌면 집을 뛰쳐나갔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를 계속 죽여요. 그 시간이 길었어요.”

하지만 이것은 희생이 아니다. 양동근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내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모든 고뇌와 힘듦이 날아간다는 양동근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연기를 놓을 수 없다. 모든 그래서 양동근은 지금 죽어야 사는 남자다. 그는 자신을 죽였다고 말했지만 ‘아빠’라는 이름 안에서 배우 양동근은 끝없이 다시 태어난다.

“(배우와 아빠 사이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요. 기억은 계속 나잖아요. 예전에 잘 나갔던 때가, 쯧.(웃음) 하지만 부딪힘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은 이제 지나간 것 같아요. 이젠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는 관점이 생겼거든요. 좀 더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더 모험심이 생겼죠. 살아야 하니까요.”

▲배우 양동근(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양동근(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이젠 배우 뒤의 ‘삶’이 보여요.”

어린 시절 양동근의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는 자신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DNA가 조금도 없다고 절감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니 저는 사랑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는 자신이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일 대신 아내의 눈물을 거둘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입장을 바꾸고 바꾸고 또 바꿔서” 찾아낸 가장의 책임. 그건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아빠’ 양동근은 때로 외롭다. “저 나름대로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걸 몰라줘요. 그래서 아빠들이 외롭대요. 그런데 입장을 바꿔보면 엄마들도 외로울 때가 있겠죠.” 그래서 그는 ‘인정받는 아빠’가 아니라 노고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우뚝 잘 서 있을 수 있는 아빠”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빠의 삶은 바쁘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등원시켰다가 다시 하원시켜 씻기고 먹이고 재우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대본을 완전 숙지해 현장에서 대본을 안 보는 배우로 ‘자칭’ 유명했다”는 양동근은 이제 촬영 전날에도 대본을 들여다 볼 시간이 빠듯하다.

“현장에 준비를 많이 못 해 가요. 스스로를 많이 내려놨다고 하는 게 이것 때문이에요. 제 일을 다 해놔야 아내가 덜 힘들거든요. ‘양동근 배우인생 30년에 현장에서 이게 웬 말이냐’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제겐 가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배우와는 멀어지고 있다”는 그는, 하지만 치열한 생업의 가운데서 ‘삶’을 봤다. 그가 마주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은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존재하기 보다는 각자의 삶을 지닌 인간으로서 존재한다. 양동근은 그들의 삶을 “치열하지만 아름답다”고 말했다.

“생계형 배우는 위대해요. 예전에는 그건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너무 반성이 돼요. 현장에서 대본을 보는 사람, 예전에는 ‘준비 안 해왔네. 배우는 다 준비해 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뒤에 얼마나 처절한 삶이 있는지 보게 돼요. 먹는 것, 사는 것, 생계. 그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느낀 거죠. 삶이 제일 중요해요. (배우로서 위치가)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름다워요. 처절하지만 아름답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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