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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는… 종현, 산하엽

▲샤이니 종현 빈소(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샤이니 종현 빈소(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일본에서는 매해 6~7월 경 산하엽이라는 꽃이 핀다. 물에 젖을수록 투명해지는 꽃이다. 그룹 샤이니 종현은 2015년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 인생을 꽃과 시간으로 표현해 달라”는 사회초년생 청취자의 요청에 ‘산하엽’을 꼽았다. ‘산하엽’은 후에 그의 솔로곡 제목으로 또 직접 써낸 산문집의 제목으로도 쓰였다. 물에 젖을수록 투명해지는 꽃.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는 꽃.

18일 세상을 떠난 종현의 발인식이 21일 오전 엄수됐다. 남자 형제가 없는 고인을 위해 상주를 자처했던 샤이니 멤버 온유, 키, 태민과 소속사 선배인 슈퍼주니어 이특, 동해, 예성, 은혁이 운구를 운반했다. 민호는 고인의 친누나와 함께 영정을 들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등 소속사 식구들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조문 기간 내내 울음을 삼켰던 팬들은 고인을 떠나보내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종현은 18일 오후 6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친누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119에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룹 샤이니 종현(사진=SM엔터테인먼트)
▲그룹 샤이니 종현(사진=SM엔터테인먼트)

고인은 이달 초 단독 콘서트를 열기 며칠 전 동료 가수 나인(디어클라우드 보컬)에게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공개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유서를 건넸다. 그는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면서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고인은 생전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나를 미워한다”고도 했다. 나인은 유서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했지만 내가 종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면서 “이제라도 종현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재능 많은 아티스트였다. 2008년 샤이니 메인보컬로 데뷔한 그는 2015년 첫 솔로 음반을 낸 뒤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을 병행했다. 가수 이하이, 아이유, 그룹 엑소에게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선물하기도 했다.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를 진행하며 라디오DJ로 청취자들과 만났고 산문집을 펴내 작가로도 데뷔했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고인의 노래는 많은 순간 타인을 향했다. 이하이는 고인을 추모하는 글에서 그가 작곡한 ‘한숨’에 대해 “노래를 듣고 녹음하며 힘든 일은 잊고 많은 분들 앞에서 위로했다. 감사했다”고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시절에는 청취자들의 고민을 제 것인 양 흡수했다. 성심껏 공감했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지나고 나니, 그의 말(言)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얼마나 투명한 영혼이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고인은 유서에서 이겨낼 수 있는 건 흉터로 남지 않는다고 했다. 잊힐 수 없는 것 역시 깊은 자국을 남긴다. 그가 남긴 슬픔은 이겨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어서 흉터 또한 쉽게 아물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전 고인이 들려줬던 노래와 이야기는 상처보다 끈질기게 남아 누군가를 다시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물에 젖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는 꽃 산하엽처럼 그의 영혼의 조각은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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