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아침, 저녁 뉴스를 책임질 다섯 명의 앵커가 부끄러웠던 과거를 털어놓고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변화를 약속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2층에서는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 개편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뉴스데스크’ 주중-주말 앵커로 낙점된 박성호 기자, 손정은 아나운서, 김수진 기자, ‘뉴스투데이’의 진행을 맡은 박경추 아나운서와 임현주 아나운서가 참석했다.
참석한 앵커 대부분 2012년 총 파업에 참여했다가 부당 전보돼 제대로 마이크를 잡지 못했던 인물. 특히 박성호 기자는 5년 전 해임됐다가 최승호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복직,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는 복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한 마디로 정신이 없다. 악몽을 꿀 정도”라고 답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책임감은 남다르다. 그는 “얼마 전, 한 후배로부터 ‘선배는 우리 모두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을 대표해서 전달하는 사명감을 가지라는 얘기 같아서 부담이기도 하지만 책임감으로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뉴스데스크’를 떠나 있던 지난 5년은 암담한 시간이었다. 앵커들은 입을 모아 “MBC뉴스를 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던 때는 세월호 참사 보도 때다. 당시 MBC는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를 내고, 이후에도 유가족 택시기사 폭행‧사망 보험금에 대한 보도를 지속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당시를 떠올리며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새로워진 ‘뉴스데스크’는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으로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박성호 앵커는 “첫 날은 변화를 보여주기 보다는 그동안 우리 뉴스에 대한 반성과 ‘뉴스데스크’가 어떤 방향으로 거듭날지 각오는 분명히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단발식 보도를 늘어놓는 백화점식 보도를 벗어나 심층적인 이슈 분석과 설명, 다양한 의견 전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박성호 앵커는 “포맷 변화는 당장 크게 없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내용의 변화를 통해 달라진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면서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변한다는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일치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JTBC ‘뉴스룸’의 소셜라이브 프로그램과 같이 시청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취재망 복귀다. 평일 ‘뉴스데스크’에서 청와대 출입 취재기자로 뉴스를 전하게 될 김수진 앵커는 “국회 취재를 7-8년 만에 하게 됐다. 취재원과 연락이 끊겨 있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노력해 복구할 것”이라면서 “당장 예전의 취재력이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곧 좋은 뉴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MBC 기자들에겐 저력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 진행을 맡게 된 박경추 앵커와 임현주 앵커의 의지도 남다르다. 2년 전 김장겸 전 사장 체제 아래서도 아침뉴스 진행을 맡은 바 있었던 임현주 앵커는 “당시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좀 더 적극적으로 비판정신을 갖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다”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MBC뉴스에서 앵커를 맡게 된 것이 또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추 아나운서는 “구성원들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내가 직접 뉴스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못했던 뉴스, 하고 싶지만 막혔던 뉴스, 가슴에 담고 있었던 아픔 같은 것들이 좋은 뉴스로 나타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한편 '뉴스데스크'는 매일 오후 7시 55분, '뉴스투데이'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6시, 토요일 오전 7시에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