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형 SNS에 악플 단 적 있어? (중략) 필터 거치지 않고 (말해 봐)”
“박명수… X발, 너무 비호감이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세모방 – 세상의 모든 방송’ 한 장면. 안티 팬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개그맨 박명수는 자신을 싫어하는 일곱 명의 시청자와 식사를 함께 했다. 이들이 박명수를 싫어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었고 개중에는 그가 타인을 비난하는 모습이 비교육적이라는 꽤나 합리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의 면전에서 욕설이 섞인 댓글을 읽게 하거나 “가족 전체가 아오지 탄광으로 추방됐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을까. ‘세모방-안티세끼’ 특집이 방송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특집은 4개월의 준비 기간 끝에 완성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안티 7명의 선별”하기 위해 수많은 면접을 거치기도 했다. 팬들과의 모임을 기대하고 자리에 참석한 박명수는 그들이 자신의 안티 팬임을 알고 몹시 당황했으며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억장이 무너졌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제작진은 안티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박명수의 노력을 보여주면서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 박명수의 진면목이 안티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4개월 뒤 안티팬 전원이 박명수의 팬이 됐다고 알리며 “변화된 안티 팬들의 모습이 훈훈함을 선사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피엔딩이 프로그램을 해피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면전에서 들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여전히 보기 불편하고 그것을 구경거리 혹은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연출은 여전히 폭력적이다.
이번 방송이 박명수를 개선시키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의 몫은 “박명수 X발, 너무 비호감이네”와 같은 댓글을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명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라면 제작진은 그를 섭외하지 않는 것이 맞다. “나로 인해서 불쾌감을 느낀다면 나도 바뀔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박명수의 성토는, 이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됐다.
‘세모방-안티세끼’ 편은 박명수가 안티 팬들 앞에서 당황하고 상처 받는 모습을 오락거리로 여겼다. “박명수가 호통 치는 모습이 교육적이지 못하다”며 프로그램에 출연한 안티 팬이, 박명수가 욕설을 듣고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 짓는 모습은 그렇다면 얼마나 교육적인가.
과거 케이블 채널의 한 음악프로그램에서도 출연 가수들에게 악플을 직접 읽게 만드는 코너를 만들었다가 호되게 비판 받은 바 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사랑 받아야 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라지만, 불특정 다수의 안티 팬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 그들의 의무는 아니다. 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개인기를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더더욱 그렇다. ‘세모방-안티세끼’가 보여줬다고 자평한 박명수의 진정성은 감정노동자로서 연예인들이 겪어야 하는 불합리함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