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배우 유준상은 올해 여름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이준화와 아프리카로 떠났다. 두 사람이 결성한 제이앤조이트웬티(Jnjoy 20)의 새 음반을 위해서다. 낮에는 종일 걷다가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음악을 만들었다. “준화야. 너 아까 봤던 호수 기억 나냐?” 유준상이 말을 걸면 이준화는 기타를 퉁겼다.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그 곳에서의 찰나를 음악으로 만드는 거예요.” 아프리카를 담은 음악은 내년 5월 음반으로 발매된다.
유준상은 2013년 이준화와 함께 그룹 제이앤조이트웬티를 결성했다. ‘준상’과 ‘준화’에서 각각 J를 따오고 ‘즐기자’는 의미에서 조이를 넣었다. 트웬티(20)는 두 사람의 나이 차다. 두 사람은 유준상이 제작한 그룹 타우린의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정보통신회사에 다니고 있던 이준화는 함께 음악을 하자는 유준상의 제안에 회사를 관두고 생계형 뮤지션이 됐다. 이준화는 “충동적으로 내렸지만 좋은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준화는 유준상을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때로 ‘형님’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했다. 뭐든 이준화보다 20년 일찍 경험했을 유준상은, 그러나 이준화가 겪는 시행착오들을 지켜보면서도 그의 인생에 섣불리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준화와 남해 여행을 할 때 만든 로드무비인데, 어린 친구들에게 잔소리하는 어른들을 채찍질하는 영화에요. 저를 ‘디스’하는 영화죠.”
유준상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의 바람은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연출작 ‘아직 안 끝났어’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15개 도시를 돌며 만든 이 영화에서 유준상은 스스로를 혼낸다. “저를 혼냄으로써 제가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만드는 거죠. 좋은 어른이 돼야겠다, 열린 생각을 해야겠다, 다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멈추지 못하는 오지랖도 있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 준화랑 매니저를 불러다 놓고 계속 얘기해줘요. 투표도 하라고 강요하고…으흐흐흐흐.”
제이앤조이트웬티로 벌써 5년 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인지도는 아직 아쉽다. “뮤지컬을 하면 극장이 꽉 차는데 여기(제이앤조이트웬티 공연)에 오면 (관객이) 없어요.” 하지만 유준상은 오히려 “팀이 유명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인지도가 낮다는 건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5년 째 활동을 이어오면서 뿌듯한 성취도 쌓여간다.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봐줘요. 올해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EBS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했어요. 제작진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셨죠.” 음악 업계 종사자들도 두 사람의 행보를 응원한다. “유명한 작곡가가 우릴 보며 자신도 반성하게 된다며 힘내라고 말해줬어요. 굉장히 좋았습니다.”
유준상은 책도 내고 영화도 만든다. 하지만 자신의 작업물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그는 한계를 절감했다. “잘 되는 쪽만 밀어주는 구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든 책이나 음악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유준상은 자신의 두 번째 책 ‘별 다섯 개’를 독립 출판사를 통해 출판했다. 음악 또한 트렌드와 마케팅에 주력하는 대신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에 충실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음악을 온전히 음악으로 듣는 분들이 점점 생기고 있어요. 아직도 우린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가 마무리되는 이달 31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제이앤조이트웬티의 단독 공연을 연다. 공연명은 ‘막공’이다. “올해 진정한 의미의 ‘막공(마지막 공연)’을 해보자는 의미에요.” 유준상은 공연장에서 자주 운다. 눈물이 많다며 머쓱해 하던 그는 “순간에 몰입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발표했던 제이앤조이트웬티의 노래를 되살려 부를 예정이다.
내년에는 아프리카와 경주를 여행하며 만든 음악을 음반으로 낸다. 경주는 특히 인상적인 여행지였다. 유준상은 그곳에서 만난 수묵화 화백 ‘소산’ 박대성 선생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음반에는 유준상이 박대성 선생을 보며 만든 노래도 실린다.
“박대성 선생님은 한 쪽 팔이 없으세요. 그런데 그것이 당신의 스승님이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크게 와 닿았습니다. 저 또한 그 분의 연세까지 그 분과 같은 마음을 잃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연마하고 있어요. 저를 도전하게 만들고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이 결국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됐습니다.”
유준상은 “어느 순간 놀이와 꿈과 일이 하나로 뭉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그가 쓰고자 하는 글에 영감을 주고, 공연을 위해 노래를 연습하면서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함께 다진다. “제가 하는 일들은 모두 제가 하고 싶은 것들과 연결돼요. 이젠 누가 더 많이, 오랫동안 (창작 활동을) 하느냐의 싸움이에요. 저 역시 제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