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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이경의 새로운 얼굴...‘붉은달 푸른해’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HB엔터테인먼트)
(사진=HB엔터테인먼트)

유쾌하고 긍정적이다, 배우 이이경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다. 밝은 이미지는 이이경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대중에게 하나의 이미지로만 굳혀지는 건 배우로서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붉은달 푸른해’는 이이경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그가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작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붉은달 푸른해’에서 이이경은 형사 강지헌 역을 맡았다. 강지헌은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원칙주의자다. 이이경이 주목받았던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철없고 친근한 캐릭터와 정 반대되는 인물. 때문에 이이경에게 결코 쉽지 않았던 도전이었지만, 이이경은 대중의 악플을 각오하면서까지 이 작품을 선택했다.

“나도 내가 느끼는 내 모습이 있지 않나. 내 얼굴만 봐도 웃기다는 분들도 계신다. 그동안 내가 워낙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붉은달 푸른해’는 너무 어두운 내용이다. 아동학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흉내만 냈다가는 들통 나는 건 물론이고 작품에 피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지금에 와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당시에 나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들 나를 믿어 주셨고, 나도 준비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악플을 각오하면서 선택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끝까지 다 이겨내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사진=HB엔터테인먼트)

이이경의 말처럼 ‘붉은달 푸른해’는 단순히 폭력의 피해자를 다룬 스릴러가 아니라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직면해지 못했던 이 소재를 ‘붉은달 푸른해’는 과감하게 전면으로 다뤘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딜레마에 빠지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그릴 수 없기에 답답한 장면도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괴로워하는 인물들과 함께 아파했고 공감했다.

“살면서 아동 학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거의 없다. 감독님에게도 이런 일이 실제 있냐고 물어봤다. 실제는 더 해서 드라마로 담을 수 없다고 하더라. 아이들이 우는 것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힘들었다. 게다가 우리 드라마에는 사이다 같은 장면이 없다. 강지헌이 모든 걸 쏟아 부으며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사건 자체가 누군가를 통쾌하게 잡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서 오는 데서 오는 답답함이 있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가운데, 모든 일에 무심한 강지헌 만큼은 겉으로 보기엔 트라우마가 없는 인물처럼 보인다. 인물의 전사 또한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강지헌이 여자친구에게 집착을 하거나 아이를 어려워하는 부분에서 그의 트라우마를 짐작해볼 수 있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우리끼리는 지헌이 트라우마가 있는 걸로 봤다. 초반 지헌은 아이를 성가시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엔 아이를 갖는 이유가 뭔지 알게 된다. 우경(김선아 분)도 지헌에게 ‘하나가 많은 걸 깨닫게 해줬네요’라고 말을 하는데, 그 대사 안에 많은 게 들었구나 싶었다. 형사 지헌이 아동학대를 다루면서 성장한 것이다. 자세하게 대사로 설명되지 않아 아쉬워하는 분도 계시지만, 지헌의 트라우마가 모두 풀려버리면 시청자들이 지헌을 동정할 것 같았다. 그 친구의 아픔이 있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사진=HB엔터테인먼트)

다소 어려운 상황과 감정은 밀도 높은 대본으로 표현됐다. 덕분에 ‘붉은달 푸른해’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 받았다. 특히 강지헌 캐릭터는 시청자와 가장 가깝게 있던 인물로, 사건의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해주며 공감대를 이끌었다.

“대본이 어려웠던 것이 맞다. 한 번 읽고는 절대 모른다. 소설 같아서 그림을 그리면서 읽었다. 나는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꾸면서 설명을 해야 하는 거다. 감독님이 ‘누구나 살면서 아픔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 생각을 하면서 대본을 봤다. 가장 좋았던 대사는 마지막회에서 범인을 잡았지만 ‘나 스스로 자랑스럽지가 않다’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종영날 새벽 3시쯤 찍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신이었다.”

아쉬운 부분은 시청률이었다. 웰메이드임에도 불구하고 장르물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중간 유입이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붉은달 푸른해’는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5%대를 유지했다. 이이경은 고정 시청자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붉은달 푸른해’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시청률이 고정적이라 시청자들과 함께 가는 기분이었다. 채널을 올리면 ‘남자친구’, 내리면 ‘황후의 품격’이 있지 않았나.(웃음) 장르도 다르고 센 작품들만 있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시청률로 분위기 달라지거나 마음가짐이 흐트러진 적은 없었다. (김)선아 선배가 나에게 ‘이 작품 한 거 정말 후회 안 할 거야. 나중에 돌이켜봐도 정말 좋을 거야’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말에 의지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유독 이번 작품은 촬영 기간이 짧게 느껴졌다. 강지헌이란 캐릭터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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