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원시의 숲 곰배령에서 사는 산을 닮은 사람들이 전하는 넉넉한 한 상을 만나본다.


곰배령에 사람이 사는 마을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강선마을. 23년 전, 강선마을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어룡 씨. 계곡이 흐르는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지어룡 씨의 집은 아들의 고향이자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학업 때문에 떨어져 지낸다는 아들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찾아왔다. 아들과 함께 지었던 집에 흙을 발라 빈틈을 메워 겨울을 준비하는 부자(父子)! 산에서 살아가려면 더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지어룡 씨에게 곰배령은 그저 풍경이 아름다운 곳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집 뒷마당에 떨어진 잣 몇 개를 주워 아들이 좋아하는 잣죽을 한 그릇 끓여내고 집 주변에 흔하게 자라는 당귀를 캐서 수제비도 한 그릇 끓여낸다. 겨울에 말려둔 황태를 불에 구워 아들과 별미도 나눈다. 곰배령에 살며 숲이 주는 것이 마냥 좋다는 지어룡씨. 아들이 숲을 닮아 배려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아들의 영원한 고향, 곰배령에서 인생 참 맛을 맛본다.

그러나 옛날에는 산비탈을 일궈 당귀 농사와 콩, 팥 농사를 짓고, 농사지은 것들을 짊어지고 장터를 다니던 고단한 삶의 고개였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조대원, 허순근 어르신 부부. 주변의 사람도 풍경도 세월 따라 변해가지만, 여전히 노부부는 당귀를 덕장에 말리고, 땅을 파서 농사지은 감자와 무를 보관하며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잘 말린 당귀에 닭 한 마리 넣어 끓이며 지나간 추억을 회상한다.


옆집 살던 오빠, 동생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박병우 씨는 찬 서리가 내리니 마음이 바쁘다. 배추가 얼기 전에 수확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귀둔리는 겨울이 길고 봄이 늦어, 늦은 봄에 심어둔 감자 위에 배추와 무를 심어 곰배령식 이모작을 하고 있다. 부지런히 수확해서 김장을 마쳐야 한다는 부부. 김장한다는 소식에 딸들과 사위까지 모였다. 김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위들에게 곰배령의 손맛을 보여주려 나선 박순덕 씨.

옛날부터 김장할 때면 마른오징어를 똑똑 썰어 넣고 속을 채우시던 시어머니의 비법을 담아 마른오징어김치도 담으니 겨울 김장이 알차게 끝이 난다. 돌아온 곰배령에서 욕심 없이 남은 인생 재밌게 살고 싶다는 박순덕 씨. 서로 알콩달콩 지내며 고향에서 3번째 겨울을 맞는 부부의 따뜻한 밥상을 만난다.

겨울이 다가오면 집마다 가마솥에 다래 넝쿨을 넣고 삶아 설피 만드느라 마을 사람들은 분주했다. 눈이 가득 오면 설피를 신고 길을 내기도 하고 사냥을 나서기도 했다는 설피 마을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길도 좋아지고 예전처럼 눈도 많이 오지 않는다. 옛날을 기억하는 원주민들보다 외지에서 와 정착한 귀촌인들이 더 많아지는 요즘, 곰배령의 탐방로가 40일간 통제되면 마을 사람들은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고 이웃들과 오순도순 모이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