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등 기존 미디어들이 제작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수의 해외 드라마들까지 안방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콘텐츠 대홍수 속에서 좋은 콘텐츠의 정보를 미리 접하는 건 필수가 됐다.
'비즈X웨이브 리뷰'는 비즈엔터가 국내 첫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 큐레이션 코너다. 놓치기 아쉬운 고퀄리티 콘텐츠들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편집자 주]
웨이브가 지난 1일 23, 29, 35, 42세 여성들의 사랑과 삶에 대해 풀어내는 옴니버스 드라마 '러브씬넘버#'를 공개하며, 2021년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작을 알렸다.
네 가지 에피소드 중 두 번째 이야기는 착한 아이로 자라 착한 어른이 된 29세 하람(심은우)이 생애 첫 일탈을 하면서 시작한다.
하람은 착한 아이였다. 착한 아이는 자라서 착한 어른이 되려 한다. '말을 잘 들어야만 버림받지 않는다'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형성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 상대방의 기준에 본인을 맞추기 위해 개인의 욕구나 소망을 지나치게 억압하기도 한다.
열 살이 되던 해, 아빠의 외도로 부모님은 이혼했다. 엄마는 매일 밤마다 딸의 등에 대고 "너 때문에 죽지 못해 산다"라고 말하면서 울었고 하람은 '엄마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때부터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내는 딸이 됐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교대에 진학했고, 건실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람이 엄마 삶의 이유였던 것처럼 엄마의 행복은 곧 하람의 행복이었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까지 하람의 삶에 1순위는 엄마였지만, 엄마인 선화(윤유선)는 달랐다. 결혼을 앞둔 딸에게 자신은 남자친구와 함께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거라고 했다. 하람은 평생 엄마를 위해 살아왔지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꼈다. 자신의 삶을 투영했던 엄마의 인생이 분리되자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갔고 혼란스러웠다. 결국 하람은 결혼식 당일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버진 로드가 아닌 길거리로 향했다.
결혼식장에서 도망치고 나서야 누군가의 딸이 아닌 인간 이하람으로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인지, 한 번도 뜨거운 사랑을 나눠본 적 없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은 괜찮은 것인지.
3년을 만난 정석(한준우)과의 관계는 작은 마찰이나 소음도 없이 무난했다.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했고, 늘 하람을 먼저 생각해 주는 정석의 배려 덕분에 결혼 준비도 수월했다. 그런 정석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람은 감흥 없는 관계가 이어질 때도 자신을 숨긴 채 거짓으로 착한 어른이 됐다.
스물아홉의 하람이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이유에는 엄마에 대한 배신감이나 확신할 수 없는 결혼도 있었겠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결심이 가장 컸을 것이다. 본인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 첫 번째 일탈은 삶의 기준을 오롯이 본인만의 것으로 세우기 위한 첫 번째 용기였다.
서른을 앞둔 하람도 가족과의 관계부터 일과 사랑까지 모두 어렵다. 확신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하람의 이야기는 몇 살이 되든 누구나 여전히 방황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나온 삶을 부정하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도 삶의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스물아홉을 지나쳐 온 사람에게는 공감을, 스물아홉이 두렵기만 한 사람에게는 위안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러브씬넘버#'는 삶의 변곡점에 선 네 명의 여성들을 통해 다양한 사랑을 그려내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특히 29세 하람 편과 35세 반야(류화영) 편은 히든 에피소드로 오직 웨이브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 이 리뷰는 웨이브 공식 에디터 '염지수 '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