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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가 그린 수채화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영화 '써니', '한공주', '곡성'. 20대의 천우희가 맡았던 역할은 강렬했다. 그런 천우희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포근하고, 따뜻하지만 치열하게 현실을 살고 있는 청춘을 보여주고 있다.

천우희는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엄마와 함께 중고서점을 운영 중인 '공소희' 역을 맡았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돼 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희가 쓴 편지에 설렘을 느끼는 영호와 달리, 소희는 영호에게 편지를 쓰면서 위로를 느낀다. 가족에겐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를 느낀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저와 가장 비슷해요.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이 이렇게 일상을 표현한 적이 드물었거든요. '멜로가 체질' 임진주 역도 내 또래의 역할이었으나 캐릭터가 땅에 발붙인 캐릭터가 아니었거든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희를 통해 그 나잇대 생동감 있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어요. 감독님께서 예쁘게 찍어주겠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예쁘게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해요. 하하."

▲'비와 당신의 이야기'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라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20대 초반 두 남녀의 아날로그 청춘 로맨스다. 비처럼 촉촉하게 감성을 적시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천우희는 갈수록 자극적이고, 호흡이 짧은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한 번쯤 잔잔하고 느린 호흡으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더 늦기 전에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2003년을 배경으로 하니까 아날로그 감성과 영화의 이야기가 맞아떨어져요. 관객들도 답답하거나 느리다는 생각보다는 잔잔한 울림을 느끼실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영호의 이야기는 처음 봤거든요. 시나리오보다 더 뭉클했어요. 극적인 감정이 터지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영화를 따라갈수록 가슴 속 울림이 나온 것 같아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천우희와 강하늘이 주인공이지만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이 없다. 극 중 영호와 소희가 편지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천우희는 이런 경험이 특별했다고 전했다. 연기 전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연기하는 것이 천우희 개인에게도 표현의 영역이 넓어지는 경험이었다. 마치 행간을 상상하며 책을 읽는 것처럼, 소희의 감정을 생각할 시간을 갖게 했다. 또 강하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강하늘 배우에 대한 신뢰가 항상 있었어요. 소위 미담 제조기잖아요. 실제로 어떤 사람일지 늘 궁금했어요. 마냥 사람이 좋은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분명한 기준과 선이 있죠. 그렇기에 흔들리지 않은 채 주변에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거죠. 제가 본 강하늘 배우는 자기만의 영역이 있는, 바탕이 단단한 사람이에요."

극 중 영호는 자신을 좋아하는 수진(강소라)에게 수진은 별처럼 눈부시고, 소희는 비처럼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천우희는 자신에게 별처럼 눈부시고, 비처럼 위로가 되는 존재는 연기와 가족이라고 밝혔다.

"소희처럼 지금 제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를 꼽으라면 가족이에요.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 제가 어떤 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 마음처럼 표현이 안 돼 늘 아쉽지만 가족에 대한 마음은 소희 만큼이나 커요."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배우 천우희(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20대를 상상하게 한다. 천우희 역시 소희를 연기하고,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20대를 회상했다. 천우희는 '영호'와 비슷한 20대를 보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저도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만끽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영호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어떤 목표라는 게 없었거든요. 내가 뭘 잘하는지도,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어요. 만약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걸 잃을까 봐 조급했을 텐데 그런 게 없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은 크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연기를 하게 되면서 흥미가 생겼고, 배우에 대한 꿈을 점차 가지게 됐어요. 관객들도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보며 옛 시절을 추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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