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연기하는 다른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다들 박복하던데요?(웃음)"
배우 신현빈에 관한 다양한 수식어 중 하나가 '복 없는 캐릭터 전문 배우'다. 극 중에서 죽는 경우가 빈번했고, 살아있을 땐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사연이 있었다. 이에 대해 신현빈은 "캐릭터들에게 결핍이 있어야 드라마가 전개되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신현빈이 연기한 '구해원'도 큰 결핍이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찬란했던 청춘의 빛을 잃었다.
'너를 닮은 사람'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한 여자 정희주(고현정)와 그를 만나 '제 인생의 조연'이 돼 버린 또 다른 여자 구해원(신현빈)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신현빈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촬영하며 동시에 '너를 닮은 사람' 출연을 결심한 이유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라고 느꼈고, 비슷한 작품을 다시 만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너를 닮은 사람'에 앞서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무뚝뚝하지만 똑 부러지지고, 속으로는 정이 가득한 간담췌외과 펠로우 '장겨울'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반면, 구해원은 처음엔 밝고 싱그러운 사람이었으나 서서히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지만, 신현빈은 연기적인 면에선 어려운 것이 없다고 했다.
"장겨울과 구해원은 전혀 다른 사람인데 같은 시기에 표현하는 게 걱정이었어요. 실제로 두 사람의 톤으로 서로 다른 인물의 대사를 해보니 알 것 같더라고요. 두 사람의 말하는 체계는 완전히 달랐어요.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좀 힘들었어요. 앞으론 겹치기 출연은 안 하려고요. 하하."
한예종 미술원 미술이론과 출신의 신현빈에게 '너를 닮은 사람'은 또 다른 의미로 특별했다. 그는 "가끔 어쩌다가 스트레스 풀 겸 그림을 그릴 때가 있긴 하지만, 오래전 접은 꿈을 연기로 다시 만나게 돼 애틋한 마음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대학교 동문 중에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는 친구들이 있다"라며 "미술을 접고 연기를 하고 있는 내가 미술을 하는 모습을 드라마로 보니 웃기다는 반응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너를 닮은 사람'은 정희주가 서우재(김재영)의 죽음을 감추고,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떠나며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결말을 맞이했다. 구해원은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이뤘으나 모든 게 망가져 있는 현실 앞에 오열했다. 구해원의 눈물은 '너를 닮은 사람'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였다.
신현빈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는 날 컨디션도 좋진 않았지만, 막상 또 너무 서러웠다. 많이 울었고, 기억에도 남는다"라며 "다른 결말이 있었을까 싶다. 모두 아니, 그 누구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해원은 정희주의 인생에서 조연이었지만 이제야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게 됐다. 그런 점에서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신현빈은 지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종영 이후 인터뷰에서 장겨울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걱정도 많고, 예민한 성격 탓에 스스로를 괴롭힌 적이 많았으나 장겨울을 연기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너를 닮은 사람'의 구해원은 신현빈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사람과 사랑, 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연기를 하면서 감정 소모도 많았고, 지치고 예민해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다. '너를 닮은 사람'을 촬영하면서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고, 그들에게 큰 힘을 얻었다."
신현빈이 지난 10년 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들 중 많은 인물들이 박복한 캐릭터였을지언정, 신현빈만큼은 복이 많은 배우였다. 좋은 작품들로 계속해서 신현빈을 찾아왔고,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로 대중을 만날 수 있었다. 팬들은 "매 작품 얼굴을 바꾸는 배우"라며 신현빈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 대중이 그 노력을 알아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너를 닮은 사람' 속 구해원은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배우 신현빈은 사랑을 받으면서 또 한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너를 닮은 사람'이 시청자들에게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로 남을 수 있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