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영화가 주는 긴박감과 긴장감을 우리는 '서스펜스(suspense)'라고 부른다.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서스펜스'는 영화 속 인물의 무지와 관객의 앎에서 유발된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는 히치콕 감독이 설명한 '서스펜스'의 조립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올빼미'는 인조실록에 한 줄 등장하는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한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사극 스릴러다. 인조, 소현세자 등 실재했던 인물들과, 맹인 침술사라는 가상의 인물이 현대 배경의 스릴러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속도감을 자랑한다.
류준열이 연기한 맹인 침술사 '천경수'는 '올빼미'의 시작과 끝이다. 궁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맹인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어둠 속에선 앞이 보이고 빛이 있는 곳에선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
관객들은 천경수가 어둠 속에 있을 때 시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는 어두운 밤, 세자가 독살당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러나 천경수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세자를 죽인 범인마저 천경수를 해하지 않았던 건 그가 맹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천경수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의 목숨은 굉장히 위태로워진다. '올빼미'의 서스펜스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올빼미'는 서스펜스의 공식 뿐만 아니라 스릴러의 기본에도 충실하다. 스릴러는 모름지기 관객들이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 몰입이 깨지는 순간 관객은 영화를 즐기지 않고, 영화의 흠을 찾기 시작한다.
천경수는 관객들의 몰입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그에겐 난치병에 걸린 동생이 있다.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선 궁에서 일해야 하고, 궁 밖을 나가야만 한다. 위험을 피해 반드시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진실을 알려야 하는 책임도 있다. 세자는 죽기 전 천경수가 밤에만 앞을 볼 수 있고, 또 그에게 병든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자는 그런 천경수를 기특하게 여겼고, 청에서 가져온 물건을 선물한다. 신분제가 있던 조선시대, 세자에게 은혜를 입은 천경수가 진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감독이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상당히 많다. 천경수가 세자에게 완전한 맹인이 아님을 들키게 되는 실수, 세자가 살해당한 이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 등 돌아보면 이해가 되는 찰나의 순간들이 영화 곳곳에 있다. 관객들은 아주 짧은 순간, 디테일하게 영화가 '근거'를 남겨놨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류준열과 함께 '올빼미'의 또 다른 축인 유해진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유해진이 연기한 왕 '인조'는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인다. 청으로부터 당한 모욕 때문에 속이 좁고 열등감에 쌓여있는 색이 짙은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극의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천경수'가 놓인 위태로운 상황, 시간이 흐를수록 광기에 휩싸이는 '인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름 따라간다'라는 말이 있다. 올빼미는 몸 전체에 비해 큰 눈과 낮에는 움직임이 둔한 탓에 간혹 귀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하는 공격력 강한 야생조다.
순한 외모가 매력적인 두 배우 류준열과 유해진이 이끄는 영화 '올빼미'도 그 이름처럼, 어둠 가득한 영화관 안에 들어온 관객들의 마음을 낚아챌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
오는 23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