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계속
20대 손태양은 '증명의 벽'에 가로막혔다. "재능이 안 보인다. 얼른 그만두고 공무원이나 준비하라"는 한 관계자의 독설을 견뎌야 했고, 최종 오디션에서 숱하게 미끄러지며 "인지도가 없어 캐스팅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밥 먹듯이 들어야 했다. 수입이 없어 하루 끼니를 컵라면 하나로 때우면서, 답답한 마음에 연기 연습실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던 순간도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에 서 있던 손태양을 잡아준 건,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가 된 허성태였다.
"제 인생에서 길을 비춰준 진정한 '정보원'은 허성태 선배님이에요. 되는 게 하나도 없던 시기에 선배님께 힘들다고 딱 한 번 문자를 드린 적이 있었어요. 바로 술 한 잔 사주겠다면서 전화를 주셨어요. 그 만남이 끝나고 택시비 쥐여주시면서 '버텨'라고 툭 말씀하시는데, 그 한마디가 제겐 정말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단순한 호의가 아닌, 손태양보다 먼저 배우라는 꿈을 향해 걸어갔던 선배가 건넨 '생명줄'이었다. 자신 역시 긴 무명 시절을 겪었던 허성태는 손태양에게 "하고 싶은 일이면 무조건 버텨라"라고 조언했다. '정보원' 촬영장에서도 긴장해 구토 증세까지 보이자 손태양의 등을 두드리며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위로해 줬다.
이전까지 독립영화 출연 경험만 있었던 터라, 손태양은 자기 얼굴을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예매할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스크린에 자기 모습이 나오니 기분이 묘했단다. 특히 시사회에 어머니를 초대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털어놨다.
"배우 하는 걸 부모님 모두 반대하셨어요. 정말 오기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리고 '정보원' 시사회 때 어머니를 초대했었거든요. 무대 인사 중에 제가 마이크를 잡자 어머니께서 기죽지 말라고, 큰 목소리로 절 응원해 주시는 거예요. 지망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은 힘든 시간들이 다 부서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스크린에선 얄미움 그 자체였지만, 실제 손태양은 바른 생활 사나이다. 친구들은 그를 '노잼'이라고 부르며 "나중에 예능 나가면 안 된다"라고 말린다. 심지어 그는 술을 즐기지도 않는다. 손태양의 유일한 낙은 집에서 만화 '도라에몽'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육상 선수 출신답게 퇴근 후 2km를 뛰고 샤워하는 것 또한 그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박한 청년' 손태양은 최근 복싱에 이어 유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내년에 종합격투기(MMA)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언제 어떤 역할이 들어올지 모르니 미리미리 몸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준비된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2025년은 손태양에게 스크린 데뷔라는 큰 이벤트가 있었던 해였지만, 그는 들뜨지 않고 하던 대로 쭉 연기할 것이라 다짐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주목을 받는 것도 좋지만, 소금처럼 적재적소에 없어선 안 될 배우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고 '이 배우 누구지?' 하고 찾아보게 만드는,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1년에 적어도 한 작품씩은 꼭 얼굴을 비치며 꾸준히 성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