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Q.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조감독의 마음으로 현장에 있었다"라고 했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
장재현 감독은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다. 세 번째 장편 영화인데 이야기를 촘촘하게 잘 짠다. 방대한 자료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빌드업해가는 과정이 대단하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지치기도 하고, 대강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맛볼 흙색까지 확인하더라. 콩가루 좀 많이 부어달라고 얘기했는데, 원하는 흙색이 있다. 뚝심이 있는 거다. 그럼 배우로서 믿음이 간다.
영화 후반 부에 나오는 도깨비불도 CG가 아니라 진짜 불이다. 요즘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그걸 만들고 있더라. 물론 덕분에 따뜻하게 촬영했다. 하하.
Q. '파묘'를 인간과 자연에 무한한 사랑을 표현한 영화라고 보는 관객들도 있다.
그것이 감독의 시각인 것이다.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재밌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땅과 정령, 혼령과 신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고찰을 영화적으로 풀어냈다고 본다.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무서움을 주는 자극만 영화가 아닌 정재현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영화에 녹아있다.
Q. '파묘'의 배우들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연기를 하는 비결이 있을까?
업계 비밀이다. 하하. 농담이고, 노하우는 없다. 그저 그럴듯하게 사기를 치는 것이다. 어느 작품을 하든 허구의 인간을 현실에 있을 법하게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참 외로운 일이다. 장 감독과 아무리 이야기하고, 수많은 정보를 입력했다고 하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내가 '김상덕'이 되지 못한다면 김고은의 표현대로 돈값 못하는 배우인 것이다.
Q. 외롭다는 뜻을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배우가 하는 일, 배우라는 직업 자체의 속성이 외롭다는 뜻이다. 감독이 현장에서 흐름을 잡아준다고 한들, 감독이 연기를 대신 하진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김상덕을 표현하는 건 오롯이 최민식이 해야 하는 일이다. 절벽에 내몰린 사람의 심정으로 연기한다. 동료들과의 대화, 상상력, 마인드 컨트롤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무형의 인물 '김상덕'에 최민식이 다가가야 한다. 밀착되는 순간부턴 그대로 직진이다.
Q.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결과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내 삶은 하자투성이다. 실수도 잦다. 그런데 연기를 하고, 영화를 촬영하며 많이 배운다. 나라고 왜 구멍이 없겠느냐. 어릴 때부터 배우로 일하며 많은 걸 배웠다. 다행히 좋은 영향을 줬던 분들이 많았다. 오늘날까지 한 길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는 협업하는 사람이다. 나는 연기를 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배우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연기는 골치 아프고, 어렵고, 외롭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Q. '파묘'의 상덕만큼이나 오랜 세월 연기를 해왔다. 지난 연기 생활 되돌아본다면?
어휴, 되돌아보고 싶지 않다. 최근에 신구, 박근형 선생님이 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왔는데, 난 아직 내 인생을 반추할 때가 아니다. 난 아직 청춘이다.
뒤돌아보겠다는 건 주저앉겠다는 소리다. 난 아직도 할 것이 많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역할도 많다. 벌써 노인 흉내를 내고 싶지 않다. 그건 창작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보기가 되는 예술계의 거장들을 보면 그런 것들이 없다.
Q. 최민식이 욕심나는 것들이 궁금하다.
허구의 세상을 표현하는 내가 아직도 접해보지 못한 세상들이 많다. 유명한 작품들에 출연했다고 한들, 난 한정적이고 앞으로 내가 선택할 작품도 한정적이다. 내가 출연한 작품은 빙산의 일각이다. 일단 멜로도 해 본 적 없다. 멜로도 해보고 싶다. 하하.
인간이 가진 수백만 가지의 감정이 아직도 궁금하다. 예를 들어 우리 세상에 사랑이 딱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랑이라는 단어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이 공감하고, 교감하는 그 모양새를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