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여전히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부부의 집을 탐구한다.
충남 천안, 호두나무 첫 재배지라는 어느 산골에서 만난 두 채의 집을 찾아간다. 은행원이었던 남편은 12년 전 산골 살이 로망을 담아 연고 없는 지역에 땅을 샀고 주말주택을 짓기로 했다. 마침 고건축 복원을 하던 남편 지인이 있어 작은 10평짜리 주말주택을 의뢰했는데 외장은 오래된 건축물을 허물 때 나오는 붉은색의 고벽돌로 마감해 고풍스럽다. 내부 역시 고재와 고가구로 꾸몄는데 격자창과 현관문은 무려 수작업이다. 겨울이면 추위와 싸워야 했지만, 디자인만큼은 수공예품 같은 멋진 집이 탄생! 집 덕분인지 시골살이에 완벽 적응한 아내는 귀촌을 결심하면서 부부는 도시 생활을 정리했다.

그런데 아내의 꿈을 응원하며 시작한 집짓기였지만 막상 시공이 진행되니 사랑과 전쟁이 따로 없었다. 건축비 좀 줄여보려 지인에게 무료로 폴딩도어를 받았더니 창호에 집을 맞춰야 했고 폴딩도어에 영감을 받은 아내가 실내 마감을 외장재로 하겠다고 나서면서 부부대전이 발발했다. 또 애초 설계와는 다르게 2층 공간까지 30도 틀어지면서 예산은 30% 정도 불어났다. 가성비가 먼저였던 남편과 디자인이 중요했던 아내의 끝나지 않는 싸움. 이미 공사가 끝난 난간을 다시 만드는 일도 있었단다.
그렇게 1년, 천 번의 싸움과 화해 끝에 아내의 로망을 담은 집이 완성되었다. 1층은 갤러리로 꾸밀 계획이라 주방은 작지만, 공방은 넓게. 2층은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 특별한 미닫이 문을 달아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과 테라스 덕에 영감이 절로 샘솟는다.

헌 집의 정체는 바로 부부가 이전에 살던 집. 이곳으로 부부가 이사를 온 건 아내의 병환 때문이었다. 딸아이가 두 돌이 되던 해 앓게 된 당뇨. 마음까지 무너지면서 우울증이 찾아왔고 그때 이 숲을 찾았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의 병이 치유될 무렵 콩팥이 망가지고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모두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기적처럼 이식수술로 새 삶을 얻은 아내. 평생을 당뇨 합병증으로 한 해 본 수술이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따뜻한 집을 지어주기로 결심했다.
천생 공대생인 남편은 하자 없이 따뜻한 집을 짓기 위해 셀프 집짓기를 결심하고 이전 집을 증축하며 몇 년간 집짓기 연습을 했다. 그리고 은퇴 뒤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구조와는 다르게 철근 콘크리트 집을 셀프로 짓기란 쉽지 않았다. 혼자 짓기 위해 남편이 택한 건 ICF(insulated concrete form) 공법. 이미 미국에선 보편화된 공법 중 하나다. 단열재 역할을 하는 압축 스티로폼 틀에 철근과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이라 셀프 집짓기 가능. 구조와 단열이 공정 한 번으로 끝나는 데다 기밀성도 좋아 난방비도 절반으로 줄었다. 집이 따뜻해지면서 의사가 놀랄 만큼 아내의 건강도 좋아졌다.
60평 집을 지으면서도 전문가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곤 공정의 90%를 직접 지었다는 부부. 봄에 집을 짓기 시작한 남편은 겨울이 오기 전에 새집에 살게 해주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켰다. 남들은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데 부부는 건강을 회복하면서 오히려 회춘하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