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3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알차게 지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집을 소개한다.
◆12년 전원주택 경험자의 내공 100점, 쓰임 100% 집
충청남도 공주시에 사는 조길호 남미영 부부. 이전에도 주택을 지어 12년을 살았던 부부가 두 번째 집을 지을 때 가장 고려한 것은 ‘쓰임 100%의 집’이다. 앞으로 10년, 20년 살아가며 손이 많이 가지 않도록 하자 없는 집을 원한 건축주 부부. 쓸모없이 화려한 것은 덜어내고, 주택 경험을 살려 필요한 것으로만 채운 집에는 어떤 내공이 숨어 있을까?
차고 공간을 실내 공간처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아내 남미영 씨. 전원주택에 살면서 느낀 것은 의외로 방문객이 자주 찾아온다는 점이었는데. 잠깐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대문에서 가까운 차고를 웰컴룸으로 변경하여 손님에게도 집 주인에게도 부담 없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 집의 손님을 배려한 다른 부분은 바로 게스트룸을 별채처럼 구별해 화장실까지 따로 만든 것. 또, 현관을 지나 주방 – 거실 – 안방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구조와, 화장실을 현관 옆, 중문 전에 배치하여 집안에서 분리되도록 한 구조는 모두의 프라이버시를 감안한 센스 있는 포인트가 된다. 이 역시 주택 경험의 노하우로 탄생한 아이디어이다.
집 짓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예산 문제. 한 번의 경험을 통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라고 생각한 건축주 부부. 살다 보면 걸음이 잘 가지 않는 2층과 다락 공간을 과감하게 없앤 대신 화장실을 4개로 늘렸다. 뿐만 아니라 깔끔하게 유지하기 힘든 아일랜드 식탁 대신, 넓은 팬트리와 부엌 가림막을 통해 적절히 숨기고 덜어낸 주방을 완성했다. 또, 정원은 공사 중 나온 바위 하나와 소나무 한 그루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조경을 단순화시킨 남편 조길호 씨. 대신 창고는 넓게 지어 전원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보관하며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부의 생활에 만족감을 더하고 있다.
남은 평생을 살 생각으로 마지막 집을 지은 60대의 건축주 부부. 화려하고 예쁜 것도 좋지만 이제는 하자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눈에 띄게 화려한 집보다는 산세를 본떠 지붕 모양을 정할 만큼 자연과 어울리는 소박하고 튼튼한 집을 원했다. 다년간의 주택 경험을 통해 ‘드러내기’보다는 ‘덜어내기’를 선택한 부부의 쓰임 100%의 집으로 찾아간다.
◆최소 공간, 최대 활용! 작지만 강한 콤팩트 하우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종혁 김나리 부부. 아들 둘을 키우다 보니 층간소음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주택을 짓기로 결심했으나, 교육 인프라 때문에 선뜻 도심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땅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대도심 주택단지, 건축주 부부는 좁은 필지에 집을 짓는 만큼 알차게 쓸 수 있는 집을 고민했다. 작은 집도 넓어보이게 만드는 이 집의 공간 활용 비결은 뭘까?
집을 짓기로 한 후, 부부가 정한 원칙은 ‘심미성’보다 ‘기능성’을 우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모양을 고려할 수 있는 집 대신, 패시브 하우스로 직사각형의 집을 지어낸 부부. 덕분에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직사각형 모양이지만, 본채 2층을 별채 옥상과 연결해 디귿 자 모양처럼 보이는 이 집은, 연결다리 덕분에 파고라형 주차장을 얻었는데. 천장이 생긴 주차장은 주차공간뿐 아니라 테이블을 두어 파티 공간으로도, 비 오는 날이면 남편의 취미인 목공을 하는 공간으로도 쓰고 있다.
남편과 함께 고민하며 집을 많이 활용해보자고 생각했던 아내 김나리 씨.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만큼 이 집의 모든 공간은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층에는 소파 대신 단차를 이용한 평상을 만들어 아이들과 즐기는 공간이 되기도, 평상을 만들며 생긴 단차에는 수납장을 넣어 수납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벽면을 책장으로 채운 계단은 단순히 오르내리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을 읽는 서재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뿐만 아니라 2층의 거실과 연결되는 방은 미닫이문을 이용해 열면 확장된 거실로, 닫으면 게스트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완성됐다.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용도라는 제약을 두지 않고, 다용도로 풀어내면 좁은 집도 넓게 다가온다고 느낀 남편 김종혁 씨. 정말 좁고 넓은 것은 집의 ‘평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는 건축주 부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쓰임으로 변하는 이 집은 트랜스포머가 되어 가족의 삶에 맞춤형 조력자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