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하영 기자]김소향→아이키, 그녀들의 목소리로 피어난 '프리다'

지난달 29일,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무대와 관객 사이에 경계란 없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숨소리, 눈빛, 움직임 하나까지 오롯이 전달되는 이 밀도 높은 공간에서, 창작 뮤지컬 '프리다'는 예술과 고통의 깊은 울림을 직면하게 했다.
◆ 지옥, 그 자체였던 프리다의 삶
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가 낳은 전설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따라간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열여덟 살에는 대형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그녀는, "종교는 사랑"이라 표현할 만큼 사랑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남편 디에고 리베라는 외도를 일삼았고, 그 상대 중에는 프리다의 여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그녀는 아이를 임신했으나 결국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프리다'는 평생 고통과 싸우면서도 절망 속에서 붓을 들어 희망을 그려낸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 대학로에서 느끼는 감동의 무대
뮤지컬 '프리다'는 2022년 초연, 2023년 재연을 거쳐 한층 견고해진 완성도로 다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이번 시즌은 특히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되며, 소극장만의 밀도 높은 무대 경험을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배우들은 생동감 넘치는 공간 속에서 관객과 끊임없이 눈을 맞추며 소통해, 마치 프리다의 삶을 함께 걷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아름다운 무대 디자인과 미디어아트가 대학로 소극장의 친밀한 공간감과 어우러져 더욱 빛나는 인상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복도 계단에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객들이 작품을 직접 마주하며 그녀의 삶과 예술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제공한다.

◆ 프리다 장인 김소향, 뮤지컬 첫 도전 아이키의 만남
이날 무대에 선 김소향의 프리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났다. 육체의 고통과 감정의 파열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자존의 얼굴. 그녀는 노래로 감정을 터뜨리고, 눈빛으로 서사를 밀어냈다. 프리다 칼로가 마주한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내며, 무대 위에서 더욱 단단하고 깊게 빛난 김소향. 초연부터 재연, 그리고 이번 시즌까지 프리다 역을 맡아온 그는 그야말로 '프리다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입증해냈다. 특히 독무 장면에서는 아름다운 몸짓과 열정 어린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무대를 완벽히 장악했다.
레플레하 역할에는 댄서 아이키가 캐스팅되며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키의 첫 뮤지컬 도전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을 안고 공연을 관람했는데,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열연을 선보이며 레플레하 역할은 아이키여야만 했던 이유를 충분히 증명해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아이키의 모습은 단연 최고였으며, "복면가왕"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되었던 노래 실력도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뮤지컬 '프리다'를 위해 김소향에게 따로 보컬 레슨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노력이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드러났다.

데스티노로 무대에 선 박선영의 압도감은 특별했다. 그녀는 프리다의 삶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련과 방향성의 상징이었다. 박선영의 연기는 차가운 현실의 벽처럼, 또 어떤 순간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처럼 다가왔다.
허윤슬은 무대 위에서 메모리아가 보여주는 감정들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따뜻함과 슬픔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고 프리다와 관객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
뮤지컬 "프리다"를 관람하며 공연 내내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직면할 수 있는가? 그 고통조차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살아야 한다."
프리다 칼로의 삶을 떠올리면 분명히 슬픈 이야기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마냥 고통스럽지도, 또 마냥 행복하지만도 않듯이, 프리다 역시 단순히 비극적인 작품은 아니라는 점이 깊이 와 닿았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 멋지게 살아낸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에서 희망을 얻었고, 용기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MK의 첫 번째 소극장 창작 뮤지컬 '프리다'는 오는 9월 7일까지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