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한소희는 출연작을 선택할 때 자신과 맞닿는 부분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영화 '인턴'의 선우는 그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성공한 CEO지만 완벽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하는 사람. 한소희는 선우를 보며 배우로 살아온 8년을 떠올렸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한소희는 선우를 만들어간 과정부터 최민식과의 호흡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인턴'은 창업 3년 만에 100억대 매출을 달성한 패션 브랜드 'WOO22'의 젊은 CEO 선우(한소희 분)와 경력 37년의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의 만남을 그린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경험과 시선을 나누며 각자의 일상에 뜻밖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선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한소희는 '성공한 CEO'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선우는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회사를 키웠지만 아직 불완전하고,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려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이었다. 패션업계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소희는 선우의 핵심 키워드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찾았다.
"선우에게는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결국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 있잖아요. 회사가 망하거나 누군가에게 배신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도 이 회사에 진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불안함이 선우가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이라고 봤고요."
그 모습은 배우 한소희의 지난 8년과도 닮아있었다. 한소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놓치는 부분도 있었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모두를 아우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라고 설명했다.

한소희가 선우에게서 느낀 외로움은 세대 차이보다 CEO라는 직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직원들의 실수에 총대를 매야 하고 하나하나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자리에 대표실이 놓였다는 것도 선우를 외롭게 하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다 보이는 자리에 대표실이 있어요.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불화가 보이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위기감이 될 수 있는 위치고요. 세대보다 직급에 무게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TV 화면으로만 보던 최민식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일은 설렘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한소희는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말보다 시간을 택했다.

"사람 관계라는 게 입에 발린 말을 한다고 해서 쉽게 친해지는 게 아니잖아요. 최민식이라는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집중하는지를 알아채야 서로 편안한 시간 속에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원작에 대해서는 일부러 잊는 쪽을 택했다. 같은 이야기도 연출과 배우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고 봤다.
"원작이 없다고 생각하고 대본에 충실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같은 사람이 같은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똑같은 그림이 나오지는 않잖아요. 기회가 있으면 리메이크 또 할 거예요. 앤 해서웨이 배우의 작품을 한 김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하고 싶습니다. 하하."

기호가 선우에게 "너는 젊고 유능하고 앞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 대사는 한소희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고 했다. 당장의 결과에 매달리다 보면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오래 배우로 일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도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이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라도 몸과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어야 일을 하잖아요. 백년 뒤에 저희는 여기 없잖아요. 그 시간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생 일만 하다 죽을 수는 없고, 노후 대비도 해야 하니까요. 건강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소희가 바라는 것도 분명했다. '인턴'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랐다.
"'인턴'으로 인해서 국내 영화 시장이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경쟁작들이기도 하지만 '타짜', '암살자(들)' 다 소중한 한국 영화잖아요. 한국 영화도 보러 극장에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고요. 민식 선배님이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들, 저 또한 그렇고, 구성해준 새로운 얼굴들을 잘 기억만 하고 가주시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