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원더걸스는 당시 ‘걸밴드’ 콘셉트를 내세워 컴백했고 악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재시동을 단순히 ‘밴드 변신’의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판이다. ‘리부트’의 타이틀곡 ‘아이 필 유(I feel you)’는 원더걸스가 앞서 선보인 레트로 팝의 연장선상에 있다. 5일 발표된 신곡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 역시 레게 풍의 팝 넘버로 밴드가 중심이 되는 음악은 아니다. 요컨대 원더걸스의 2막은 밴드 변신이 아니란 뜻이다.
다만 밴드는 재시동을 도울 하나의 장치다. 선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연주’라는 무기가 장착됐고,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에 ‘밴드’라는 형태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더걸스는 여전히 춤을 추지만, 동시에 직접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합주를 통해 곡을 만들기도 한다. 과거의 어떤 걸그룹과도 같지 않고 과거의 어떤 밴드와도 같지 않다.
“우리의 정체성은 여전히 정리를 해가는 중이에요. 아직도 무대를 할 때마다 춤을 얼마나 출지, 밴드를 어떻게 구성할지, 멤버들마다 생각이 달라요. 서로 의견을 맞춰나가면서 우리에게 베스트인 것을 찾아가고 있죠. 다만 틀에 갇히지는 않으려고 해요. 이를 테면 ‘밴드라면 한 테이크는 한 번에 녹음해야 하지 않아?’라든지, ‘걸그룹이라면 꼭 춤을 춰야 해’라는 선입견을, 우리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예은)

다시 시동을 건 원더걸스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나. 우선 박진영의 품을 떠난다. 데뷔 후 처음으로 박진영의 곡이 아닌 멤버들의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누군가 만들어준 콘셉트를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계해나가는 그룹이 된 것이다.
첫 걸음은 성공적이다. ‘와이 소 론리’는 5일 발매 이후 국내 8대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수록곡 ‘아름다운 그대에게’와 ‘스윗 & 이지(sweet & easy)’ 역시 차트 상위권에 자리했다. 박진영은 “직접 만든 곡을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오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가르쳤는데 막상 그런 날이 오니 자랑스러우면서도 살짝 섭섭하다. 탈박 축하!”라고 응원을 더했다.
스스로를 “도전과 모험의 아이콘”이라고 표현했던 선미의 말처럼 원더걸스는 걸그룹의 통상적인 선로를 자주 벗어났다. ‘탈박’을 이뤄낸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이탈이 더욱 잦아질 지도 모른다. 그래서 원더걸스는 전무후무하다.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선미의 웃음기 어린 대답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