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18일 발매된 FT아일랜드 정규 6집 음반의 제목은 ‘웨어스 더 트루스(Where's the truth)’다. 자신을 짓누르는 편견과 오해에 맞서 진실을 찾겠다는, 저항과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지난해 발매된 FT아일랜드 5집 음반 타이틀 ‘아이 윌(I WILL)’과도 일맥상통한다. 내 힘으로 나의 길을 일궈내겠다는 불굴의 투혼, 곧 록의 정신이다. “록 앤 롤!”
Q. ‘아이 윌’ 때는 여러분이 록 팬들에게 숙제 검사를 받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행히 당시 호의적인 반응을 많이 얻어서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음반을 내놓을 수 있었겠다.
이홍기: 그 때는 인디 신의 반응을 신경을 쓰느라 좀 더 가슴 졸이면서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신감이 더 충전된 상태다. 지난 번 음반보다 사운드도 더 탄탄하고.
Q. 인디 신, 신경 쓰이나.
이홍기: 아우~ 엄청 쓰인다. 신경 안 쓰이면 안 된다. 그들도 우리를 좋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Q. “리얼 악기를 사용하지 않은 음악은 진정성이 없다”는 인식이 있다. 아이돌 밴드에겐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기는 기준이고. 혹시 하드록을 내세우는 게, 이 같은 인식을 의식한 행보인가.
이홍기: 절대 아니다. 우리는 단지 만들고 싶은 걸 만들 뿐이다. ‘프레이’가 정말 강한 에너지의 곡이었다면 ‘테이크 미 나우’는 좀 더 세련된 느낌이다. 신스 건반이 메인 리프를 칠 정도로 화려하고 묵직한 사운드를 담았다.
Q. 아이돌 밴드 가운데 가장 오래 팀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뭔가.
이홍기: 멤버들끼리 조합이 잘 맞는다. 어렸을 땐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이젠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서로의 음악적인 성향 또한 잘 이해하는 편이다.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니 얘기를 정말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하고. 한 곳을 바라보고 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오래갈 수 있는 비결이다. 지금은 쉰 살이 넘어서까지 FT아일랜드가 계속될 거라고 본다. 밴드는 나이를 먹을수록 멋지니까.(웃음)
Q. 처음엔 회사의 시스템 아래에서 한 팀이 됐다. 그러다 점점 여러분 스스로 팀을 꾸려나가기 시작했고. 스스로 조화를 이뤄가는 게 쉽게 되던가.
이홍기: 물론 고민이 많았다. 술을 세 달 동안 마셨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인디 신(scene) 밴드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어떤 때는 ‘이렇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음악을 해야 하나’라는 마음도 들었는데 결국 꿈을 놓지 못하겠더라. 어떻게든 멤버들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물론 음악적인 색깔이 틀어져서 해체하는 팀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다섯 명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 안다. 물론 혼자 활동해도 어떻게든 먹고는 살 거다. 하지만 우리의 꿈과는 멀어지겠지. 그건 원치 않는다.
Q. 여러분의 꿈이 무엇이기에.
이홍기: 나이가 들어서도, 밴드로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
Q. 밴드가 왜 그리 좋은가.
이홍기: 우리들 손 안으로 음악이 시작하고 맺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표현하고 감동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최민환: 처음엔 밴드의 매력을 잘 몰랐다. 각자 다른 걸 하는데 조화가 된다고? 어려웠다. 서로 자기 힘든 것만 알고. (홍기: 그러면 음악이 안 된다.) 재진 그러다 서로 얘기가 맞았을 때부터 재미가 있더라. 그러다 중학교 때 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가 심장이 울리는 경험을 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
이재진: 멤버들끼리의 호흡이 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민환이가 드럼을 치다가 템포가 빨라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대충 보인다. 함께 움직이면서 살아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Q. 쉰 살이 넘어서까지 밴드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장기적인 계획을 알려 달라.
이홍기: 비밀이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때가 되면 전략적으로 풀려고 한다. 하하하. 지금은 우리가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많은 아이돌 그룹이 7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체한다. 여러분에겐 위기의 순간이 없었나.
이홍기: (잠시 침묵) 아! 한 번 있었다. 민환이가 내게 들이대서. 하하. 갈비탕 집에서 술 먹고 음악적인 의견 차로 싸웠다. 그 날 “(FT아일랜드) 안 해!” 하고 돌아갔다가 다음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더라. 요즘 “이홍기를 이겨라”를 외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웃음)
Q.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재진: 우리 승현이가 들어왔을 때. 으하하하. 우리가 가장 인기 많던 시기와 인기가 확 떨어졌을 때를 승현이는 함께 하지 못했다. 옛날 얘기를 하면 옆에서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으며) 이러고 있다.
이홍기: 난 그 얘기가 가장 웃기다. 우리가 한창 인기 많았을 때 TV로 우리를 보고 있었단다. 그러다 자신이 FT아일랜드에 들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얘 들어오고 나서 낸 음반이 제~일 안 됐다.(일동 폭소)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고, 나중에 얘기하더라.
송승현: 재밌었다. 팬이 줄어드는 걸 본다는 게. 으하하.
이홍기: 그래도 나중에 다시 늘었잖아!
Q 팬들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걸 보면 어떤가. 인기에 초탈해지나, 아니면 더 욕심이 생기나.
이홍기: 남아있는 팬들이 마니아적인 성향이 강하다. 알맹이만 남은 느낌? 다들 우리의 ‘음악’을 기대해준다. 그게 좋다. 어렸을 땐 노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은 뭘 입었는지, 재진이랑 홍기랑 무슨 장난을 쳤는지 이런 이야기뿐이었다. 지금은 콘서트 후기를 보면 연주가 어땠네, 사운드가 어땠네, 호흡이 어땠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렇게 변해가는 게 뿌듯하다.
Q. 알맹이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마지막 트랙 ‘위 아(We are)’에 담았다. 무슨 내용인가.
이홍기: 그동안의 팬송은 팬은 연인에 비유해 러브송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대놓고 팬들에게 하는 얘기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있었지. 너희가 많이 힘들고 참아준 거 다 알아. 믿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우리는 더 나아갈 거니까 날 믿어줘”라는 내용이다.
Q. 하드록을 하는 많은 밴드들 가운데 대중과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질 수 있는 팀이 FT아일랜드다. 록을 대중에게 더 알리고 싶다는 욕심, 혹은 책임감이 있나.
이홍기: 욕심과 책임감, 둘 다 있다. 어렸을 때 얻은 인기와 인지도를 굉장히 감사히 생각한다. 그 때의 음악이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아니었을지언정, 그로 인해 지금 우리의 음악을 많이 알릴 수 있으니까. 우리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밴드 시장을 더 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