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이니가 그야말로 완벽한 공연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완벽한 라이브는 물론, 고강도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세트리스트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콘서트를 선사했다.
4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샤이니 콘서트 'SHINEE WORLD V'가 성황리에 열렸다. 3일동안 진행된 이번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돼 총 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샤이니 콘서트는 색다른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됐다. 보통 공연에 대한 티저 정도로 영상이 나오는 것에 비해 샤이니 콘서트의 오프닝 영상은 하나의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Color of SHINEE'라는 부제처럼 오프닝 영상부터 샤이니는 각자의 색상과 스토리를 가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 곡 '히치 하이킹'이 시작되자마다 장관이 펼쳐졌다. 스탠딩은 물론 좌석까지 첫 곡 반주가 나오자마자 모두가 기립해 민트색 야광봉을 가열차게 흔들었다. 멤버들이 무대에 들어가 VCR이 나올 땐 좌석에 앉아 음악에 맞게 떼창을 하면서도, 샤이니가 다시 무대에 나오는 순간 우르르 일어나는 모습은 정말이지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번 공연을 빛낸 건 팬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종현 온유는 "샤이니월드(샤이니 팬클럽)는 역시 노래를 잘 한다. 몸 안에 흥이 담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콘서트는 국내에서 약 1년 4개월만에 다시 갖는 무대다. 그만큼 샤이니 멤버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고심한 흔적이 돋보였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세트리스트다. 샤이니 키는 "오랜만이다보니 어떤 무대를 보일지 고민했다. 그동안 빼놓고 못 보여드린 퍼포먼스, 새로운 무대 많이 준비했다. 여러분의 갈증을 풀어드리고자 한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공연에서는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주옥같은 수록곡들을 열창해 눈길을 끌었다. 오랜만에 가진 공연인 만큼 SM의 수장 이수만과 소녀시대 태연, 서현 등도 콘서트장을 찾아 훈훈함을 자아냈다.
유기적이던 무대 구성도 볼거리였다. '블랙홀'에서는 즉석에서 무대 세트가 세워지며 멤버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뮤지컬과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새롭게 아카펠라 편곡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으로 선보여 풋풋한 샤이니의 옛 모습을 기억하던 팬들에겐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트리거'에서는 LED 봉을 이용한 레이저쇼까지 더해졌다. 모든 곡에서 리프트와 폭죽, 불꽃 효과, 레이저 등을 아낌 없이 무대효과로 첨가해 보는 맛을 더했다. 2층으로 직접 올라와 2, 3층 팬들과 이벤트를 가지는 시간은 콘서트의 설렘을 극대화했다.
신곡 무대는 샤이니 콘서트를 찾은 팬들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혜자스럽다'는 말이 딱이었다. '프리즘', '필굿', 투명우산', '쏘 어메이징' 등 총 4곡의 신곡이 공개됐다. '샤이니의 공식 곡 소개 담당' 태민이 "신곡인 만큼 기대 많이 할 거라는 생각은 든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궈드리겠다"고 공언한 것 처럼 샤이니의 신곡들은 팬들을 가장 크게 열광시켰다.

다양한 의상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의 특징 중 하나인 다채로운 콜라보레이션이 돋보였다. 감각적인 무대 영상을 책임진 성립부터 콘서트 포스터와 무대 영상에 참여한 앤디 리멘터, 의상 및 캐릭터 작업과 공영 MD, 콘서트 포스터를 함께 담당한 브릿지 십 하우스와 각각의 의상 콘셉트 작업을 맡은 패션브랜드 팜스와 카이의 작업물은 샤이니 멤버들과 그림 같이 맞아 떨어졌다. 민호는 "의상에 키가 참여해 스타일링을 완성해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무대마다 자신들과 매치되는, 다채로운 의상을 입은 샤이니 멤버들의 모습은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됐다.
아이돌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솔로 무대는 팬들을 더욱 열광케 했다. 샤이니 공식 춤꾼 태민의 솔로무대는 연기 속에서 피어나오는 퍼포먼스로 시작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키와 민호는 독자적인 댄스 브레이크로 춤 실력을 뽐냈고, 종현 온유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미니 2집에 수록된 듀엣곡 '잠꼬대'의 무대를 오랜만에 선보여 환호를 모았다.
히트곡이 많은 샤이니인 만큼 그간의 타이틀곡 무대는 팬이 아닌 일반 관중도 사로잡았다. '링딩동'에서 '루시퍼'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태민은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부터 '줄리엣', '셜록', '드림걸', '뷰', '에브리바디' 등의 활동곡 무대는 색다른 편곡과 퍼포먼스를 함께 선보였다. 많은 사랑을 받은 수록곡 '방백', '소년, 소녀를 만나다', '재연', '방백' 등도 가창해 팬들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를 선물했다.
공연 말미 온유가 무대를 벗어나는 불상사가 있었음에도 샤이니는 무대를 침착하게 이어갔다. 곧바로 4명의 동선으로 변경해 무대를 이어나간 그들은 평상시와 같은 무대로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레디 오어 낫' 무대 중간 온유가 무대 밖으로 안정을 취하기 위해 사라지자 나머지 멤버들은 '세이비어' 무대를 4명이서 채웠다. 파트 재 배분도 순식간에 이뤄졌다.
'에브라바디' 무대에서 다시 등장한 온유는 다시 무대를 소화했고, "걱정 끼쳐드릴 일이 아니다"라고 팬들을 안심시킨 뒤 무대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눈물을 훔쳤고, 팬들은 '너의 노래가 되어'를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다같이 불러 현장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팬들의 노래는 샤이니가 사라지고 암전상태가 된 무대를 그 후로도 한참동안 채우며 온유를 응원했다. 감동으로 가득 찬 시간이 이어졌다.
앙코르 무대에서 다시 등장한 종현은 공연 말미 "티징 무대를 보여드리려 했는데, 마지막 무대 보여드리는 중에 온유가 발목을 접질렸다"고 말했다. 온유는 "준비했으니까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했는데 마음이 너무 들떠있었나 보다. 너무 좋은 나머지 실수를 저질렀는데 너무 죄송하다. 이번에 못보여드린 무대는 더 많이 준비해 멋진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며 사과 인사를 전했다. 온유 부상으로 이날 공개 예정이었던 새 앨범 타이틀곡 티저 무대는 공개되지 못했지만, 팬들은 환호로 응원을 전했다.

누나가 너무 예쁘다던 풋풋한 소년은 이젠 정말 없었다. 샤이니는 멤버 모두가 한 사람의 아티스트였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건 물론 음악적인 성장까지 모두 일궈냈다. 총 34곡, 3시간 20여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샤이니는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한 공연을 선사했다. 돌발상황에도 자연스러운 그들의 대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성장을 증명하는 순간이 됐다.
그렇기에 샤이니는 어느새 가장 완성형 아이돌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전원 기립해 전곡 떼창에 나서는, 열성적인 팬덤은 물론 라이브와 격한 안무 모두를 소화하는 샤이니 모습은 그 자체로 완성된 모습이었다. 앞으로 샤이니의 음악의 진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빛나는 샤이니"를 외치던, '빛돌이' 샤이니는 어느새 그 자체로 빛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