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차승원의 인생 지도를 펼쳐보면, 아마도 그가 모델 활동을 시작한 1988년 11월의 그래프에 의미심장한 점이 찍혀 있을 것이다. 188cm의 훤칠한 키에 날렵한 몸매, 짙은 눈썹 아래에 자리한 서구적인 외모는 대중과 업계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한 ‘그 무엇’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승원은 손에 쥐고 태어난 매력을 타고 모델시장을 빠르게 평정했다. 그래프의 가파른 상승기.그런 그의 인생 지도에 또 한 번 점이 찍힐 지점은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 무렵이 아닐까 싶다. ‘런웨이’에만 머물 수 없었던 그의 재능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뻗어나갔다. 이후 긴 시간, 그의 커리어는 타고난 매력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쪽으로 발휘됐다. 외모가 아름다운 배우들이 연기력을 인정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종의 싸움. ‘신라의 달밤’ ‘광복절특사’ ‘이장과 군수’ 등에서 차승원은 자신의 조각 같은 외모를 일그러뜨리는 방법으로 대중의 환심을 샀다. 동시에 ‘혈의 누’ 등의 작품을 시작으로 스스로가 정극에도 얼마나 소질이 있는 배우인가를 증명해 보이며 ‘모델 출신 배우’에게 드리운 편견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차승원은 그러한 지점 지점들의 겪어 단단해진 차승원인 것이다.
“집착하고 애쓴다고 달라지는 건 없음을 깨닫는 나이”가 된 차승원에게 삶은 더 이상 경쟁이나 싸움터가 아니다. 삶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고, 그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유영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시간이 그에게 알려준 선물이 생각보다 거대해 보여서 였을까. ‘고산자, 대동여지도’ 개봉을 앞두고 만난 차승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해 보였다
Q. (마지막 인터뷰 시간. 맥주 한 잔 씩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게 됐다.) 맥주, 괜찮으시겠어요? 인터뷰 끝나고 ‘고산자, 대동여지도’ VIP 시사회가 있다고 들었어요. 포토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요.
차승원: 아, 사진이요?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아요. 대세에 지장 없어요.(웃음)
Q. 대세에 지장 줄 정도의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차승원: 맥주 다섯 잔? 다섯 잔 마시면 데미지가 좀 있죠. 사진은 찍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의도치 않은 표정들이 자꾸 나오니까 위험할 수 있죠(웃음). ‘삼시세끼’에서도 술 한 잔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지만, 그건 전후 사정이 다 들어간 동영상이었잖아요. 그런데 사진은 그 한 장만 놓고 보니까 ‘어? 이 사람 왜 저러지?’ 하는 게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미지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2만장 정도의 사진에서 이상한 사진 한 두 장 나온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Q. 그 두 장이 평생 가니까요.
차승원: 그보다 더 한 사진도 있어요.(일동웃음)
Q. 모델로 일을 시작했으니, 정말 많은 사진을 찍어오긴 했네요.
차승원: 그렇죠. 오랜 시간 사진을 찍으며 터득한 게 있어요. 사진은 메이크업이나 헤어가 문제가 아니에요. 그 날의 기분과 컨디션이에요. 그날 컨디션이 좋으면 사진이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데요. 컨디션이 안 좋으면 메이크업을 아무리 잘 해도 소용없어요.
Q. VIP시사회에는 지인들을 많이 초대하셨나요.
차승원: 제가 직접 초대한 사람은 없어요. ‘삼시세끼’ 나영석 PD와 식구들은 오겠죠. 그런데 누가 오는지는 잘 몰라요. 저는, 특별히 영화보고 싶다고 연락을 먼저 해 오는 분들 아니면, 굳이 오시라고 하지 않아요. 괜히 부담주고 싶지 않거든요.
Q. 행사에 사람들을 모으는 타입일 줄 알았는데, 반대시군요.
차승원: 네. 서로에게 부담인 건 피해야죠. 영화 끝나고 “어떻게 봤어” 물어보는 것도 그렇잖아요. 제 앞에서 “재미있다”고 하지, 뭐라고 하겠어요.(웃음)
Q.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MBC 드라마 ‘화정’에서 연기한 광해군은 역사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입니다. 반면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김정호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인물이죠. 같은 실존인물이라도, 캐릭터 분석에 있어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차승원: 그렇죠. 광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많아요. 대신 평가가 많이 갈리죠. 최근 재조명 받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김정호, 이 분의 경우 처음 소개된 게 아마 1920년대 일거에요. 하지만 그때는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것들이 많았어요. 일제가 김정호를 비하하기 위해 날조한 게 있었죠. 현재 남아있는 김정호에 대한 사료는 A4 1장 분량 정도 밖에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나마 중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저 스스로 만들어 볼 여지가 있다고 느꼈어요. 왕이나 양반의 경우, 그 특유의 말투에서 고착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하셨더군요. 고민이 읽히는 부분이입니다.
차승원: 어릴 때 봤던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등장한 배우가 계세요.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아마 ‘한명회’ 역할도 하셨을 거예요. 사극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그 분이 현대물에 나오면 “어? 저분이 왜, 저기?” 이랬던 기억이 나요. 그런 지점들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보고 ‘김정호가 저렇게 살다가 갔네?’라고 느끼는 학생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Q. 출연 작품들이 모두 소실돼서, 김정호처럼 A4 1장 정도를 통해 역사에 남겨진다고 상상하면, 어떻게 기록되고 싶으세요?(웃음)
차승원: 하하. 남겨질 게 뭐 있을까. 연기하고 모델하고 요리했던 사람?(일동웃음) 그러지 않을까요?
Q. 오랜만에 나온 전체관람가영화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극에 길들여진 관객에겐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차승원: 맞아요. 약간 촌스럽게도 느껴질 수 있죠. 이 영화는 처음부터 전체관람가를 의도했어요. 천주교 박해 과정에서의 잔인한 장면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죠. 의도는 했지만 전체관람가라서 아쉬운 게 있기는 해요. 그래도 ‘차승원이 의미 있는 영화 한 편 찍어네’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합니다. 마지막 묵직한 한방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요.
Q. 묵직한 한 방은 지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차승원: 네. 마지막에 대동여지도를 펼치는 장면이요.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장면을 보면 이상하게 뭉클해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의 동질감이랄까. 그런 한방이 있는 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Q. 강우석 감독과는 연출자로는 처음이지만, ‘혈의 누’ ‘아들’ 등을 통해 제작자로는 여러 번 호흡을 맞췄더군요.
차승원: 감독일 때가 좋으세요. 훨씬! 제작자일 때는 사실 별로 안 좋았어요(웃음).
Q. 어떤 면에서요?
차승원: 뭐라 그럴까요. 독단적이고, 독선적이고…좀 네거티브하다고 느꼈어요. 염세주의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감독으로 만나보니까, 완벽한 휴머니스트야. 제가 깊게 알지 못했던 거죠. 굉장히 어른 같은 분이에요. 촬영이 끝나면 늘 스태프들을 모아서 밥 먹고 맥주 한 잔 함께 하고. 그걸 근 1년 동안 하셨어요. 그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Q. 지난 추석 때, 감독님이 전 스태프들에게 금일봉을 줬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차승원: 맞아요! 촬영장에 갔는데, 매니저 하는 친구가 “형, 감독님이 뭘 주셨어요!” 하더라고요. 보니까, 봉투야. 매니저는 물론 현장 막내 스태프들까지 모두 챙기셨더라고요. 배우는 빼고요.(웃음) 장난으로 “감독님, 저는요?” 이랬는데, 진짜 감동이었어요.
Q. ‘고산자, 대동여지도’ 캐스팅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도 살짝 있었어요. 김정호가 된 차승원이 선뜻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차승원: 저도, 너무 의아해했어요. “왜?” “정말, 내가 왜~애?” 그랬어요.(웃음) 캐릭터 적인 면에서도 그랬지만, 감독님과 친한 배우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에게 왜 시나리오를 줬을까 의아했죠. 지금은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해요. 작업을 하면서 많이 믿어주셨어요. 편안하게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백두산까지 대한민국 팔도의 절경과 담아내서 이목을 끄는 작품입니다.
차승원: 금강산을 못 갔죠. 감독님이 금강산 단풍을 찍고 싶어 하셨어요. 촬영 허가를 신청했죠. 그런데 가려고 하면, 북에서 미사일 쏘고. 가려고 하면 또 쏘고.(일동웃음)
Q. 아쉬운가요?
차승원: 솔직히 저는 아니에요. 백두산을 갔기 때문에 금강산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 ‘메리트’를 못 느꼈어요. 물론 백두산과는 다른 아름다운 풍광이 있겠지만, 백두산에서 느낀 그 이상의 감흥은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가 산을 많이 다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산들은 가 봤거든요. 여러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백두산은 완벽하게 달랐어요. 완벽하게 다른 산이에요. 진짜로 좀 이상해! 이상한 산이야, 되게… 뭐랄까. 산이 경외심을 유발시켜요. 현실적이지 않아요. 민족의 정기가 총집합된 산이라는 느낌이 오죠. 게다가 날이 맑으니까 더 비현실적이었어요. 하늘과 가깝고 천지가 너무 고요하니까, ‘이게 뭐지?’ 했죠.
Q. 그래서 배경이 CG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봐요.
차승원: 실제로 봐도 CG 같아요. 백두산에 가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특별히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말이에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아서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 공간에 나를 내려놓았다고 할까요? 이번엔 그런 게 많았어요.
Q. 이전에는 테크니컬 한 연기를 선호했던 걸로 알아요. “계산된 연기, 내비게이션 같은 연기를 선호했었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차승원: 조금 달라졌어요. 그렇게 해야 하는 작품이 있고, 아닌 작품이 있는 거죠. 가령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경우, 정확한 계산에 의해서 대사를 치고 상대배우와 눈을 마주치고 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아니었어요. 촬영 전날 ‘어떤 연기를 해야겠다’라고 구상을 늘 하긴 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 공간에 가면 그런 생각들이 모두 쓸모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공간이 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자, 했죠.
Q. 백두산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앞에 서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인생 별 것 없네’라는 생각, 반대로 ‘삶은 굉장하구나’라는 생각.
차승원: 전자! 인생 별거 없어!(웃음) 나는 정말 한낱 작디작은 존재구나 하게 돼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그곳을 거처 갔겠어요.
Q. 김정호는 지도에 일평생을 바친 인물입니다. 그런 질문을 던지죠. “당신은 뭔가에 미쳐 본 적이 있으냐”는 질문을요.
차승원: 음. 저는 없는 것 같아요. 일을 미친 듯이 하는 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미친 게 아니라, ‘미친 듯이’ 한 거죠.
Q. ‘미치는 것’과 ‘미친 듯이’의 차이가 뭔가요?
차승원: ‘미친 듯이’는 여지를 조금 두는 거죠. 주변상황도 보고, 타협도 해 보고. 진짜 미쳐서 하는 것은 주변에 있는 어떠한 것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그것만 보는 거고요. 그랬을 때 김정호는 미친 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동여지도 목판본으로 추측해보건대, 이건 일반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워커홀릭’이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미친 게 아니라 ‘미친 듯이’였죠. 아마 진짜 미쳐 있으면, 본인이 미쳐 있는지도 못 느낄 텐데, 저는 그건 아니었거든요.
Q. 무언가에 진짜 미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는 해요.
차승원: 왜↗ 내색만 안 했을 뿐이지 있어요. 분명히. 뮤지션 중에도 많죠. 밥 먹는 거 잠자는 거 빼고는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는.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기도 하죠.
Q. 지도를 그려나가는 인물을 연기했기에 가볍게 드리는 질문인데, 실제 차승원은 공간 감각이 좋은가요?
차승원: 음. ‘길치’까지는 아니에요. 그런데, 처음 가는 지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는 해요. 가령 여기 (인터뷰가 진행되는) 삼청동만 오면 조금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이곳이 또 일방통행이 많아요. ‘길을 잘못 들어서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죠.
Q. 그건 ‘길치’ 아닌가요?(웃음)
차승원: ‘길치’는 더 바보고.(웃음) 저는 익숙한 길은 내비게이션 없이도 잘 찾거든요. 제가 아는 촬영 감독 중에는 매일 가는 500미터 길이의 길도 내비게이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야말로 ‘길치’죠.
Q. 이야기를 하면서 내내 느끼는 건데, 뭐랄까. 상당히 편해 보이세요.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할까요.
차승원: 그래요?
Q. 네. 이전에는 조금 뾰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게 지금은 감지가 안 돼요. 단순히 ‘삼시세끼’가 준 예능 이미지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차승원: 유해진 씨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편해 보여. 예전보다.” 괜히 생각해 보게 되네요. 고집? 단순히 고집이 없어진 건 아닌 것 같고… ‘뭔가에 집착하고 애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라는 걸 조금씩 깨닫는 나이가 돼서 그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예측한 것들이 한 번도 맞아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연연하지 않게 된 것도 있어요. 무언가에 집착하는 게 부질없다는 걸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된 거죠. 이전에는 지향점을 멀리 두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에 반하는 것들은 쳐냈어요. 그런데 요새는 어떤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밥 먹다가도 괜히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제가 올해 마흔 일곱이에요. 조금 있으면 쉰 살이 되니까,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Q. 나이 듦이 두렵기도 해요?
차승원: 그런 것도 없어요.
Q. 삶의 목표가 없어진 건 아닐 텐데요.
차승원: 목표가 있기는 한데, 딱 어떤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어요. 굉장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우리 식구들이 가장 중요해요. 일 할 때의 만족감과 희열감? 그런 게 있긴 있죠. 그런데 그런 것들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저보다는 제 식솔들이더라고요. 결국 연기보다는 일상적인 삶이 저는 더 중요한 사람이에요. 풍요로운 삶? 어떤 게 풍요로운 삶인가요. 식구들이 건강하게 웃으며 사는 게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다가 좋은 작품 만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고, 작품이 안 되면 “그거 봐. 내가 그거 하지 말자고 했잖아” 농치며 받아들이기도 하는 거고. ‘고산자, 대동여지도’도 그 과정이에요. 제가 기자시사회 때 ‘제 삶의 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일부에서는 무슨 ‘차승원 인생의 역작이니 터닝 포인트’니 하면서 제 의미를 잘못 읽으셨더라고요. 어떤 포인트들이 앞에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 보이는 지점-지점들 중 한 포인트가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는 어떤가요. 뒤돌아 봤을 때, 차승원이라는 지도를 잘 그려 온 것 같나요?
차승원: 얼마 전에 누가 저보고 “데뷔 30년이세요”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어요. 벌써 그렇게 됐더라고요.(웃음) “지난 30년을 과연 잘 오셨습니까”라고 물으시는 거라면, “그래도 이상하게 오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고속도로를 달려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샛길이나 엉뚱한 길로 가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