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정준영이 성범죄 피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긴 커녕, 기자회견의 의미마저 퇴색되고 있다.
정준영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노보텔 엠버서더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앞에 섰다. 애초 회견이 예정된 시간은 오후 5시. 그러나 행사 시작을 5분 여 앞두고 작은 마찰이 생겼다. 기자회견 생중계를 둘러싸고 소속사 측과 취재진 사이에서 마찰이 빚어진 것. 소속사 측은 생중계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내용을 고지 받지 못한 취재진이 반발을 표했다. 결국 현장의 모습은 일부 매체를 통해 생중계 됐다.
예정된 시간을 6분가량 넘기고 현장에 등장한 정준영은 그러나 미리 준비한 원고만 읽고 현장을 떠나 취재진의 원성을 샀다. 일부에서 “소속사 대표라도 질의응답에 응해 달라”는 요청이 나왔으나 소속사 측은 “본인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다. 정준영을 대신해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결국 기자회견은 정준영 측이 주장한 해명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쓴 것 밖에 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당시 무혐의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성추행범’ 혹은 ‘몰카범’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 조용히 넘길 수 없는 일일 테다. 정준영 역시 이날 현장에서 “알려진 내용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상당히 개인적인 영역도 포함돼 있어 상대 여성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일로 인해 더 이상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양 측 의논 끝에 기자회견을 결심하게 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질문이 배제된 기자회견이라면 그것이 제 기능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지난 6월 박유천을 시작으로 이진욱, 이민기, 엄태웅 등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성 스캔들에 휘말렸다. 모두 무혐의를 주장했고 실제 무혐의 판정을 받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발표는 모두 보도자료를 통한 것이었다. 억울함의 크기가 작아서가 아니라,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섣불리 입을 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된다면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고, 사과에 대한 진정성은 추후 책임 있는 행동으로 보여주면 될 일이다. 사건의 진실은 수사 기관이 밝혀낼 것이다. 정준영의 이번 긴급 기자회견은 누구를 위한, 또한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