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드라마 ‘궁’으로 연기 세계에 입문한 후 10년.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주지훈은 부쩍 현장에서 ‘선배’로 불리는 일이 많아졌다. 선배로서의 책임감, 선배로서의 솔선수범, 선배로서의 진중함… 자신의 롤이 달라졌음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던 주지훈에게 ‘아수라’는 그런 부담을 벗어던지고 다시 ‘막내’로 돌아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평소 우상처럼 바라봤던 선배들, 존경했던 감독님,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제작자와 걸쭉하게 뒹굴 수 있는 기회였으니, ‘아수라’ 합류 이후 줄곧 “너무 좋다!”를 입에 달고 살았던 그의 마음이 짐작 가고도 남는다. 싹싹하고 개구지고 유머감각 뛰어난데, 분위기도 잘 띄우는 그가 선배들에게 얼마나 사랑받았을지도 그림이 그려지는 대목이다.‘흥’이 넘친 현장에서와 달리, 스크린 안에서는 주지훈은 치열했다. 악인들의 지옥도를 그린 ‘아수라’에서 주지훈은 선배 형사 도경(정우성)을 친형처럼 따르는 문선모를 연기했다.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이자, 극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이 바로 그다. 스크린 안 밖에서 치열하게 즐기며 줄타기한 시간. 그 시간을 통과하며 주지훈은 한 뼘 더 풍성해졌다.
Q. 문선모는 어떤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주지훈: 나약한 사람?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강력계 형사가 됐을 텐데, 한도경에게 자꾸 의지하고 기대잖아요? 타인의 말에 쉽게 감화되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유약한. 큰 사건 앞에 놓이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모는 그 강도가 많이 약하죠.
Q. 실제의 주지훈은 어때요? 발버둥 치나요?
주지훈: 저요? 아, 어떨까…전 선모와 비슷해요.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자기 생각을 많이 어필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저는 안 그래요. 잘 따라가요. 분쟁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너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상대가 원하는 걸 해 줘요. 그 다음에 “사실 제 생각은 이런데, 이걸 한 번 해 보는 건 어때요?” 그래요. 편집권이 저에게 없기에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이긴 하지만요.
Q. 의미가 없는 행동 같지는 않은데요?(웃음) 선모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은 손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주지훈: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선모를 많이 움직인 것 같아요. 김성수 감독님께서 ‘선(善)인이든, 악(惡)인들도 자기 일에 책임감이 크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일을 적당히 할 수도 있는데, 다들 너무 열심히 하잖아요. 배우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소속사 홍보팀을 가리키며)저기 앉아 있는 홍보팀도 (인터뷰를) 듣는 척만 해도 되는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잖아요.(일동웃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보너스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기 일에 대한 책임들이 다 큰 것 같아요. 선모에게도 그런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안남 시장 박성배(황정민) 밑으로 들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 몰랐을 거예요. 분쟁이 일어나면 막아주는 보디가드 정도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던 거죠. 마침 수행 팀장으로 들어간 후 첫 미션에서 도경이 와서 대신 해결해줘요.
Q. 자존심이 상했겠죠.
주지훈: 맞아요. 자존심도 상하고, 자격지심도 생기고, 내가 내 일을 다 하지 못한 스트레스도 생겼을 테죠. 그런 스트레스를 따라가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테고요. 그런 스트레스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허세, 야망, 명예욕 등이 뒤섞이면서 변화해 간 인물을요.
Q. 무리들 사이에서 강해보이고 싶은, 수컷 특유의 본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주지훈: 책에서 읽은 건데, 수컷이라는 종자는 서열에 민감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Q. 남자특유의 허세랄까…
주지훈: 에이~ 그런데 허세는 남자만 있나요? 여자도 있죠. ‘힐링!’ 이러면서 샤넬 백 스윽 걸쳐 놓고 커피 찍고 그러잖아요.(일동웃음)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모든 인간에게 있는 속성이라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에요.
Q. ‘좋은 친구들’에서 우연한 사건의 파장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인철을 연기했어요. 선모와 유사한 부분이 있죠.
주지훈: ‘좋은 친구들’ 인철의 경우, 그래도 자기 계획/자이 의도로 인해 사건에 휘말려요. 반면 ‘아수라’ 선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의 중심부로 들어가죠.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결이 조금 달라요. 그리고 선모를 뭐랄까. 눈치를 잘 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겁먹었다’라는 표현이 다소 순화된 것 같고, 어떤 단어가 좋을까요. ‘쭈라탄다’고 해야 하나. 아, 처음 들어보셨어요? 제가 형들과 주로 놀았는데, 옛 세대들이 쓰는 은어에요. ‘예민’ 보다는 ‘위악’에 가깝죠. 선모는 어떤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기보다 위악스럽게 반응하는 인물에 가까워요.
Q. 계획이 있기는 했지만, 인철 역시 예상 못한 변수로 인해 사면초가에 놓였죠.
주지훈: 변수라는 건, 일상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잖아요. 저는 하루에도 열두 번 화가 났다가, ‘한 번 사는 인생 착하게 살아야지’ 했다가 그래요.(웃음) 그런데 보통 다 그렇지 않나요?
Q. 어떤 게 화를 불러요?
주지훈: 소소한 것들이죠. 알람보다 한 시간 일찍 눈을 떴을 때. 피곤해 죽겠는데, 다시 잠은 안 와고…짜증이 나죠.(웃음) 계란프라이 하다가 기름튀기면 ‘으악!’ 하고.(일동 웃음) 최악은 라면 엎는 거! 라면 한 번 엎어보세요. 짜증 날 걸요?(웃음)
Q. 선모와 도경의 관계가 아슬아슬하게 어긋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아수라’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죠.
주지훈: 선모가 위험해 처했을 때 도경이 목숨 걸고 도와 준 적이 있었을 거예요. 멀쩡할 때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 사준 사람보다, 아플 때 약 하나 발라 준 사람이 본능적으로 더 기억에 남잖아요? 도경과 선모 사이에는 그런 전사(前史)가 있다고 상상했어요. 그래서 선모가 도경을 쫄래쫄래 따라다니게 됐다고 생각했죠.
Q. 그래서일까요. 도경이 쏜 총을 맞은 선모가 “형, 진짜 쏘냐?”라고 한 말에는 많은 게 담겼다고 봐요.
주지훈: 저는 그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사람이 큰일을 겪으면 오히려 담담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했거든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한데, 저도 큰일을 겪으면 오히려 차분해져요. 어릴 때 버스에 다리가 깔린 적이 있어요. 버스바퀴가 내 다리 위를 ‘빠바바닥!’ 지나가는 걸 보면서, 고함을 지른 게 아니라 ‘큰 일 났네. 엄마에게 따 귀 맞겠네’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통증보다는, 어이없음에 오히려 덤덤해 지는 거죠. 그래서 도경에게 “형, 진짜 쏘냐?” 하는데, 그때 도경이 또 그러죠. “선모, 이 자식아. 너, 괜찮아!” 와~! 그때 둘의 관계가 너무 구구절절 다가오더라고요. 저는 그게 김성수 감독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해요. 영화적 상황을 차용하는 가운데, 감정은 또 리얼리티 하게 표현하세요. ‘비트’에서도 그랬죠.
Q. 가령?
주지훈: 생각해보면, ‘비트’도 상황적으로는 말이 안 돼요. 정우성이 고등학생으로 나와서 청소년의 아픔을 대변하다는 게, 말이 되나요? 세상에 정우성처럼 생긴 청소년이 얼마나 되겠어요?(일동웃음) 키가 187이면 대한민국 0.1%인데, 거기에다 싸움도 잘해! 오토바이는 또 1000CC에요. 그게 얼마인 줄 아세요? 천만 원이 넘어요. 고등학생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어요. 제가 중학교 때 신문배달을 한 달 내내 해서 18만원 받았으니, 천 만 원이라는 돈을 손에 쥐려면…어우. 그런데 김성수 감독님이 참 대단한 게, 그런 영화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을 통해 청소년의 아픔을 대변하게 만들었잖아요. 왜 우리가 엄마와 심하게 싸운 다음 날 그러잖아요. 엄마가 ‘야, 밥 먹어’ 하면 뭔가 스윽 풀리는 느낌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하다고 봐요. 대사가 리얼리티 하다는 게 아니라, 말하는 방식이나 감정의 텐션 같은 것들이 ‘훅’ 와 닿죠. 그게 김성수 감독님의 시그니처 같아요.
Q. 선모는 언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섰던 걸까요?
주지훈: 박성배 밑으로 가라는 한도경의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부터가 아닐까요. 우리는 무언가 일이 잘못됐을 때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데, 사실 선택의 순간부터 이미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설령 별 일 없이 지나 간다 쳐요. 그렇다고 해서 삶이 순탄할까요. 아닐 거예요. 잘못된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인 질환이나 불안감에 휩싸일 거예요. 선택의 순간,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선택에 딸려 오는 것들이 있죠.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외부의 힘은 커요. 그러다보니 배우들도 신인 때 조금 잘 되면 스타 병이 걸리고 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돌아오고.
Q. ‘비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한민국 많은 남자들에게 정우성은 왜 이리 동경의 대상일까요? 진짜 로망인가요?
주지훈: 제임스 딘 이후 키 크고, 외관적으로도 잘 생긴 배우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럼에도 아이콘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죠. 단순히 잘생겼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멋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우성 형이 지닌 어떠한 것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콘이 됐어요. 그건 마치 비 오는 날 전이 생각나는 것과 같아요.
Q. 어릴 때부터 나이 많은 형들과 주로 어울렸다고 했는데, 이번 현장은 그래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겠어요.
주지훈: 제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어요. 할아버지와 한 이불 덮고 살았으니, 이번 ‘아수라’ 현장도 편했어요. 어쨌든 모두 우리 할아버지보다는 어리잖아요?(일동웃음) 선배들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어요. 여유와 선함 같은 것들. 이런 선배들을 한꺼번에 만났다니. 정말 운이 좋았죠. 첫 인상과 달랐던 사람이요? (정)만식이 형이요. 말을 세게 하는 편인데, 알고 보면 그게 다 친근함의 표현이에요. 그리고 저 빼면 만식이 형도 막내라서, 제가 물 떠 오고 있으면 어느 순간 옆에 서서 다른 것들을 챙기고 있고 그랬어요.
Q. 누가 더 악한가. 누가 더 바닥으로 추락하는가. 악과 악이 뒤엉킨 상황이 어떻게 느껴졌을지 궁금하군요.
주지훈: 배우인지라, 열린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영화적 화법에 대해 관대하죠. 그 안에서 나만의 설득력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거고요. ‘아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비현실적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우리 일상이 그렇잖아요. 뉴스만 봐도 그래요. 묻지마 폭행, 묻지마 살인…우리 영화가 세다고 하는데, 일상의 사람들도 다들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죠. 현실을 곱씹어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잔혹한 표현방식에서, ‘아수라’가 관객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어요.
주지훈: 그럴 수 있는데, 저는 역으로 묻고 싶어요. 영화를 보면서 꼭 스트레스가 풀려야 하는가, 라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절대로 ‘아수라’를 보면 속 시원하다고 홍보하지 않아요.(웃음) 다만, 우리 같은 영화도 있어야 작품이 다양해지는 거잖아요? 선택지가 많아지면 관객 입장에서는 이득이죠. 저도 그렇거든요. 관객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기를 늘 원해요.
Q. 여러 의견이 충돌하는 게, ‘아수라’의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주지훈: 네. 우리 영화를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팁을 드리자면, 당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대입시키면 안 돼요. 그럼 스트레스 받아요. 평소 미워하는 사람으로 대입시켜서 보면 어떨까 싶어요.(웃음) 특히 우리 영화에는 인물이 많으니까 아바타처럼 골라서 대입시킬 수 있어요.
Q. 호불호가 나뉘는 국내와 달리, 토론토국제영화에서의 반응은 상당했다고 들었어요.
주지훈: 네. 평점 별 다섯 개 받고 그랬어요. 누굴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북미 쪽은 영화 역사가 오래 됐잖아요? 그러다보니 장르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제에 오는 분들 대부분이 축제를 즐길 마음으로 오기 때문에 관대하죠. 피가 막 솟구치는 장면에서 ‘으악~’하기는 하시는데, 그게 뭐랄까. 괴로운 비명이 아니라, ‘으아~아악 하하하’ 하면서 즐기는 듯한 비명이더라고요. 저희도 덩달아 신났죠.
Q. 굉장히 좋은 몸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액션연기는 많이 안 했어요.
주지훈: 안 했죠. 저는 수채화 같은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웃음) 아니면 우리 영화처럼 빨간 유화 같은 작품? 하하하. 여성분들이 사랑하시는 강렬한 레드가 많은 작품입니다.
Q. 달달한 ‘궁’, 다크한 ‘마왕’, 퀴어코드의 ‘앤티크’, 저예산 ‘키친’, 코믹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왔어요.
주지훈: 장르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19살에 모델로 데뷔했는데 우연히 드라마 ‘궁’에 출연할 기회가 왔어요. 오디션도 안 봤는데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을 걸 알았기에 2~3주간 거절하다가, 결국 하게 됐죠. ‘난 이런 배우가 될 거야’하는 강한 의지로 시작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장르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요. 다만 이런 발언이 조심스러운 게, 저는 선입견이라고 이야기 한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강렬한 꿈일 수 있잖아요. 나의 이런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보니 타인이 상처받는 것에 대해 염려하게 돼요.
Q. 방어적인 된 거네요?
주지훈: 나를 지키는 방어라기보다, 상대를 지키려는 방어에요. 상처 받는 기분에 대해 알다보니 타인의 기분을 살피게 된 거죠. 전에는 몰랐어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위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제가 키 188.7cm에요. 피부가 까맣고, 쌍꺼풀도 없어서 인상이 더 강해보이는 면이 있어요. 가끔 저도 제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놀라요. ‘키가 저렇게 큰가?’ 하고요. 우리 아버지도 그렇고 주변에 있는 지인들 대부분이 덩치가 커서 제가 크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살다가 어떤 계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알았어요. ‘아, 같은 말을 해도 내가 하면 상대에게 세게 들릴 수 있겠구나’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말장난도 자제해요. 예전에는 후배 스태프들에게 “야 인마, 이거 빨리 치워!”하고 장난을 치면 후배들도 받아치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 그런 말을 하면 애들이 바짝 긴장 하더라고요. 왜 그런가 봤더니, 어느새 제가 카메라 퍼스트보다 많은 나이가 됐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어려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나이가 돼 간다는 걸 느낀 후로부터는 말을 더 조심하게 돼요.
Q. 너무 신중하고 과묵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요.
주지훈: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입을 닫는 거예요. 요즘 어느 정도냐면, 친구들에게도 말을 조심해요. 무언가를 자랑하는 것은 특히나 조심해요. 저는 어느 정도 수입이 있으니 선뜻 살 수 있는 물건도, 직장생활 하는 친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나의 선의가 타인에게 선의가 아닐 수 있음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Q. 수입은 어디에 많이 쓰나요? 옷인가요?
주지훈: 모델로서 대외적인 기대치에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건 있지만, 패션에 그렇게까지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옷이 없다 싶으면 한 번에 몇 개 구매하고 마는 편이죠. 술을 마시면 살이 찌는 편인데, 그래서 요즘 옷이 다 작아요. 몸 사이즈가 두 개 커져버려서, 참.
Q. 오히려 좋아 보이는 걸요.
주지훈: 그래요? 옷 입기는 힘들어요. 제가 유럽사이즈로 48인데, 그 사이즈가 국내에 잘 안 들어오거든요. 들어와도 빨리 품절돼요. 부지런한 사람들이 빨리 사가요. 저는 너무 게을러서.(웃음)
Q. ‘간신’ 때 다이어트를 했었죠?
주지훈: 다이어트라기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었죠. 웨이트를 하면 화면에서는 슬림해 보이는데, 사이즈는 커져요. 지금도 운동은 매일 해요. 술도 매일 마시고요.(웃음)
Q. 술을 마시기 위한 운동이군요.(웃음)
주지훈: 하하. 몸이 망가지고 있어요. 피로회복 하느라 간이 고생이죠. 너무 마셔서 낯빛이 간에 문제 있는 사람 같아요. 하하.
Q. ‘아수라’ 팀의 경우 술자리가 특히 많았다고 들었어요. 지금 촬영 중인 ‘신과 함께’는 어때요?
주지훈: 영화에 따라 분위기가 진짜 있는 것 같아요. ‘신과 함께’는 톤 앤 매너가 깔끔하고, 김용화 감독님도 결혼을 하시고…아, 김성수 감독님도 결혼하셨구나.(일동 폭소) 아무튼 ‘신과 함께’ 팀은 적당히 즐기는 편이에요. 12시 땡 하면 슬슬 자리를 정리하는데, ‘아수라’ 팀은 먹다보면 ‘으아악~’하면서 밤을 달리는 스타일이죠.
Q. ‘신과 함께’ 팀에 또 신데렐라가 계시잖아요? 하(정우)신데렐라가.(웃음)
주지훈: 맞아요. 12시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형이 “자~ 저는 일어나겠습니다” 하는데, 혼자 일어나기 민망하니까 “지훈아! 들어가야지~!”하면서 저도 끌고 가고 그래요.(웃음)
Q. ‘키친’ ‘결혼전야’ 같은 멜로물에서의 주지훈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아요.
주지훈: 너무 하고 싶은데, 요즘 멜로가 거의 없어요. 가뭄이에요, 가뭄. 재기발랄한 작품들에 저는 늘 열려있습니다.
Q.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주지훈: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신 뒤에 잠이 솔솔 올 때요. 제가 불면증이 있다 보니, 그럴 때 너무 좋아요. 이동 중인 차 안에서 20분 깊이 잠들 때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