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최근 들어 자주 회자되는 표현이 있다. ‘될 사람은 된다’는 표현인데, 그야말로 배우 진기주에 꼭 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 직원에서 방송기자로,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거쳐 이제 배우의 길로 진입한 진기주는 그야말로 ‘뭘 해도 될 만한’ 사람이다. 적어도,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을 줄 아는 영민한 사람이다.‘두번째 스무살’부터 ‘퐁당퐁당 LOVE’, ‘굿 와이프’ 등을 거쳐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를 통해 대중에 본격적으로 자신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진기주는 이제 어떤 옷을 입게 될까.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곧 ‘성장’이다”고 말하는 진기주. 채령 역에 이어 본격적인 도움닫기에 나서는 진기주에 눈길이 가는 건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다. 매력이 차고 넘치는 신예 진기주를 만났다.
Q. 길고도 길었던 사전제작 드라마가 드디어 끝나가네요. 기분도 남다를 것 같아요.
진기주: 처음엔 낯설고 이상했어요. 찍은 지 너무 오래되다보니까 ‘내가 어떻게 했었지?’부터 시작해서 ‘내가 1회에 어떻게 나오더라?’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후반부 다 되어가니 이제야 적응됐어요. 지금은 시청자의 관점에서 보고 있죠. 원래는 대본들 맞춰보며 배우들끼리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봤거든요? 근데 대본 편집과정 때문에 각 회마다의 엔딩장면도 달라져서 이젠 그냥 드라마 보듯 보고 있어요.
Q.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화제성도 높고 포털 기사에 댓글도 많았어요. 하지만 시청률 면에선 다소 아쉬웠죠.
진기주: 사실 초반 1, 2회 때에는 시청률이라는 숫자에 정말 민감했어요. 하지만 점점 갈수록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화제성이 크니까, 배우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봐주신다는 거라서 좋았어요. 짤막 영상이든 어떤 형태든 다른 경로로 많이 본다는 건 그만큼 직접 찾아서 본다는 거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어요.
Q. 극 중 채령이가 결국 죽음을 맞았어요. 그 과정에서 채령이의 마음이 그동안 가식이었다는 오해도 생겼고요.
진기주: 사실 방송에는 안 나간 장면인데요, 채령(진기주 분)이가 해수(아이유 분)와 나란히 앉아서 과거 이야기랑 가족에 대해 털어놓는 장면이 있어요. 편집 과정에서 제외됐는데, 채령이 마음이 잘 들어난 장면이어서 아쉬워요. 채령이의 그동안의 모습들이 가식을 떨었던 건 아니거든요.
Q. 해수에게 있어 채령은 고려 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는 역이죠. 그래서 아이유와 붙는 장면이 정말 많았어요. 호흡은 어땠나요?
진기주: 제가 많이 의지했어요. 아이유는 경험도 많고 베테랑이니까요. 연기도 베테랑일뿐더러 연예계 생활에 있어서도 선배인 만큼 의지를 했죠. 아이유는 성격도 좋고 편한 친구예요.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연기도 맞춰보기가 편해 좋았어요. 본 방송 때마다 메신저로 이야기도 나누곤 해요.
Q.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그동안 진기주 씨가 맡은 작품 중에 가장 많은 또래 배우들이 나온 것 같아요.
진기주: 이번 작품에선 오히려 제가 나이대가 많은 편이에요. 이준기 오빠 다음 연장자가 바로 저여서 동생들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옛날엔 선배들이랑은 말 건네기도 어렵고 가까워지고 싶어도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이번엔 동생들과 하니까 애들이 장난치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아요.
Q. 그럼, 어떤 쪽이 좋아요?(웃음)
진기주: 음……. 지금이 좋아요(웃음). 선배들께는 연락처도 못 물어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선배들의 마음을 알 것 같거든요. 예쁜 마음으로 보고 하는, 그런 거요. 저는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배들은 어려워요. 용기도 가까스로 내고 있어요.
Q.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준다면요?
진기주: 솔직하게 말하면 한 30점 정도? 그래도 진심으로 열심히 한 걸 생각하면 50점이요. 그나마 반이라도 가져가자는 심정이에요(웃음).
Q. 사전제작에 죽는 장면까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진기주 씨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진기주: 여러 의미가 있어요. 일단 드라마에 들어가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요. 드라마를 찍으면서 사극 촬영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도 처음 경험한 일이었어요. 전국 팔도 돌아다니며 별별 날씨도 겪고 배 타서 섬도 들어가고… 고단함도 느꼈죠(웃음). 하지만 촬영할 때에는 재밌고 정말 좋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좋다는 생각도 하게 해준 작품이고요. 무엇보다도, 사전제작이다 보니 다 찍은 뒤 천천히 작품을 보게 돼서 이제는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어요. 한 마디로 제게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곧 ‘성장’이에요.
Q. 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 단계를 밟아오고 있지만 사실 전공이나 과거 이력이 화려해요. 컴퓨터 공학도가 어쩌다 배우의 길로 접어든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웃음).
진기주: 어릴 때 수학 과학을 좋아했어요. 밤새면서 프로젝트 과제를 하는, 치열하게 사는 공학도에 로망도 있었고요. 그래서 공대생을 꿈꿨는데 원래 꿈은 기자였어요. 기자는 전공 불문인 만큼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택한 게 공대예요. 전공은 부모님과 협의점을 찾아 컴퓨터 공학으로 정했죠.
Q. 기자에서 배우로 전향한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텐데.
진기주: 사실 기자를 택할 때도 부모님 반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먼저 택한 게 일반 기업으로의 취업이에요. 하지만 1, 2년 정도 일하다 보니 제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그때, 처음으로 연기자를 꿈꾸게 됐어요. 하지만 막연하게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보다 더 현실적인 기자로 눈을 돌린 거예요. 원래는 직장을 관두고 연기학원을 다니려 했는데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웃음). 근데 또 막상 기자가 되니 후회가 되더라고요. 그 때가 26살이었는데, 정말 지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슈퍼모델 대회에 나갔어요. 연기하고 싶어서 대회에 나왔다고 솔직하게 말했었죠.
Q. 이렇게 다양한 이력을 가지니 궁금해져요. 요즘 김수현 씨나 이시영 씨처럼 프로볼러, 복싱선수 등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도드라지고 있죠. 진기주 씨도 그런 걸 꿈꾸고 있진 않나요?
진기주: 취미로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잘은 모르겠어요. 사실 장담을 못 하겠어요. 배워보고 싶은 건 많은데, 아직은 거기까지 손을 뻗치면 안 돼요 저는(웃음). 지금은 한눈 팔 여유도 없고, 한눈을 팔아서도 안 돼요. 몇 년간은 별다른 건 안 하고 연기만 할 것 같아요. 그냥 지금은 배우고 싶은 것만 많죠. 그림도 그리고 싶고 가죽공예도 해보고 싶고…
Q. 진기주 씨에겐 소속사 선배들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고현정 조인성 등 어마어마한 분들이 있죠.
진기주: 다들 정말 편안한 분들이에요. 조인성 선배님, 고현정 선배님, 정은채 언니 모두가 회사에 편안하게 와서 편안하게 쉬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회사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세분 다 불편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제 안부도 궁금해 해주시고요(웃음). 제가 어떤 연기를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지를 상기시켜주세요. 스스로 저를 찾을 수 있게 유도를 해주시는 거죠.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Q. 어떤 연기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지는 게, 현대극부터 퓨전사극(퐁당퐁당 러브), 장르물(굿 와이프) 등 다양한 장르를 겪어봤잖아요. 욕심나는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진기주: 지금은 뭐든 다 해보고 싶어요. 문득 든 생각인데요, 전 드라마 내에서 커플이 됐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도 외롭고, ‘굿 와이프’에서도 외로웠고 ‘퐁당퐁당 러브’에서도 외로웠어요. ‘두 번째 스무 살’에선 썸을 탄다는 등의 암시만 마지막 회에 깔렸고요.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퐁당퐁당 러브’ 찍을 땐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요. 난 라면 먹는데 쟤들은 썸 타고 있고(웃음).
Q. 요즘은 어떤 드라마를 가장 재밌게 보고 있나요?
진기주: 시간이 많은지라 다 챙겨봐요. 월화수목 드라마, 금토 드라마 전부 다요. 월화는 역시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죠(웃음). 수목은 ‘질투의 화신’을 틀어놓는데 ‘쇼핑왕 루이’가 궁금하기도 해요. 재방송들로 다 챙기고 있죠.
Q.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이 있나요?
진기주: 최종 목표는 그거예요. ‘진기주’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하지만 그건 제게 너무 이른 목표죠. 그래서 지금은, 제가 나오는 걸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 그때 그거 했던 사람이네?’라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요. 매번 맡는 캐릭터마다 달랐으면 좋겠는 게 바람이에요. 제가 노력하는 만큼 연기가 잘 전달되는, 그런 배우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갖고 싶은 수식어를 꼽아주세요.
진기주: 음……. 음음……. 좋은 수식어를 갖고 싶어요. 이를테면… ‘믿고 보는’ 진기주요!